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jadam.kr 2006-05-10 [ 조명옥 ]

경기도 북쪽에 위치한 덕분에 꽃소식이 다른 곳에 비하여 늦다. 작은 행사로 자연과 더불어 하는 이들과 자주 만났지만 배꽃이 필 때면 인공수정 때문에 과수원 일이 바빠 배꽃 축제를 열기는 힘이 들었다.

배꽃이 하얗게 덮인 들판을 찾아 온 이들에게 배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 외에 자연 속에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도 더불어 벼르기만 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29일 토요일에 농장 고객으로 인연을 맺고 지내던 예담차회 원장님과 마음이 통해 배꽃 화려한 날을 택해 과수원 들판에서 간단한 헌다식과 행다시연 후 모두 같이 즐길 수 있는 들차회를 열었다.

이곳 양주시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함께그린양주'에 이 소식을 올리자 평소 '행복배 홈'에 드나들던 이들과 인터넷으로 알게 된 이들의 문의 전화가 간간이 왔다.

들차회가 일반인들에게 낯설어 궁금증이 많았던 것 같다. 회비 문의도 빠지지 않았다. 농장이 배꽃을 즐기는 이들을 배려하는 것에 의아해 하는 이들도 있었다.

헌다식을 시작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제문으로 농장 안주인 내 시를 이현희 시인이 시낭송해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헌다식은 일 년 농사의 안녕과 풍년을 돼지머리가 아닌 과일과 떡, 차를 대신하여 놓고 하늘에 드리는 제사라고 하면 알기 쉽다.

천연염색의 한복을 차려입고 은은히 갈리는 우리 음악의 음률을 타고 행다시연을 하는 이의 고운 손의 움직임과 몸놀림은 보는 이들을 자연 속으로 끌어들였다. 옛 선인들이 얼마나 풍류를 즐기고 낭만적으로 살았는지 실감할 기회였다.

뒤이어 참석한 모든 이들이 군데군데 배나무 아래 만들어 놓은 찻자리를 돌며 여러 가지 차와 궁중 떡을 음미하며 담소하는 시간이었다. 커피 문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들판에서 즐기는 차 문화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찻자리마다 차를 내리고 대접하는 이가 차를 소개하고 차 즐기는 법을 알려 주었다. 자리를 같이한 이들은 초면에도 친구가 되어 머리 위에서는 화사한 배꽃이, 풀밭에서는 정다운 이야기꽃이 만발한 하루였다.

일부 참가자는 유기재배를 하는 농장이어서 그런지 안심하고 쑥이나 나물을 뜯었다. 아이들은 호밀이 발목까지 자라서 푹신한 들판에서 뛰고 넘어지며 마음껏 노닐었다.

과수원을 찾은 모든 이가 행복해 하는 것을 보니 내년에는 더 알차게 행사를 준비하겠노라 다짐하게 된다. 과수원 안주인으로서 가슴이 뿌듯했다.

- 배양농원 홈페이지 http://www.happypear.co.kr

조명옥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6.05.0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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