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제작을 의뢰한 양백규씨의 풍림농원을 찾아갔다. 양백규씨는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서 부모를 도와 배 농사에 뛰어든 스물아홉 살의 젊은 농부다.

ⓒ www.jadam.kr 2006-01-24 [ 유걸 ] 스물아홉 살의 젊은농부 양백규씨

한 때 양백규씨는 대학에서 기계학을 전공하고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신하여 삼성반도체에 들어갔다고 한다. 6년이 지난 2002년 돌연 사표를 던졌다.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미쳤다고 했다. IMF 이후 대학졸업자들의 취직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던 시기였으니 그런 반응은 당연했다.

그러나 양백규씨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에도 추호의 후회가 없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농촌에서 살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정서가 시계추처럼 기계적으로 째깍째깍 움직이는 회사생활과 맞지 않았다고 한다.

ⓒ www.jadam.kr 2006-01-24 [ 유걸 ] 수령 30여년생 건강한 배나무

퇴직 후 양백규씨는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했다.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2002년 그해 시험에 합격했다. 몇 개월간 수원에서 부동산 경매 관련 일을 했다. 그러나 그 또한 사기꾼 취급당하는 게 싫어 때려 치고 2003년 3월 고향으로 내려왔다.

양백규씨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풍림농원은, 계곡 풍광이 아름다워 여름철이면 사람들로 늘 북적이는 장안사 인근에 위치해 있다.

'장남인데다 언젠가는 부모님의 농사를 이어받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 www.jadam.kr 2006-01-24 [ 유걸 ] 텃밭에 말리고 있는 수많은 게껍질

귀향 이후 3년 동안 열심히 부모의 농사일을 도왔다. 도시에서의 각박한 생활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나름대로 농사에 대한 목표도 정했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자. 그래서 지난해에는 자연농업 학교를 찾아가 기본연찬에 과수 전문연찬까지 받고 심화과정도 신청을 하였다고 한다. 앞으로 양계, 양돈 전문연찬도 받을 거란다.

ⓒ www.jadam.kr 2006-01-24 [ 유걸 ] 마당에 널린 뼈다귀, 인산칼슘 재료다

농장을 방문했을 때 양백규씨는 창고 앞마당과 텃밭에 수많은 게 껍질과 돼지 뼈를 말리고 있었다. 모두 다 직접 식당을 돌며 차로 구해온 것이라 한다. 더욱 놀란 것은 지난해 교육 받은 이후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자재창고에는 자연농업에 필요한 기본자재들이 대부분 갖춰져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4톤 분량의 토착미생물4번이 볏짚에 덮여 있었다. 자타일체원리에 따른 영양주기표까지 미리 만들어 두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친환경 자연농업 방식으로 농사를 지을 겁니다. 저에게 올해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원년이 될 겁니다.’

ⓒ www.jadam.kr 2006-01-24 [ 유걸 ] 4톤분량의 토착미생물4번

사진을 찍기 위해 양백규씨와 배 밭을 쭉 둘러보았다. 야트막한 구릉을 배경으로 4천여 평의 배 밭이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임야를 포함하면 1만5천 평 정도 된다고 한다. 할아버지 때 심어 수령이 30여년이 넘었다는 배나무는 한결같이 건강해 보였다.

하얀색 진돗개 암수 두 마리가 장난을 치며 양백규씨를 종종 따라다닌다.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복슬이란다. 개는 두 마린데 그냥 그렇게 하나로 부른단다.

결혼했냐 물으니 아직 안했단다. 요즘 농촌으로 오고자 하는 여자가 누가 있겠느냐며 웃는다.

ⓒ www.jadam.kr 2006-01-24 [ 유걸 ] 다양한 자연농업 자재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저희는 배뿐만 아니라 14,000평 정도의 벼농사도 같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거기에 더하여 양돈 및 양계 등도 같이 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거름을 비롯한 자연농업 자재를 자체 조달하면서, 가축용 사료를 최소화 하는 순환식 친환경 자연농업을 이뤄 갈 것입니다.

주위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작목반도 만들어 과수뿐만 아니라 쌀, 계란, 고기 등 다양한 친환경 자연농업 먹거리를 만들어 판매할 생각입니다.’

농사는 농심(農心)으로 짓되, 직접 농사를 지어 살아가려면 60%는 장사꾼의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홈페이지를 만들게 되면 앞으로 직접거래 비중을 높여나갈 생각입니다.’

스물아홉살의 젊은 농부 양백규씨.

우리나라 친환경 자연농업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길 희망한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6.01.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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