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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하늘이 짓고 나는 관리만 할 뿐이다....오토호박은 오이, 토마토, 호박을 줄인 말이다. 20년 동안 오토호박을 재배하며 자연 앞에 겸손함을 깨우쳐 가는 농도(農道)를 실천하는 송엄종님의 오토호박 농장을 방문하였다.

www.jadam.kr 2005-05-19 [ 손병홍 ]
농사는 하늘이 짓고 나는 관리만 해 줄 뿐이다 - 송엄종.

농사 잘 짓는 사람들을 기술자라고 칭하는데 다 부질없는 말이 뿐..
“농사는 하늘이 짓는 것이고, 사람은 관리만 할 뿐이여. 호박은 일조 조건이 중요한데, 이것은 사람 힘으로 할 수 없는 거여. 자연이 베푸는 혜택으로 작물이 자라고, 사람은 A급을 생산할지 B급을 생산할지 이 노력만 할 뿐이여.”

20년 동안 호박, 토마토, 오이를 재배하고 있는 송엄종님이 인터뷰 내내 해 주신 말씀이다. 호박과 토마토가 하우스 안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을 둘러보고 감탄이 절로 나왔지만, 정작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은 자연 앞에서 겸손해져 있었다.

www.jadam.kr 2005-05-19 [ 손병홍 ]
한 단에 3~4개의 토마토를 달아 크고 육질이 단단한 상품(上品)의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광양(光陽)은 일조량이 많아서 호박을 재배하기에 최적지
광양의 한자를 풀이해 보면 빛 광, 볕 양이다. 일조량이 많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겨울에 호박 재배가 힘들어도 광양에서는 가능하다고 한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이, 600평 하우스 안에 무농약 재배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잎과 굳은 줄기, 고품질의 호박이 가득했다.

호박 재배에 있어서 일조량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비가 2~3일만 계속 내려도 흑성병이 오고 호박이 상품성을 상실한다. 올해도 초기에 일조량이 많지 않아 흑성병, 역병 등이 와서 고생을 했다고 한다.

www.jadam.kr 2005-05-19 [ 손병홍 ]
한 단에 3~4개의 토마토를 달아 크고 육질이 단단한 상품(上品)의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쌀겨 발효, 생선 아미노산과 기피제를 중심으로.
토마토를 정식하기 전에 쌀겨를 토착미생물과 발효시켜 1200평에 5톤 정도를 뿌려준다. 이외에 쌀겨, 혈분, 유박, 골분 등으로 섞어띄움비를 만들어 뿌려준다. 이런 토양기반조성 하에서 생선 아미노산을 3~4일에 한번 관주를 해 주어 질소를 공급한다. 고랑의 비닐을 걷어 보니, 지렁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푸석 푸석한 땅의 생명력이 고품질의 무농약 호박과 토마토 생산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www.jadam.kr 2005-05-19 [ 손병홍 ]
소리쟁이, 할미꽃, 자리공, 아카시아 꽃, 칡 꽃 등 각종 자재들은 3~6개월의 숙성과정을 거친다.

이 좋은 거 내가 먹기도 하고 작물한테 주기도 하려고 만들고 있지

www.jadam.kr 2005-05-19 [ 손병홍 ]
항균효과가 있는 소리쟁이 뿌리로 담근 자재는 송엄종님의 자랑이다. 복용도 하고 기피제로도 사용한다.

송엄종님은 하우스 안팎으로 여기 저기 자연농업 자재들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바닷가 낚시꾼들에게 공짜로 얻은 생선으로 만든 생선 아미노산, 돼지 머리로 만들어 놓은 동물 아미노산 그리고 소리쟁이 뿌리, 할미꽃 뿌리, 자리공 뿌리, 아카시아 꽃, 마늘, 생강 등을 현미식초와 주정에 넣어 만들어 놓은 자재들이 한 방 가득하다. 생선이나 돼지머리로 만들어 놓은 아미노산은 역한 냄새 하나 없이 구수한 향을 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자재는 역시 술로 담가 놓은 것들이라 한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복용을 하는 약재로, 작물에게는 살충과 살균을 하는 기피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리공 뿌리로 만든 자재는 충을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자신도 이것을 살포하면서 몸이 마비되는 증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살(殺)이 아니라 기피제로 활용
토마토, 오이, 호박을 무농약으로 재배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자연농업 기본연찬에서 배운 바대로 자재를 만들고 토양관리를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자재를 어떻게 만들고 활용하는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웃음 지으신다. 무농약 재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 확실한 데이터는 없어도 틈틈이 연구를 통해 여러 자재들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농도 장애가 와서 3가지 이상의 자재는 섞지 않거나 하나씩 사용할 때보다 희석배수를 크게 하여 사용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무농약 재배를 위한 확실한 살충ㆍ살균제는 없다고 한다. 특히, 진딧물을 잡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급할 경우 시중에서 판매하는 자재를 사용해 보지만, 효과가 지속되지 않고 그때뿐이란다. 지금은 자연농업 자재에 대한 보다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살충이나 살균이 아니라 기피제를 통한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www.jadam.kr 2005-05-19 [ 손병홍 ]
배꼽 썩음병의 피해를 본 토마토.

농민이 스스로 무덤을 판다.
4년 전 태극 애호박을 처음 재배할 당시에만 해도, 광양에서 4농가가 시작을 했다고 한다. 현재는 태극 애호박은 대중화되어 버렸다. 여기저기 들판을 둘러보아 비닐하우스가 들어서지 않은 곳이 어디 있는가. 벼농사의 한계를 말하며, 엄청난 보조금을 주어 시설 재배를 농민들에게 권장했던 정부의 정책으로 이미 과잉 생산의 단계에 와 있다고 한다.

www.jadam.kr 2005-05-19 [ 손병홍 ]
무농약으로 재배한 태극 애호박.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태극 애호박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일반화되어 버린 지금, 캡(cap) 하나에 430~490원을 들여 고품질의 애호박을 생산하지만, 일반 애호박과 가격차가 사라져 버렸다. 결국, 태극 애호박 캡(cap)을 개발한 사람과 중간 유통업자들만 이익을 보고 농민들은 생산비의 증가와 노동력 증가라는 굴레만 더 쓰게 되었다고 하셨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에 앞서 일본처럼 지역별 특화 농산물을 농가들이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정책이 더 필요할 것이다.

자재를 스스로 만들어 쓰는 재미, 내 후손의 건강을 생각하는 농민이 되기 위해
왜 자연농업을 하는가에 대해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한숨부터 나온다. 관행 재배보다 더 많은 노동과 병충해를 막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씀하신다.

“ 첫째는 내 건강을 위해서지. 그리고 우리 후손들이 건강해야지. 그래서 약 안치고 이런 고생하면서 농사짓는 거 아니겠는가. 소비자들은 잘 몰라. 약간만 모양이 이상해도 불평들을 하거든. 농민들 고생하는 것을 좀 알아주어야 하는데......”

www.jadam.kr 2005-05-19 [ 손병홍 ]
부부는 아름답다. 묵묵히 의지하여 일하는 부부의 모습은 진정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다.

하우스 한 귀퉁이에 기피제로 사용하기 위해 어성초와 허브, 제충국을 심어 놓았다. 자연농업에 대한 부단한 그의 연구와 노력은 계속되고 있음을 확신하며 취재를 마쳤다.

손병홍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5.05.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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