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마가 끝나면 그야말로 “우후죽순”이 아니라 “우후버섯”처럼 많은 버섯들이 돋아난다. 야생버섯 애호가들은 때를 만난 것처럼 환호성을 지르며 여러 식용버섯들을 채취하게 된다. 버섯이 많이 돋는 만큼 그 만큼 독버섯 중독사고도 빈번하다. 버섯을 관찰하다 보면 그 버섯이 그 버섯 같아 가려내기 힘든 때가 많다. 버섯은 공부해 보면 공부해 볼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오랜 세월 버섯을 잘 관찰해 온 고수들도 아리송한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식용버섯과 아주 유사한 독버섯 몇 종류를 비교해 봄으로써 자칫 혼동을 일으켜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해보고 싶다.
1. 큰갓버섯과 흰갈대버섯
큰갓버섯(Macrolepiota procera)은 잘 익혀서 먹으면 맛좋은 식용버섯으로 여름에서 이른 가을까지 땅위에 돋는다. 대가 비교적 긴 편이고 대에 동글동글하게 달린 턱받이가 있다. 그 긴 대와 갓이 마치 우산처럼 생겨서 영어속명이 Parasol이다. 특히 갓 중앙에 짙은 갈색의 젖꼭지처럼 생긴 것이 오똑하고 갓 위에 여기 저기 갈색 인편을 많이 가지고 있다. 포자색이 흰색이기 때문에 주름색깔도 하얗다.
독버섯인 흰갈대버섯(Chlorophyllum molybdites)의 특징은 한마디로 그 포자색이 초록색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영어속명이 Green-spored Lepiota이다. 그러나 유균일 때 그 주름색깔이 아직 흰색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많은 중독 사고를 일으키는 버섯인데, 인가 근처 공원이나 잔디 위에 여름 소나기 뒤 많이 돋고 큰갓버섯처럼 먹음직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큰갓버섯의 대보다 더 짧아 대체적으로 키가 더 작은 편이다. 먹으면 한 두 시간 이내에 심한 구토와 복통 설사를 일으킨다.
2. 느타리버섯과 넓은옆버섯
느타리버섯(Pleurotus ostreatus)은 기후 조건만 맞으면 연 중 어느 때라도 죽은 나무 위에 또는 땅 속에 묻힌 죽은 나무뿌리에서 돋는 가장 맛이 좋은 식용버섯이다. 허지만 대체로 봄과 가을에 돋는다. 기온이 따뜻한 봄이나 여름에 돋는 것은 흰색이거나 크림색 또는 은색 섞인 회색이지만 날씨가 추운 가을이나 초겨울에 돋는 것은 회색이나 짙은 회갈색의 갓을 가지고 있다. 주름살은 내리주름이며 우산처럼 돋지 않고 대가 거의 없이 옆으로 층층이 붙는 측생이다. 포자색은 흰색이다.
넓은옆버섯(Pleurocybella porrigens)은 얼핏 보면 느타리버섯으로 오인하기 가장 쉬운 버섯인데 느타리버섯 보다 더 얇고 작으며 살도 좀 더 질기고 맛도 없다. 그 색깔이 하얗기 때문에 영어속명이 Angel Wings라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식용버섯으로 알려져 왔으나 2004년 일본에서 이 넓은옆버섯을 먹고 많은 사람들(노인들)이 중독되었고 그 가운데 14명이 콩팥 기능 장애로 사망한 사건이 보도된 뒤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버섯이 되었다. 느타리버섯이 주로 죽은 활엽수에 돋는 것과 달리 넓은옆버섯은 죽은 침엽수에 돋는다.
