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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이 사라진다세계적으로 곤충이 감소하고 있다. 27년간 75퍼센트가 감소했다는 독일 연구가 발표됐다. 지난 40년간 인구는 두배로 늘어나는 동안 무척추 동물은 절반으로 감소했다. 작물 수정에 긴요한 꿀벌도 집단 폐사하고 있다. 농약은 환경에 잔류하며 모든 곤충 종을 무차별 위협한다.

독자들은 자동차 창문을 새까맣게 덮을 정도로 벌레들이 터져죽은 광경을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가 곤충과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필자는 어릴 때 독일에 거주한 적이 있는데, 고속도로(아우토반)를 달리고나면 창문과 차체에 온통 묻어있는 곤충 체액을 보며 경악했던 기억이 있다. 그게 80년대 중반이다. 그 뒤로 저 장면은 기억 속에 없다. 차를 달리면 차체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곤충이 터져 죽던 그 현상 자체를 나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그 뒤 거의 30년 가까이 지나 2012년에 그 현상을 다시 목격하였다. 뉴질랜드에서였다. 렌트카를 빌려 텅빈 도로를 무척이나 과속으로 달렸는데,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기로 손에 꼽는 뉴질랜드였기에 터져죽은 벌레들이 두텁게 차를 덮었던 기억이 난다.


뉴질랜드에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터져죽은 벌레들에 대한 연민과 아주 어릴 때 보았던 장면이 되살아난 정도. 그외에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글을 보다가 곤충이 차창에 터져죽는 “차창 현상(windshield phenomenon)”이라는 것이 사실 심각하고 중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창을 새까맣게 덮는 현상은 지구 곳곳에서 갈수록 보기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진화하여 공기 역학적으로 곤충들이 미끄러져 가게 된 것이 아니다. 곤충들이 갑자기 진화하여 강력한 비행 능력으로 자동차를 피해다니는 것이 아니다. 전지구적으로 곤충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2017Plos One에 발표된 독일의 연구에 따르면 곤충 개체수는 “위험하고도 극적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27년간 지속된 연구 결론은 곤충 수가 무려 75퍼센트 이상 감소했다는 것이었다.

27년 전이면 정확히 필자가 독일에 살면서 빗방울처럼 자동차에 터져죽는 벌레들을 목격하던 그 시절이다.

연구를 담당한 카스파르 할만도 연구 결과를 보고 “너무 놀랐다”고 언급했다. 그러한 심각한 감소는 생태계에 파괴적 연쇄 효과를 유발할 것이며, 생태 시스템 전체를 괴멸시킬 수도 있다. 더 무서운 사실은 곤충 감소가 관찰된 지역은 농경지나 도심지가 아니라 자연보호 구역이라는 점이다. 공원 지역마저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별 곤충 종의 감소나 멸종에 대한 연구는 있어왔지만 이번 같은 곤충 전체 개체수에 대한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연구는 독보적이다. 63곳에 설치된 곤충 채집망(Malaise trap)을 통해 27년간 조사를 진행하였다. 채집된 곤충의 총 생체 질량을 측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여름은 곤충이 가장 많아야 하는 시점임에도 무려 82퍼센트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부터 10월까지 채집된 곤충의 질량은 1989년에는 1.6킬로그램이었고 2014년에는 300그램에 불과했다.

꿀벌과 비슷하게 생긴 꽃등에의 경우 1989년에는 143종에서 17,291개체가 채집되었으나 2014년에는 104종에서 2737개체가 채집됐다. 84퍼센트 감소다.

연구진은 곤충 감소가 독일만의 현상일 수는 없으며 세계 곳곳에 똑같이 혹은 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조사가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뮌헨기술대학과 프랑크푸르트 자연사 박물관의 연구에 의하면 바바리아 지역 자연보호 구역에서 기록된 나비와 나방의 종 숫자가 1840년에 117종에서 2013년에 71종으로 줄어들었다. 자연보호 구역조차 개체수 감소와 멸종으로부터 동식물을 지키지 못한다.

