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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의 꿈, 세계 첫 유기농 국가부탄은 국가 전체를 완전한 유기농으로 탈바꿈하고자 한다. 화학 비료와 농약을 금지하고 모든 재배를 오직 유기농으로 실시한다. 부탄의 야심찬 꿈을 살펴보자.
부탄은 어떤 나라?

부탄은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 사이에 끼어있는 소국이다. 인구는 80만이 안되고, 면적은 4만 km2(남한 절반보다 적음)이 안된다. 이 작은 나라는 여러 모로 특이하다. 왕을 모시고 있고, 불교 국가이다. 그것만으로는 그렇게 독특하지 않다. 그러나 헌법에 국토의 60퍼센트 이상이 천연 삼림으로 덮여 있어야 한다고 천명돼있다. 이건 상당히 특이하다. 그럼 이건 어떤가? 경제 개발 지표로 “국내총생산”이 아니라 “국민총행복”을 사용한다. 뭐라?

부탄은 국가 경영에 있어 국내총생산(GDP)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국가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GNH)가 공식 지표로 사용된다. 전설(?)에 따르면 1972년에 월드뱅크가 당시 17살인 부탄의 왕에게 부탄 국민들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하자, 왕은 “국가의 총생산보다 사람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국가총행복을 측정하는 데는 124개 지표가 사용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정신적, 심리적, 물질적, 영적, 환경적, 사회적, 건강적 여러 조건들이 측정된다. 이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에 부탄의 불교학자뿐만 아니라 서구 과학자들도 동원되었으며 차츰 국제적 명성을 얻어가는 중이다. 2015년 실시한 조사에서 부탄 국민의 8.8퍼센트만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간주한다. 47.9퍼센트는 약간 행복하고, 35퍼센트는 몹시 행복하며, 8.4퍼센트는 “깊이” 행복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부탄은 인구의 95퍼센트가 청정한 물과 에너지를 사용하며, 국토의 80퍼센트가 삼림이다. 탄소 배출량은 놀랍게도 제로(carbon neutral)이며, 식량 안보가 확보돼있다. 수량이 풍부하므로 원자력이 필요없다. 전기는 필요 이상으로 생산하여 인도에 수출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자동차라 한다. 자동차는 석유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에너지 수입이 발생한다. 개인들이 모두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산업주의, 자본주의, 소비주의의 막강한 힘을 실감한다.
국토 대부분이 산악 지형이다. 부탄은 불교 국가다. 산 중턱에 절이 자리잡고 있다.
벼 재배 현장에서 유기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전 국토를 유기농으로

여러 가지로 독특한 이 작은 나라가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고 차근차근 실천해나가고 있다. “전 국토를 유기농으로 전환하겠다!” 2012년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Rio+20 회의에서 부탄 총리는 선언했다. 2014년 부탄에서 개최된 IFOAM(국제 유기농 운동 연맹) 대회에서 농림장관은 그 목표를 202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06년 설립된 국가유기농프로그램은 2012년 선언에 따라 농민 교육을 전격적으로 확장하여 실시하고 있다. 심지어 정규 교과과정에 유기농이 들어갔다. 유기농 교육자료가 만들어졌고 각 지방 언어로 번역되어 나갔다. 정부가 유기농 인증의 역할을 수행하기로 하고 인증기구 수립에 들어갔다. 물론 인증 비용은 무료다.

유기농 인증기구의 첫 실험실이 2014년에야 문을 열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지역 시장을 노리는 마케팅이 주를 이루며, 3자 인증이 필요로 하는 미국이나 유럽 수출은 향후 과제다.
부탄이 유기농 국가 선언을 한 이유 중 하나는 우선 다수 농민들이 이미 전통적 방식으로 유기농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페마 걈초 전 농림장관에 의하면 국토가 대부분 산악 지형이기 때문에 농약을 사용하면 오염물질이 지형과 물의 흐름을 타고 확산되므로 다른 국가에 비해 피해가 심각하다. 그러나 이러한 실용적 이유 외에 철학적 이유가 있다. 부탄은 불교 국가다. 불교 신도로서 이들은 불살생을 중시한다. 동식물 그리고 벌레들을 존중하며, 이들도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화학 농약을 살포해서 해충을 비롯한 여러 생물을 무차별 학살하는 것은 분명 불교 정신에 위배된다.

걈초 전 장관은 농부의 아들이고 자신도 농부다. 뉴질랜드와 스위스에서 서양 농법을 공부하고 돌아왔지만 이제는 부탄의 유기농화에 전념하고 있다. “유기농을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시한을 정해놓진 않았어요. 한 지역, 한 지역, 또 한 작물, 한 작물씩 전환해갈 겁니다.” 그러나 2014년 현재 정부와 야당은 공히 십년 내에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식량의 70퍼센트가 유기농으로 재배된다.
전통적으로 쌀은 귀족층만 먹었다. 대부분 식량을 자급하지만 쌀은 수입한다.
​유기농 전환의 장애

유기농으로 전환하면 생산량이 줄지 않는가? 화학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해충이 창궐하고 수확량이 줄어든다는 것이 대부분 관행농가의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의외로 부탄 정부는 수확량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유기농산물을 넉넉히 생산하여 인도, 중국 등 주변국으로 수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유기농으로 수확을 늘리는 데는 “지속가능한 뿌리 밀집화(SRI)”라는 방법이 있다. 작물이 필요로 하는 물을 조절해서 주면서, 모종을 심는 시기를 잘 살피는 것이다. 그 경우 수확량이 두 배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 기업이 생산하는 종자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이 생산하여 판매하는 종자는 수확량이 높은 대신 다량의 농자재를 투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래종들은 지역에 적응되어 있기 때문에 병해충에 대한 저항도 높다.