3. 꾀꼬리버섯과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
자실체가 노란색이어서 한국 이름 꾀꼬리버섯(Cantharellus cibarius)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게 된 버섯인데 여름에 숲속 땅 위에 돋는 살구냄새를 가진 맛 좋은 식용버섯이다. 살구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이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돋는 것은 살구냄새가 나지 않는다. 아마도 지역에 따라 냄새가 다른 것 같다. 가장 큰 특징은 주름살이 날카롭지 않고 무디며 내린 형으로 깔때기 모양을 가지고 있고 갓 가장자리가 물결치는 것처럼 굴곡을 이루고 있다. 노란색 섞인 주황색이거나 노란색 버섯으로 그 대도 위 부분은 노란색이고 밑으로 갈수록 엷어진다.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Omphalotus illudens)은 한국 미기록 종이어서 임시로 붙인 이름이다. 밝은 주황색을 가지고 있고 주름이 내리 주름이어서 얼핏 보면 꾀꼬리버섯을 닮았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다. 밤에 야광을 내고 할로윈 호박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영어속명이 Jack-O-Lantern이다. 여름에서 가을에 활엽수 특히 참나무 그루터기 주변에 수 백 송이씩 다발로 돋는 독버섯이다. 포자색은 흰색이다. 먹으면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한 위장장애를 일으킨다. 먹으면 한 시간에서 세 시간 사이에 오신 구토 복통 두통이 오고 피로 현기증에다가 땀 눈물이 나고 설사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중추신경계에 중독현상을 일으키는 것 같다. 그러나 때로 설사하기도 한다. 꾀꼬리버섯은 그 주름이 무디고 어느 것은 주름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이지만,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의 주름살은 면도날처럼 날카롭다.
4. 뽕나무버섯과 노란다발버섯
뽕나무버섯(Armillaria mellea)은 10여 종류가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흔한 노란색을 가진 뽕나무버섯은 특히 죽은 참나무 등걸이나 그루터기 위에 또는 그 주변에 다발로 엄청나게 많이 돋는다. 그 노란색이 꿀 색깔이라 하여 그 영어속명이 Honey Mushroom이다. 그 갓 위에 아주 미세한 침이 돋은 것 같고 중앙으로 갈수록 밀집되어 그 색이 더 짙다. 대에 턱받이가 있고 대 밑으로 갈수록 갈색의 줄무늬가 있다. 그 포자색은 흰색이다. 아주 멀리 까지 뻗어가고 수 천 년 동안이나 살아남을 수 있는 놀라운 버섯이다. 상당히 맛좋은 식용버섯으로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그 돋는 환경과 색깔과 돋는 모습이 독버섯인 노란다발버섯과 혼동을 일으키기 아주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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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jadam.kr 2011-07-22 [ 최종수 ]
노란다발버섯. 한국에서 이 독버섯은 치명적 독버섯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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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다발버섯(Hypholoma fasciculare 또는 Namaetoloma fasciculare)은 그 갓이 노란색이고 대에 불완전한 턱받이가 있다. 죽은 활엽수 그루터기 위에나 그 주변에 다발로 많이 돋는 것이 뽕나무 버섯이 돋는 것과 비슷하다. 오직 다른 것은 뽕나무버섯의 포자색은 흰색이고 따라서 주름색이 흰색인데 비하여(물론 노균이 되면 갈색이 된다), 노란다발버섯은 그 포자색이 자갈색이어서 주름색깔도 자갈색이다. 또 뽕나무버섯은 그 맛이 달지만, 노란다발버섯은 그 맛이 쓰기 때문에 쉽게 구별된다.
5. 곰보버섯의 일종인 Half-free Morel과 Verpa bohemica
곰보버섯의 일종인 Half-free Morel(Morchella semilibera)라는 버섯은 아직 한국 미기록종이지만 한국 제주도와 육지 내장산 국립공원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그 특징이 영어속명이나 학명이 말해주는 것처럼 황갈색 갓이 대에 반만 붙어 있다는 점이다. 이 버섯을 반으로 갈라보면 대와 갓 안쪽이 텅 비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른 봄에 다른 곰보버섯과 함께 활엽수 특히 튤립 포플러나무 밑 땅위에 돋는다. 식용버섯이지만 그 맛은 별로이고 잘 익혀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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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jadam.kr 2011-07-22 [ 구재필 ]
