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충북 제천 송학면 오미리에 40대 농부가 귀농을 했다. 부모님께서 몇 해전 귀촌을 먼저 하신 후 아들인 서동욱님이 뒤따라 서울살이를 접고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시작했다. 선택한 작목은 마을에서 많이 재배하는 고추다.

고추농사는 밭농사 중에 가장 힘든 작물로 여겨진다. 게다가 자닮식 유기농 노지고추라니. 그런데 서동욱님은 고추농사가 재미있고 자닮식이 쉽고 효과가 좋다고 한다. 자연을닮은사람들 동영상을 보며 12가지의 각종 액비를 하나하나 만들고 액비를 관주하기 위해 노지고추밭임에도 1100평 고추밭 이랑마다 하우스 고추 재배하듯이 점적호스를 설치했다. 비닐하우스만 없다 뿐이지 하우스고추 설비만큼이나 공을 들였다.

서동욱님은 귀농 2년차이지만 노지 관주시설을 손수 공들여 해놓고 고추 정식 전부터 토착미생물 배양액 관주 5회를 비롯해서 일주일 간격으로 지난 일년동안 만든 각종 액비를 자닮방식으로 관주하고 있다. 게다가 액비와 독초를 스스로 응용해서 개발하기도 한다. 전직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치밀함이 농장에서 배어나온다.
  지난해 고추탄저병 발병이 거의 없이 고추농사를 잘 지었다. 토착미생물 배양액을 주기적으로 이랑에 관주하고 엽면 살포하면서 길항작용의 효과를 보았고, 자닮유황의 살균효과 또한 컸다는 것이 서동욱님의 자체 분석이다. 자닮방식만으로도 화학농약과 화학비료 없이도 고추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든 것 만으로도 큰 보람이 있는 한 해였다.

지난해에는 액비 준비가 충분하지 않아 마음 먹은 만큼 고추농사를 잘 짓지 못했다고 한다. 올해는 일년동안 준비한 12가지 액비와 은행, 백두옹, 돼지감자, 자닮오일, 자닮유황, 자닮연수기가 모두 준비되어 있다. 관주시설도 완벽하다. 

농사를 오래 지은 사람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공부하는 귀농인들이 농사를 더 잘 짓는다는 말이 있다. 농사를 오래 지은 농민들은 늘 하던 대로 농사지으려는 성향이 있다보니 배움을 게을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귀농인 중에는 무모하게 도전하다 실패하는 사례가 많지만 배움과 실천을 부지런히 해서 귀농 몇 해만에 농사의 달인이 되기도 한다. 서동욱님에게서 성공 귀농인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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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철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6.06.0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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