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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의 세 가지 거짓말 2둘째, 환경을 파괴하는 유기농. 화학물질만 쓰지 않으면 유기농이라는 단순한 인식은 위험하다. 잘못된 유기농은 관행농에 비해 더 친환경적이라 할 수 없다. 포괄적으로 환경을 보존하는 마음으로 상황별로 올바른 유기농을 고민해야 한다.

기농의 기본적 정의가 환경을 파괴하거나 인체 및 동식물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기농 = 친환경의 등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상당 부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본인이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목격한 유기농은 환경보호의 첨병이라고 하기 어려운 행태를 많이 보이고 있었다. 오히려 환경을 아무리 파괴하더라도 최종 생산물만 무화학비료 무화학농약 고품질로 만들어서 비싸게 팔면 그만이라는 사고가 더러 보였다.

유기농이 친환경인가? 라는 질문은 당장 두 가지 질문을 잇따라 야기한다. 유기농이 무엇인가? 친환경이 무엇인가?

유기농이라고 하는 단일한 무엇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무수히 다양한 유기농 방법론과 이론이 있고, 그걸 실천하는 농가마다 제각기 다른 운영방식이 있고, 또 작물에 따라 달라진다. 그 때문에 “유기농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단일한 정보는 존재할 수 없다.

친환경이라는 말도 애매하다. 환경의 어느 측면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화학 독극물을 배출하지 않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그래도 친환경인가? 제초제와 화학농약을 안 쓰지만 비닐 쓰레기가 양산되어도 친환경인가? 화석연료도 화학물질도 온실가스도 발생시키지 않지만 농경을 위해 원시림을 개간했다면 친환경인가?
 

중국 유기농장에서 퇴비를 뒤집는 중이다. 이것이 친환경인가?

결국 어떠한 연구든 하나의 입장을 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객관적인지에 대한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신중하게 감안하면서 읽어나가자.

201212, 유럽의 유기농과 관행농을 비교한 연구는 다음 결론에 도달했다(1).

- 유기농은 관행농에 비해 땅 면적당 친환경적이다.

- 그러나 단위 생산량당 반드시 더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

- 유기농 농장은 단위 면적당 토양 유기물이 더 많고 양분 유실(질소 유출)이 적었으나, 단위 생산량당 암모니아 및 아산화질소 배출, 질소 유실은 더 높았다.

- 유기농의 친환경 측면이 과장되는 경우가 많다.

2016년 스웨덴 식품청에서는 킬로그램 당 식품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측면에 걸쳐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유, 쇠고기, 돼지고기, , 달걀, 수산물, 야채, 과일 등의 식품에 대해 각각 기후변화, 비료 과잉, 산성화, 독극물, 에너지 사용, 토지 사용의 측면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각 식품별로 환경영향을 여러 측면에 걸쳐 분석한 스웨덴 보고서

유기농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부분은 “환경에 대한 독극물 방출”(eco-toxicity)이다. 화학농약과 제초제, 비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부문에서는 의외로 관행농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가 많다. 특히 토지 사용의 효율성과 산성화 부문이 그러하다(2).

거듭 말하지만 이러한 연구 자체가 객관적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 과학의 이름을 가진 모든 연구에 대해 누구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지 비판 의식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유기농을 애호하는 사람으로서 유기농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들이다.

2013년 스위스 학자들은 유기농과 관행농의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방법 자체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였다. 여기서도 저자들은 “단위 면적당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유기농이 적었지만 단위 생산량당 영향은 더 큰 경우가 많았다”는 관측을 같이 했다. 유기농은 주로 토지 면적당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는 것으로 생각된다(3).

관행농업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화학물질(살충, 살균, 비료, 제초, 항생 등), 기계 및 설비, 화석연료가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조작기술이 추가되었다. 환경에 해로운 것으로 따지자면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기계 및 설비, 그리고 화석연료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농약만 안 쓰면 유기농이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고, 많은 소비자들은 유기농=친환경의 등식 아래 이를 환영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유기농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재고되어야 한다.

일부 유기농장은 관행농업 못지않게 대규모 대면적 농장을 운영하면서 중장비와 기계,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와 비닐을 사용하곤 한다. 중장비는 추가 비용을 초래하고, 흙을 경반화하고, 화석연료를 연소한다. 관개시설, 친환경자재 살포, 퇴비 뒤집기 및 운반, 가공포장 시설 등도 막대한 자본과 연료가 필요하다. (환경문제만이 아니라 빈곤문제도 다시 제기된다. 부농이 아니면, 또는 선진국이 아니면 어떻게 이런 시설을 운용하는가?)

중국에서 유기농 벼농사를 짓는 현장을 갔다. 집채만한 퇴비를 여러 개 만들고 굴착기를 동원해서 뒤집고 있었다. 굴착기는 굉음을 내며 흙을 짓누르고 시커먼 매연을 뿜고 있었다. 온중국이 유기농으로 전환해서 모든 농가가 저렇게 농사 지으면 환경을 살리는 길인가?

물론 유기농은 유기농 나름이다. 로데일에서 27년간 유기와 관행 옥수수 및 대두를 비교한 실험에 따르면 유기농이 관행에 비해 화석연료 투입이 옥수수는 31퍼센트, 콩은 17퍼센트 적었다고 한다(4).

