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www.jadam.kr 2006-08-01 [ 류기석 ] 몽골의 초원에서 경쟁의 수레바퀴를 벗고 인간다운 모습으로 살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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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은 광릉 숲 인근에서 살고있는 푸른바퀴 분들과 작년에 산악자전거로 여행하려던 곳이었다. 헌데 막상 자전거를 타고 몽골여행을 가려니 제대로 가이드할 여행사가 없어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후 말로만 떠벌렸던 몽골초원에 지천으로 피고지는 들꽃들을 직접 맘으로 만나보고자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일상을 뒤로하고 찾았던 것이다.
5월부터 본격적인 실행에 앞서 몽골체험에 대한 정보를 구했다. 동시에 인터넷 카페나 여행사를 통한 최적의 몽골여행도 아울러 살펴보았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현지 몽골여행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성수기인 7월13일부터 23일까지 10일간을 여행일정을 정하고 항공권을 예매했다. 항공권의 할인을 위하여 단체여행객의 일정에 맞추어 여행계획을 잡았으나 단체여행객들이 중도에 여행을 취소하는 바람에 7명이 단체로 할인혜택을 받는데 어려움이 많았다.(참고로 몽골항공권은 8명 이상이면 단체로 할인혜택이 주어지고 16명 이상이면 더 많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소한의 여행경비를 위해 현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로 하고 한국에 있는 몽골여행사와 현지의 후레정보대학, MIU대학, 울란바타르대학 등에 메일과 전화로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창의적인 모험과 도전적인 체험여행을 마땅히 안내받을 만한 곳이 없었다.
몽골의 도시주변이나 관광명소가 아닌, 때묻지 않은 오지의 자연을 찾아 그들만의 문화로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지내보고, 끝없이 펼쳐진 야생화들로 들판을 이룬 곳에서 시간을 잊은채 걸어보고 싶었으나 마땅한 경험자를 찾기란 여간 여러운 것이 아니었다.
몽골로 떠나기 하루 전까지 여행일정 등을 두고 고심하다가 지인으로부터 울란바타르 대학 바타를 소개받아 일단 현지에서 계획한 스케줄에 맞추기로 했다.
일단 몽골이라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이 겪고 있는 불편한 관계와 같이 중국과의 관계가 별로 좋지 않다. 1206년 징기스카한이 몽골을 통일 후 1279년 징기스카한의 손자인 쿠빌라이 칸은 현재의 동아시아 지역의 땅에 최초의 국가인 원(元)나라를 수립하게 되는데 1368년 명(明)에 의해 몰락하여 고비사막으로 도망치게 된다.
이후 1616년 청(淸)의 속국을 거쳐 1911년 청(淸)이 몰락하고 중화민국을 세울 때 독립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의 침공으로 외몽골의 수도가 함락되고 1924년 11월 소련 공산군의 도움으로 간신히 수도 울란바타르를 회복하게된다.
그 후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계에서 2번째로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고 소련이 몰락하자 독립하였다. 몽골은 소련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그대로 간직하며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언어도 러시아식으로 표기하여 쓰고 있었다.
이러한 몽골이 현재 우리와 어떤 관계일까
최근 조선일보(2006.7.24)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칭기즈칸 유물, 한국이 찾는다,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성과 몽골정부 '혈통 같은 나라를 파트너로 선택' 한국학자들, 칸의 직계 여인 유해 발굴 개가"
이 기사에 따르면 몽골 내각이 칭기즈칸 연구에 미국, 러시아, 중국·일본도 아닌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도록 몽골사회과학원과 몽골국립대에 지시했단다. 왜 한국을 파트너로 하라고 지시했을까 여기에 고려대 유영대 교수(국립창극단장)는 몽골정부는 이 연구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의 경우 과거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유물을 약탈한 ‘전력(前歷)’이 있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혈통이 같은 한국을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기사 말미에 간속 몽골국립대 총장은 솔롱고스라는 단어를 상기시키며 ‘칭기즈칸 연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고려대 김한겸 교수는 ‘솔롱고스는 무지개 나라라는 뜻으로 무지개는 비가 뜸한 몽골에서 신비한 현상으로, 먼 옛날 헤어진 형제의 나라 한국을 말한다.’라고 했다.
여기에 이해를 돕는 또 하나의 증거가 있어 소개한다. 1990년 대만에 거주하는 세계적인 몽골인 학자 한촐라 교수는 한국에 도착하자 ‘어머니의 나라에 왔습니다.’라고 하여 세상을 놀래 켰다. 그런데 이 말이 의미하는 뜻은 과연 무엇일까
한촐라 교수의 고향은 동명성왕의 원주지로 추정되는 홀룬보이르 초원(대싱안링 북동부)이라고 한다.