2014년 “사이언스” 지에 발표된 스탠포드 대학 연구에 의하면 지난 40년간 전지구적으로 곤충, 민달팽이, 거미, 지렁이 등 무척추 동물의 숫자가 45퍼센트 줄었다. 세계 인구는 두 배로 증가한 시기에 소동물 숫자는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디르조는 지금도 IUCN에 수록된 3,623종의 육상 무척추 동물 중 42퍼센트가 멸종 위기종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2012년 런던 동물학회 발표에 따르면 곤충 수 감소가 생태계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다. 영국의 경우 나비, 딱정벌레, , 말벌 숫자는 60퍼센트 감소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벌 개체수가 30-40퍼센트 감소하였다. 군집 생활을 하는 벌의 집단이 붕괴되어버리는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이 목격되고 있다. 꿀벌은 인간 식량 생산의 직접적 공로자이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꿀벌은 인구의 90퍼센트를 먹이는 식량 작물 100종 가운데 70종을 수정한다. 꿀벌의 연간 작물 생산 기여도는 300억 달러로 추산된다. 특히 비타민이 풍부한 식량(야채, 과일, 씨앗 등)은 곤충 수정에 많이 의지하며, 우리가 섭취하는 비타민 C90퍼센트 이상이 곤충 활동에 비롯된다.

곤충 감소 원인으로는 살충제 남용 및 잔류, 농경지 특히 단일작물 재배지역의 확대,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등이 지목되었다.

자연 상태의 땅을 밀이나 옥수수의 단작 면적으로 바꾸면 그 지역은 생태적인 “사막”이 되어버린다. 종 다양성을 상실하므로 다양한 곤충의 생존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가 더해지면 독특한 환경에 살아남는 특이한 생명체만 번식한다. 이른바 “해충”과 “잡초”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니다.

곤충은 동물 종의 70퍼센트를 차지한다. 우리는 곤충을 보면 단순히 징그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들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지대하다. 우리가 죽이지 못해 안달인 바퀴벌레와 개미는 사실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분해하는데 큰 기능을 맡는다. 그들이 없으면 분해 능력이 저하되어 우리 주변은 유기물 쓰레기로 넘쳐날 것이다. 그들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더러움을 정화해주는 것이다. 바로 우리가 더러움이다.

곤충이 줄어들면서 생태계의 분해 기능이 떨어진다. 토양에서 영양분의 순환이 지체되면 생산성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곤충을 먹고 사는 동물이 타격을 입는다. 특히 곡류를 먹는 새에 비해 곤충은 먹는 새의 감소가 관측되고 있다. 무엇보다 곤충은 꽃을 수정하는 역할을 한다. 온대 지역에서는 야생 개화 식물의 3/4 이상이 퍼센트가 곤충에 의해 수정되고, 조류의 60퍼센트가 곤충을 먹이로 삼는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독일에서는 지난 12년 동안 새 개체수의 15퍼센트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0.13억 쌍의 새가 사라진 것이다. 이를 곤충 개체수 감소와 직접 연관짓는 연구는 없지만 당연히 관련이 깊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곤충의 세계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인간이 파악한 곤충은 백만 종에 달하는데 이는 전체 종의 10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곤충들을 알지도 못한채 얼마나 멸종시키고 있는가.

곤충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는 연간 570억불에 달한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참고일 뿐이다. 필자는 이런 식으로 생명이나 노동의 가치를 현금으로 표현하는 (몹시 미국적인) 사고 방식 자체를 싫어한다.

1980년대에 도입된 네오니코티노이드는 특히 꿀벌을 싹쓸이한 원흉으로 지목된다. 이 농약은 직접 살포되기도 하지만 종자 처리에 사용됐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미국에 시판되는 옥수수 종자는 거의 전량이 이 농약에 코팅된채 판매된다. 그러나 이 성분은 수용성이어서 걷잡을 수 없이 환경으로 번져나갔다. 이 농약은 “안전한 농도”에서 꿀벌을 죽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후에 다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낮은 농도에서도 꿀벌의 비행 능력, 의사소통 능력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들이 채집해오는 꿀의 양이 감소하였다. 야생벌, 호박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야생 말벌(Nasonia vitripennis)에 실시한 실험에서는 극미량인 1나노그램의 네오니코티노이드에 노출됐을 때도 번식률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는 9개 하천에 대해 네오니코티노이드 오염 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든 하천이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파종 후 비가 오면 오염 수치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용성 농약과 수질 오염의 직접적 연관이 확인되는 자료다. 한편 파종 직전까지도 성분이 검출되었기 때문에 환경 내 잔류 기간이 “최소한” 1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농약은 물고기 및 수중 생물을 직접 위협한다.