사실 농업과 에너지의 관계를 파고 들어가면 석유의 문제를 만나지 않을 수 없다. 관행농업을 상징하는 대면적, 기계화, 첨단 화학물질, 공장 가공, 전지구적 운송 그리고 이를 통한 효율화, 규모화, 비용 절감이라는 신화는 석유라는 기변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가장 대표적 비료인 질소는 인류의 천연가스 총 소비량의 10%를 소모하는 엄청하게 화석연료 집약적/의존적 산업의 산물이다.

농업의 산업화요, 식량자원의 지하자원화다. 우리는 이미 석유가 없으면 먹고 마시고 살아갈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석유라는 무한의 염가 에너지원이 있었기에 오늘날과 같은 낮은 식품 가격이 형성될 수 있었고, 현대사회와 같이 농민이 극소수이면서 대다수 인구를 먹여살리는 구조가 성립될 수 있었다.

선진국 농산물이 싸다고 한다. 왜 저렴한가? 석유 덕에 가능하다(5). 석유라는 저렴한 에너지로 인해 기계화와 자동화와 규모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저비용은 결코 건전하거나 정상적이 아니다. 외부비용(환경, 건강 등)이 가격 산정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부비용을 감안하면 저비용은 사실 저비용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외부비용은 가격 산정에 반영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외부비용이라는 것이다(6).
 

오늘날 우리 농업은 중장비와 화석연료 사용이 보편화되었다.

, 오늘날 인류 일부가 누리는 식량의 풍요는 나머지 인류 및 지구 생태계의 희생(외부비용이기 때문에 무시된)을 바탕으로 성립한 것이다. 흙을 수탈하고 온 먹이사슬을 독극물로 오염시켰기에 그 댓가로 주어진 풍요다. 이러한 가운데 일개 개인이 정의롭게 살고자 한들 어떻게 착취의 공범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가?

여기서 유기농의 운명을 가늠해볼 수 있다. 유기농은 비정상적이고 불건전한 수준의 낮은 가격이 설정된 관행농산물과 경쟁해야 한다. 유기농은 관행농의 도구들(화석연료와 기계, 석유 부산물, 비닐, 포장 등)을 그대로 물려받아 사용할 것인가? 많은 유기농장에서 기계의 사용, 화석연료의 소비, 재생불가능한 각종 설비의 도입 등이 정당화된다.

심지어 일부 유기농 상품들은 고급 프리미엄 이미지를 살려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과도한 포장을 사용하기도 한다. 제품의 고급성을 치장하기 위해 겹겹이 싸놓은 포장들은 결국 쓰레기 문제에 기여하지 않겠는가?

관행농의 수단을 물려받는 순간 유기농은 자연과 공생하는 농사가 되기 어렵다. 물론 상대적으로 관행농업에 비해서는 나을 수 있지만, 대기 오염, 온실가스, 경반화, 쓰레기, 폐기물 등의 문제에 동참하게 된다.

그렇다고 기계 설비 연료가 없는 유기농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급진적이다. 적당한 중용을 찾아야 한다는 답 외에는 뾰족한 정답이 없는 문제다. 사실 정답이 존재하기에는 질문의 구조가 너무나 왜곡되어 있다.
 

서양 유기농에 유행하는 compost tea 기계, 기포기가 반드시 부착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농업의 철학과 기술의 체계 역시 친환경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호기성 발효가 무조건 좋다고 교육 받고 믿으면 산소 공급을 위한 각종 기계 설비를 설치하고, 이를 가동하기 위한 연료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미생물 활동을 위해 특정 온도를 맞춰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면 그 온도를 만들어내기 위한 가열기, 센서, 보온 기구 등을 설치해야 한다. 이처럼 비용이 올라가면서 대개 연료 소모 등 친환경이 내려간다는 점을 유의하자(7).

화학물질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독극물에 의해 환경이 파괴되고 동식물이 죽어가고 사람들이 병들어 간다. 이에 대해 분노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건강한 일이다. 그러나 “유기농”이라는 단일한 패키지로서의 대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의 변화에 늘 깨어있고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정의(justice)로서 유기농이 요구된다.

관행농의 방식을 너무 쉽게 동경하고 받아들이고 따라하지 말자. 화학 농약과 비료만 안 쓰면 유기농이라는 인식은 너무 단선적이고 위험하다. 포괄적으로 환경을 보존하고 사랑하는 길을 자꾸 찾아야 한다. 정답은 쉽지 않다. 복잡한 삶의 현장에서 수시로 정의와 도덕이 무엇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것과 똑같은 일이다.


참고자료

(1)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301479712004264

(2) https://geneticliteracyproject.org/2016/07/25/organic-vs-conventional-farming-lower-environmental-impact/

(3) http://esu-services.ch/fileadmin/download/meier-2015-LCA-organic.pdf

(4) https://attra.ncat.org/attra-pub/viewhtml.php?id=301

(5) http://www.resilience.org/stories/2006-06-11/implications-fossil-fuel-dependence-food-system/

(6) https://works.bepress.com/gabriela_steier/1/
(7) JADAM Organic Farming: The Way to Ultra-low-cost Agriculture

사진 출처

​목화 농장 중장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John_Deere_cotton_harvester_kv02.jpg

서양 콤포스트티 기계 http://www.composttea.com/portfolio-item/earth-tea-brewers/

윤승서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8.02.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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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친환경#관행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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