한국이 몽골의 ‘어머니의 나라’, 이 말은 아마도 몽골의 시조신인 알랑고아의 아버지가 고주몽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찍 과부가 된 알랑고아의 삶은 참으로 고달프고 처절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징기스카한의 어머니도 알랑고아와 비슷한 삶을 살았고, 일찍 남편을 여의고 가난과 절망속에서 자식을 키우면서 ‘세계의 주인’이 되었다. 징기스카한을 정신적 지주로 삼는 몽골에게는 징기스카한의 어머니가 바로 알랑고아이며 민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어머니의 나라가 한국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즐겨 입는 무지개의 일곱 색깔 그 색동옷의 고향이 바로 고려다. 솔롱고스, 한마디로 ‘꿈의 나라’이다. 모질게 춥고 거친 유목생활에서 따스함이 깃든 남쪽은 몽골인들이 소망하는 솔롱고스가 아닐까한다. 그러므로 몽골역사(元史)는 또 하나의 고려사(高麗史)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자연 몽골과 우리는 그 무언가로인해 맺어진 형제의 나라로 어느 나라보다도 가까워 질수 있는 친근감이 느껴졌다.
오전11시쯤 인천공항을 이륙한 몽골항공 미아타는 중국 상공을 지나 몽골의 고비사막을 단숨에 넘어 오후3시30분쯤 울란바타르에 있는 징기스카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의 엄청난 첨단시설에 비해 다소 왜소해 보이는 공항이지만 복잡하지 않은 단순함이 우리들에게 필요한 이들을 빨리 만나볼 수 있게 했다. 그들은 바로 울란바타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바타와 세렌게 그리고 얏트마였다.
두 대의 자가용으로 픽업되어 도착한 곳이 울란바타르 대학 게스트하우스, 1층에 두 개의 방이 나란히 마주보는 곳을 숙소로 정하고 잠시 한숨을 돌렸다.
몽골이 한적할 것이라고 미리 짐작해서는 안 된다. 울란바타르는 과거 소련시절에 들어선 도로교통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이미 도시화로 빠르게 전환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였다. 도로상태는 엉망이고 일부는 비좁고 복잡하며 주말이나 출퇴근 시간때는 서울 못지않게 번잡한 교통상황이 발생한다.
한반도와는 비교자체가 되지 않는 땅 덩어리를 가지고 있지만 영 딴판이다. 도시로 집중화되는 대세에는 공산주의 몰락이후 급격히 늘어나 전체인구 1/3인 100만 명이 울란바타르 시내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몽골의 대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사정은 100% 달라진다. 자연 그대로의 나라, 승마의 천국, 자전거의 타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 몽골이다.
 | ⓒ www.jadam.kr 2006-08-01 [ 류기석 ] 수도 울란바타르 시내에 있는 과일가게 풍경, 모든 과일은 중국을 통해 들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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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속에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들을 누비면서 끝도 없이 이어진 풀길을 따라 맛보는 감격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친김에 내륙 깊숙한 오지를 찾아 들어간다면 마을은커녕 사람들조차도 구경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곳에서 오늘은 이런 풀밭에서 내일은 저런 풀밭에서의 추억을 만들면 기분이 짠할 것이다.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가면 차창 밖 풍광들이 만들어내는 똑같은 이미지에 묻혀 저 푸른 초원에서 왁자지껄 살아가는 이들의 속내를 알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과 몇 시간을 달려도 둥그런 초원만이 올망졸망 자리 잡은 몽골의 산하는 대자연을 상대로 한 몽골의 주력 이동수단인 승마와 현대문명의 적정한 기술 자전거가 어울린다.
이를 비롯한 오지탐험을 위한 래프팅과 산악트래킹, 등산 등 각가지 내추럴어드밴처의 천국 몽골을 생각하면서 게스트 하우스를 나섰다.
시내산책에 앞서 방학을 맞아 한산해진 울란바타르 대학을 찾았다. 때마침 울란바타르 대학을 국제적인 수준의 교육메카로 만들고 계신 인자하신 총장이자 선교사이신 윤순재 울란바타르 대학 총장을 만났다.