네덜란드 과학자들은 2003-2009년 네덜란드 수질의 네오니코티노이드 오염과 곤충을 먹는 15종의 조류 개체수의 관계를 조사하였다. 이 농약 성분이 물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새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농약이 많이 검출될수록 새 개체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새들은 곤충 감소로 인해 굶어죽거나 오염된 곤충을 먹음으로써 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꾸 외국 학자들의 자료를 인용할 것도 없다. 서울에 20년 이상 살아온 사람은 그 동안 서울이 얼마나 곤충의 불모지가 되었는지 알 것이다. 80년대에는 아파트 사이사이 녹지에 사마귀, 하늘소, 메뚜기, 귀뚜라미, 배추흰나비, 호랑나비(호랑나비란 노래도 나오지 않았던가) 등등이 지천이었다. 화단에 심어놓은 사루비아 꽃에서 꿀 빨아먹다가 벌에 쏘이기도 했다. 지금은? 하늘을 나는 것은 모기와 파리요, 땅을 기는 것은 바퀴와 개미뿐이니 그 많던 곤충은 다 어디로 갔을까?

국내 연구를 인용하고자 했으나 어느 특정 곤충 종이 멸종 위기에 있다고 경고하는 연구는 있으나 전체로서 곤충 개체수를 다룬 연구는 보지 못했다. 사실 특정 곤충을 죽이는 행위(살충)는 농약 이윤과 연결되므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특정 곤충 종의 안위에 대한 연구는 해당 전문가의 관심사일 것이다. 그러나 전체로서 곤충을 보호하는 것은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며 누가 연구하고 담당할 것인가?

안타깝지만 곤충을 지켜줄 의인은 없다. 사람에게도 농약을 주입하는 마당에 누가 곤충을 지키랴.

화학농약은 인간 탐욕의 소치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어느 정도 방제행위는 정당화된다 할지라도 환경에 분해되지도 않는 독극물을 살포하여 수년, 수십년을 먹이사슬을 타고 하나하나 종들의 고통과 죽음을 야기하는 행위는 어떠한 변명도 허용되지 않는다. 인체에 대한 유해성은 언급하지 않겠다. 인간은 인간 걱정만 할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곤충을 돌아보자. 신발로 질끈 밟아죽이기 전에 연민과 반성의 눈으로 바라보자.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 그로 인한 경제적 생태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우리의 “도덕적” 손실을 말하고 싶다. 독극물 농약의 살포는 죄악이다. 생태계와 동식물에 대한 범죄다. 인간의 잔학 행위에 희생되는 곤충들은 “멸종”으로 인간에게 호소하고 있다.

곤충은 인간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인간은 곤충 없이 살 수 없다. 아니, 인간이 없으면 곤충은 기쁨의 날개춤을 출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인가? 만물의 암세포인가? 자각하고 자성하자.


​참고자료
https://edition.cnn.com/2017/10/19/europe/insect-decline-germany/index.html

https://e360.yale.edu/features/insect_numbers_declining_why_it_matters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704973/Insect-population-45-just-35-years-Scientists-fear-drop-harm-planet-vital-role-play.html

http://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85809

http://www.sciencemag.org/news/2017/05/where-have-all-insects-gone

http://www.sciencemag.org/news/2017/05/where-have-all-insects-gone

http://www.nerc.ac.uk/research/partnerships/ride/lwec/ppn/ppn09/

https://sciencetrends.com/insects-suffer-mass-decline-disturbing-implications-ecosystem/

https://www.sciencenewsforstudents.org/article/bug-killer-linked-decline-birds

사진 출처

​벌레 먹는 새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0/0d/Muscicapa_griseisticta_eating_insect.JPG

꽃 위의 벌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1/1d/European_honey_bee_extracts_nectar.jpg

윤승서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8.03.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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