다수 농민들은 유기농으로 전환할 경우 수확량 감소를 우려한다. 화학 비료를 써야만 열매 크기가 커지고 인도 등지로 수출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화학 비료를 처음 사용하면 수확량이 대폭 늘어나는 것에 매혹되지만 장기적으로 토양이 황폐해진다는 것을 점차 알아가고 있다. 토질이 악화되고 물을 머금는 능력이 현저히 약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지구적 기후변화는 부탄의 계획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수년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았으며 여러 차례의 기상 이변이 찾아왔다. 파로 같은 지역은 벌써 기아의 조짐을 보임에 따라 정부 보조금으로 화학비료와 농약을 제공해야 했다.

지방정부 관리들은 중앙정부의 계획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기도 한다. 린젠 왕축은 “완전히 유기농으로 전환한다고 하던데 일단 사람들이 먹을 식량은 확보해야지요. 유기농으로 어떻게 생산성이 나오겠어요?”라 말했다.
 
수십 년간 2에이커에서 유기농 논농사와 채소밭만 해온 다와 체링은 지금껏 화학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를 지었지만 이제는 농약과 비료에 손대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남에 따라 부인과 둘이서 유기농 농사를 짓기가 힘에 겹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부탄에서 지난 15년간 제초제 사용량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주로 청년들의 농촌 이탈 때문이다.

기후변화, 도시화, 이농 현상 모두 복합적으로 부탄의 유기농 계획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봤을 때 부탄에서는 유기농산물과 관행농산물의 가격이 같다. 심각한 문제는 인도에서 수입한 관행농산물은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기농에 대한 정부 보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부탄의 국왕과 비

​비정상성 속의 정상성의 어려움
 
부탄의 국가 목표는 본인 같은 성향의 사람은 전폭 지지하고 싶을 것이다. 농약 오염, 수질 오염, 토양 황폐화, 환경 파괴, 질병과 기형의 만연 등등 관행농업의 폐해에 신물이 난 사람들로서는 국가 전체를 유기농으로 전환한다는 그 발상과 대담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여러 사람들이 유기농의 기술적 문제를 지적하지만 오히려 그런 문제들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궁하면 통하는 것이다. 화학물질을 금지하면 사람의 지능은 대체 수단을 찾아낼 것이다. 어차피 수천 년의 유기농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전통이 상당히 보존되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나라처럼 나이 지긋한 농민마저 “농약 없이 어떻게 농사 지어?”라는 반응 일색으로 변해버린 나라가 차라리 그런 전환이 어려울 것이다.

본인의 우려는 사실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데에 있다. 오늘날 고립되어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주체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고립된 국가 또는 경제주체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지만 북한은 결코 고립되어 있지 않다. 고립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가 존재하지만 북한은 국제적 영향으로부터 결코 고립될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고립된 것이다.

부탄의 이상이 불교 정신에 부합하고 친환경적이고 국민 행복을 최우선시하고 농약을 금지하는 것은 모두 대찬성이다. 그것을 실현해낼 기술적 해법들도 찾아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바깥 세상의 영향이다.

화학 농약 기업의 로비나 침탈과 같은 것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 위협도 실질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직접적 위해 요소보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저해 요인이 존재한다. 위에서 잠시 언급되었지만 인도에서 생산한 관행 농산물이 부탄의 유기 농산물보다 저렴하다고 하였다. 부탄처럼 “가난한” 국가가 외부 자재 구입을 거의 끊고 최저 비용으로 생산해낸 식료품이 여전히 관행 농산물보다 비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우리 인류의 식량 시스템의 근본적 디자인에 대한 문제다. 대규모 면적의 단작과 다량 농약 및 비료 살포, 빠지지 않는 것이 기계의 사용.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석유다. 석유가 제공하는 무한의 에너지가 아니었으면 관행농업은 성립하지 못했다. 석유에 의존해서 성립된 식료품의 가격 자체가 일단 말이 안되는 것이다.  화학 비료, 농약, 기계 모두 화석연료로 인해 가능해진 것 아닌가.

부탄의 꿈에 경의와 지지를 표한다. 반드시 성사시켜서 보기 좋게 이 세상에 희망을 던져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세상 모든 국가와 사람들이 물질주의를 추구함에도, 식량을 둘러싼 가격 시스템 자체가 왜곡되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면 그만한 인류사적 쾌거 또한 없을 것이다.

참고자료
https://www.theguardian.com/global-development/poverty-matters/2013/feb/11/bhutan-first-wholly-organic-country
https://www.theguardian.com/sustainable-business/bhutan-organic-nation-gross-national-happiness-programme
https://www.globalagriculture.org/flagship-projects/organic-nation-bhutan.html
https://www.rodalesorganiclife.com/home/will-bhutan-be-the-worlds-first-organic-nation

사진 출처
벼 재배 현장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hutanRice2.jpg
지게 진 청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hutan_IMG_3874.JPG
산 속의 절 https://www.flickr.com/photos/kartlasarn/6581764759
부탄의 국왕과 비 https://www.flickr.com/photos/xtremepeaks/5755119990

윤승서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8.05.1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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