우리들을 친절하게 대학본관 3층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하고는 차와 함께 몽골과 맺은 인연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 주어 인상 깊었다.
 | ⓒ www.jadam.kr 2006-08-01 [ 류기석 ] 울란바타르 대학을 설립한 윤순재 총장님을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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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친구의 권유에 따라 몽골에 왔다가 완전히 몽골에서 살게 되었고, 부인께서 먼저 몽골선교를 제의하자마자 짐을 싸서 함께 몽골에 왔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 평소의 꿈인 오지학교 교사로 봉사하는 것과 오지에 도서관을 만드는 꿈을 모두 이루었노라며 흐믓해 했던 것과 앞으로는 삶을 보다 로멘틱하게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시면서 현재의 게스트하우스와 인터넷 카페를 계속하여 아름답게 꾸미려고 노력중이란다.
몽골은 겨울나기에 좀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래도 울란바타르 시내는 중앙난방이라 평균20℃가 유지되어 문제가 없다고 한다. 특별히 나무 값이 저렴하여 올해 초 대학의 부속농장에 150명을 수용하는 교육관과 우사 등을 순수 적송만으로 짓는데 3천만 원으로 충분했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몽골 곳곳에는 아직도 늑대와 여우 그리고 곰이 있다며 이들은 가끔씩 민가에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3,000m~4,000m의 알타이 산맥으로 말을 타고서 끝없는 대지와 호수에 몸을 맡긴다면 진정한 광야를 찾아 떠나왔던 여행임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www.jadam.kr 2006-08-01 [ 류기석 ] 울란바타르에 있는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몽골 가이드로 나선 울란바타르 가이드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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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사막에서 해가 지는 것과 뜨는 것을 바라보는 기쁨과 깜깜한 밤 수많은 별들이 솟아질 것 같은 장관을 꼭 보고가라는 말과 함께 2박3일정도의 일정으로 말을 타고 초원으로 떠나보라고 했다. 더불어 해질녘 초원의 노을을 꼭 말을 타고 느껴보라는 말을 덧 붙였다.
울란바타르에서는 늦은저녁 수흐바타르 광장을 거닐어 보라는 권유와 유목민의 집을 체험하고 민속공연도 관람해 보면 좋을 것이라 했다.
공연은 초원에서의 삶을 교감시키기 위해 긴 노래 부르기가 따르는데 사전에 유목민들의 문화를 알고 가기를 조언하면서 말 타는 리듬과 샤마니즘에 관한 것, 메가 공연되는 것 등 공연주제를 일러주었다.
한국 투자로 설립된 한국최초의 울란바타르 대학은 한국학을 비롯해 12개 전공학과가 개설돼 있으며 1600명의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스포츠의 명문으로 농구, 축구, 탁구, 태권도 등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재학하고 있다.
몽골에서의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 여유가 없노라 하시며 시간이 된다면 함께 오지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재차 반복했다.
윤순재 총장에게서 “울란바타르 대학은 몽골의 한류 진원지이며 최우수 사립학교”로서 장래성이 매우 밝다는 느낌을 받았고, 한국대학생들의 무분별한 개인주의와 예절이 바르지 못함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유입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
 | ⓒ www.jadam.kr 2006-08-01 [ 류기석 ]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바라다 본 울란바타르의 하늘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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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타르 시내의 수흐바타르 광장주위로는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으로 인해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도시화의 길로 몸살을 앓고 있는 그들을 우리들이 어찌 탓할 수 있을까. 그래도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옛것을 고집스럽게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
이곳 몽골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금만 도시를 벗어나면 그들이 방문하기에 더없이 즐거운 매력을 선사해 줄 장소가 무궁무진 하게 느껴졌다.
저녁식사로 들른 한국식당의 밥 맛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고, 이후 울란바타르 시내를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혁명기념관은 과거 몽골의 젊은이들에게는 소중하게 여기는 데이트 장소였다는데 지금은 너무나 초라한 모습에 실망했다.
높다란 언덕위에서 울란바타르 시내를 한눈에 내려보면서 역시 도시는 경쟁의 수레바퀴를 한시도 멈추어서는 안될 곳처럼 느껴진다. 인간다운 삶의 원형을 찾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전원의 삶으로 바꾸어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전원에는 자연을 닮은 순진함과 순수함이 조금은 온전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삶을 좀더 풍요롭게 살찌우지 않을까?
 | ⓒ www.jadam.kr 2006-08-01 [ 류기석 ] 현대 문명의 세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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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반드시 회색빛 도시를 탈출하여 전원 속에 펼쳐진 풍경 속으로 빠져 들어갈 것을 다짐하면서 몽골에서의 첫날밤을 맞는다.
류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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