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가난한 환경 미화원 장발장은 한 때 그물버섯(Boletus edulis)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 그러나 금년처럼 지독하게 가뭄이 심한 해에는 버섯도 가물에 콩 나기다. 자기 정신을 잃을 만큼 그물버섯을 먹고 싶어 안달이 나서 달이라도 따다가 저며서 볶아 먹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루부르 박물관 옆에 있는 농부시장을 지나가게 되었을 때 버섯이 쌓여있는 좌판에 “그물버섯 1kg 에 30프랑"이라는 가격표가 눈에 들어온다. 장발장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쌓여 있는 버섯 가운데 제일 큰 놈 한 개를 움켜잡자마자 삼십육계 줄행랑 뛰기 시작하였다.

ⓒ www.jadam.kr 2013-02-27 [ 최종수 ] 라일락멋그물버섯(임시이름, 한국 미기록종)Xanthoconium separans(Peck) Halling & Both. 이 버섯은 그물버섯 Boletus edulis 와 생김새도 비슷하고 그 맛도 훌륭하다.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너 거기 꼼짝 말구 서!" 하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힐끗 돌아보니 거기 제복을 입은 사람이 손을 흔들며, " 난 검사관(inspector) 자베르다!" 장발장은 멈추어 서는 대신 걸음아 날 살려라 죽을 힘 다해 도字 망字 달아난다. 자베르도 전 속력으로 쫓아온다. 장발장은 루브르 박물관 앞문으로 들어가 뒷문으로 빠져 나온다. 카메라를 둘러 멘 관광객들을 흩어가며 뛰고 또 뛴다. 쎄느강 좌안(左岸 Left Bank))으로 다시 우안(右岸 Right Bank)으로 뛰고 또 뛰고, 프랑스 은행을 통과하기도 하였다.

"거기 서! 거기 안 서?!" 자베르는 계속 고함을 지르며 따라 온다. 그물버섯을 볶아먹을 생각이 머리를 스쳐가자 장발장의 마라톤 속력에 박차를 가한다. 한 참 정신없이 뛰다가 보니 마치 석탄광 갱도 속으로 들어 선 것처럼 갑자기 어두워진다. 순간 장발장은 자기가 저 유명한 파리 시내 지하 하수도에 들어 선 것을 알아차렸다. 허겁지겁 하수도를 통과하여 환한 곳으로 빠져 나오는데, 아뿔사! 거기 검사관 자베르가 서 있지 않은가!

ⓒ www.jadam.kr 2013-02-27 [ 최종수 ] 쓴맛그물버섯 Tylopilus felleus(Bulliard) P. Karst. 독성은 없으나 그 맛이 쓰다.

장발장은 잽싸게 몸을 피하여 근처 수녀원으로 잠입하여 수녀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허지만 이러한 변장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훈련을 받은 자베르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순간 장발장은 그물버섯 반쪽을 자베르에게 나누어주면 되겠다 싶었다. 그러나 자베르가 청렴결백한 검사관이라면 이건 도둑질에 더하여 뇌물죄까지 덮어 쓸 판이다. 장발장은 이제 할 수 없이 손을 내밀어 수갑을 채우라고 할 도리 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장발장은 검사관에게, "자, 수갑을 채우슈. 바스띠유 감옥에서 죄 값을 치루리다."

그러자 자베르는 "이 봐, 자넨 지금 오해하구 있어." "아니 오해라뇨. 전 도둑입니다. 벌 받아 마땅합죠. 빅토르 위고가 생각했듯 그저 빵 한 조각을 훔쳤어야 했소만..." 자베르는, "아냐, 아냐, 자넨 계속 오해하구 있어. 난 경관이 아니라 파리 시장에서 판매하는 버섯을 검사하는 버섯 검사관이오. 혹여 장사치들이 잘못 동정한 버섯을 팔고 있지나 않나 검사하는 거요. 자네가 훔쳐간 그물버섯은 그 맛이 지독하게 쓴 쓴맛그물버섯(Tylopilus felleus)이었소." 이 말을 듣자 장발장은 "헌데 뭣 땜시 날 그렇게 쫓아왔소?" "그야 자네가 저녁 밥상에서 낭패한 모습을 보구싶지 않았기 때문이오." 이 말을 하면서 자베르는 장발장의 등을 톡톡 친다. "아니 그렇다면 날 놓아주는 거요?" "아무렴, 그렇구 말구."

ⓒ www.jadam.kr 2013-02-27 [ 최종수 ] 빨간구멍그물버섯 Boletus subvelutipes Peck. 독버섯이다. 자실층이 빨간색이고 건드리면 즉각 청변하는 그물버섯류는 피해야 한다.

그 뒤 장발장은 다른 농부시장에서 또 다른 그물버섯을 훔친다. 그러나 집에 와서 살펴보니 그건 독 그물버섯 Boletus satanas 였다! 장발장은 탄식한다. "독 그물버섯이여, 그대가 결국 나를 잡고 말았소!" 하면서 가슴에 십자를 긋는다. 그리고 동네 슈퍼로 양송이버섯을 사러 나갔다. 저런, 저런, 참으로 가련한 친구(miserable man) 같으니라구....쩝쩝! @

참고문헌:

Lawrence Millman, "Les Miserales," Fungi, Vol. 5:5, Winter 2012, p. 32.

위의 이야기는 이 글을 거의 완역한 것이다. 단지 우리말의 감정만 섞었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3.02.27 23:23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