Verpa bohemica. 이 한국 미기록종 버섯은 우산돌이 구재필 님이 강원도에서 발견하여 촬영한 사진을 빌려 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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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한국 미기록종인 Verpa bohemica 또는 Ptychoverpa bohemica라는 버섯도 아직 한국에 기록은 없지만 한국 강원도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 특징은 Half-free Morel과 달리 머리 부분의 황갈색 갓이 대 끝가지 떨어져 있고 머리 부분의 겉에 무디게 골진 주름이 있다는 점이다. 반 갈라보면 대 속에 솜 같은 섬유로 차 있다. 역시 이른 봄에 곰보버섯 철에 활엽수 특히 참나무나 너도밤나무 또는 튤립 포플러 나무 밑에 돋는다. 식독 불명이라고도 하고 식용하는 사람도 있으나 기록에 보면 많이 먹었을 경우나 또는 여러 날 계속해서 먹었을 경우 근육운동 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6. 민자주방망이버섯과 푸른색을 가진 끈적버섯 류
민자주방망이(Lepista nuda)는 늦여름에서 가을을 지나 초겨울 까지 낙엽 쌓인 곳이나 나무 칩 멀칭한 곳에 돋는 보라색 버섯이다. 버섯 전체가 마치 보라색 물감을 들인 것처럼 갓과 주름과 대는 물론 조직(살)까지 보라색이다. 물론 노균이 되어 감에 따라 엷게 퇴색하여 엷은 라일락 색이나 엷은 갈색을 띠기도 하지만 대체로 보라색이 보인다. 포자색은 분홍색 섞인 담황갈색에서 엷은 라일락 색이다. 사람에 따라 아주 맛좋은 식용버섯이라고 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지나친 평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늦가을에 많이 찾는 식용버섯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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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jadam.kr 2011-07-22 [ 최종수 ]
끈적버섯 류 Cortinarius pyriodor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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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버섯 류(Cortinarius spp.) 가운데 그 색깔이 보라색인 끈적버섯은 민자주방망이버섯과 혼동할 우려가 높은데, 끈적버섯 류는 대체로 독버섯이 많고 또 종류에 따라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것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끈적버섯 류의 특징은 그 포자색이 녹슨 갈색(적갈색)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주름 부분의 색깔과 포자색을 살펴야 한다. 또 갓 가장자리에 막질의 잔재가 남아 있고 유균은 거미줄 같은 막으로 덮여 있다. 특히 민자주방망이버섯과 비슷한 시기에 돋는 Cortinarius pyriodorus(Lilac Conifer Cortinarius)는 색깔도 모양도 비슷하다. 독성을 가진 끈적버섯 류의 버섯은 콩팥의 기능을 파괴하는 무서운 독버섯이다. 끈적버섯 류 가운데 식용버섯도 없지 않으나 혼동하기 쉽기 때문에 광대버섯 류와 더불어 아예 식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7. 잎새버섯과 왕잎새버섯
잎새버섯(Grifola frondosa)은 해마다 9월이면 죽은 참나무 그루터기 주변이나 오래된 산 참나무 밑동 주변에 삥 둘러 돋는다. 잎새버섯은 때 맞추어 잘 만나면 그 맛이 달고 향기도 좋은 식용버섯이자 항암성도 높은 약용버섯이기도 하다. 주름이 없고 중심 대도 없이 한 바탕에서 여러 갈래로 잎사귀처럼 생긴 버섯이 중중첩첩 돋는데 그 크기도 엄청나게 커서 보통 농구공만하거나 그것보다 더 큰 것도 있다. 회색에서 회갈색의 커다란 덩어리가 해마다 같은 장소에서 돋는다. 멀리서 보면 꼭 암탉의 뒤 모습 같아서 영어속명이 Hen-of-the-Woods라고 한다. 인종에 따라 Sheep's Head라고도 부른다. 포자가 나오는 잎사귀 밑 부분은 하얀색을 가진 구멍장이 류 버섯이다.
왕잎새버섯(Meripilus giganteus)은 얼핏 보면 잎새버섯과 똑같이 생겼고 색깔만 갈색이며 돋는 장소도 잎새버섯처럼 죽은 참나무 그루터기 주변에 삥 둘러 덩이 덩이로 많이 돋는다. 한 가지 특징은 이 버섯을 건드리면 흑변하여 검은 얼룩이 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어 속명이 Black-Staining Polypore라고 부른다. 또 돋는 시기도 잎새버섯 보다 더 일찍 돋아 2011년에는 6월에 돋았다. 어린 것은 식용하기도 한다지만 대체로 조직이 질기고 그 냄새도 다소 역하여 소화하기 어려운 버섯이다. 사람에 따라 심한 위장장애를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 찢어보면 쉽게 분리되지 않아 하얗고 긴 섬유질을 볼 수 있다.
끝으로 일본 원전사고 뒤에 발표된 일본 버섯 소식을 전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지난 4월 13일자 일본 신문(The Japan Times)의 보도에 따르면 후꾸시마 원전 동쪽 지역 16 지방 야외에서 원목 재배한 표고버섯으로부터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방사능이 검출되어 일본 총리가 판매 금지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다행히 실내에서 재배한 표고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1.07.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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