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태안반도의 사구를 불도져로 밀어내고 관광도로를 건설한다면 어떻게 될까? 해안 사구는 왜 중요하며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일까? 해안 사구 모래 위에 버섯이 돋을까? 돋는다면 이 버섯/균류는 해안 사구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버섯/균류와 해안 사구 생태계(砂丘生態界):야생버섯의 신비(214)
해안 사구(海岸砂丘)란 무엇인가?
해안 사구는 한마디로 해변의 모래가 바람에 의해 운반되어 해안 가까이에 쌓여 형성된 지형을 말한다. 영어로는 coastal sand dune이라고 부른다. 파도가 모래를 해변으로 밀어 올리고, 해변의 모래가 마르면 바람에 날릴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러면 바람이 그 모래를 내륙 쪽으로 운반한다. 그곳에 식물이나 다른 장애물이 있으면 모래가 쌓이기 시작한다. 갯그령과 같은 사구 식물의 줄기와 뿌리가 모래의 이동을 줄인다. 그 곳에 식물이 자라고 모래가 계속 쌓이면서 사구가 발달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모래 언덕을 해안 사구라고 한다. 대한민국 충남 안면도의 해안 사구도 이러한 자연 과정으로 형성된 지형이다.
해안 사구(coastal sand dunes)는 겉으로 보면 모래뿐인 척박한 환경이지만, 그 아래에는 다양한 미생물과 균류가 살아가며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해안 사구는 바람과 모래가 만들어 낸 지형인 동시에 식물과 균류, 미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살아 있는 생태계이다.
해안 사구는 왜 중요한가?
해안 사구는 단순한 모래 언덕이 아니다. 해안 생태계와 인간의 생활을 보호하는 중요한 자연환경이다.
1. 해안 보호, 곧 자연 해안 방파제 및 재해 예방
바람과 파도로 말미암는 모래의 이동을 조절하고, 해안 사구는 강한 태풍이나 높은 파도, 폭풍우가 몰아칠 때 파랑(波浪)과 해수(海水)의 영향을 완화해주어 일차적인 침식 방지벽 역할을 한다. 파도의 에너지와 충격을 흡수하여 배후에 있는 내륙 지역, 마을, 농경지가 침수되거나 파괴되는 것을 막아준다.
2. 지하수 자원 저장 및 수질 정화
담수 저수지: 사구 내부에는 빗물이 저장되어 지하 수평선(담수 렌즈)을 형성한다. 이는 해안가 근처에서 염수가 내륙 지하수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거대한 “담수 장벽” 역할을 담당한다.
자연 필터: 모래층을 통과하며 빗물이 자연스럽게 정화되어 유용한 지하수 자원을 공급해 준다.
3. 생물의 서식처로서 독특한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 보존
사구는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불며 염분이 높은 척박한 환경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이러한 특수 환경에 적응한 독특한 사구 식물과 곤충, 새 및 다양한 미생물과 균류가 살아가는 공간을 마련한다.
사구 식물: 통보리사초, 갯길경, 갯그령 등은 뿌리를 깊게 내려 모래를 고정하고 생태계 기초를 형성한다.
야생동물 서식지: 표범장지뱀, 갯벌 멸종위기 조류(도요새, 물떼새 등) 및 다양한 곤충의 중요한 서식지이자 산란지가 된다.
4. 경관적·학술적 및 관광 가치
자연 유산: 기후 변화, 해수면 변동, 바람의 방향 등 과거와 현재의 자연환경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학술 자료가 된다.
생태 관광: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제공하여 사람들에게 휴식과 자연 학습의 공간을 제공한다. (예: 한국의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해안 사구가 훼손되면 해안 침식이 가속화하고, 해수가 지하수로 침투하며, 독특한 해안 생물들이 서식지를 잃게 된다. 따라서 해안 사구는 단순한 모래밭이 아닌 지구의 소중한 자연 생태계 보충재로 지속적인 보호가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해안 사구에서는 어떤 균류/버섯이 살아갈까?
1. 유럽 해안 사구에서 발견되는 대표적인 버섯 10종
아래 종들은 주로 영국과 유럽의 해안 사구에서 기록된 버섯들이다. 북미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종이 발견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1) 눈물버섯속 Psathyrella ammophila, Dune Brittlestem, 사구의 대표적인 버섯으로, 갯그령 등의 죽은 뿌리와 관련된 부생균류다.
2) 주발버섯속 Peziza ammophila, Dune Cup, 모래 위에서 컵 모양의 자실체를 형성하는 주발버섯류이다.
3) 말뚝버섯속 Phallus hadriani, Dune Stinkhorn, 해안 모래밭에서 발견되는 말뚝버섯류로, 성숙하면 특유의 냄새를 풍긴다.
4) 흙물버섯속 Coprinopsis ammophilae, Dune Inkcap, 사구 식물의 잔해와 관련된 흙물버섯류이다.
5) 주름버섯속 Agaricus devoniensis, Dune Mushroom, 해안 사구의 모래땅에서 발견되는 주름버섯류이다.
6) 양귀비버섯속? Tulostoma brumale, Winter Stalkball, 건조한 모래땅에서 발견되는 긴 대를 가진 말불버섯류의 일종이다.
7) 방귀버섯속 Geastrum elegans, Elegant Earthstar, 별 모양으로 바깥층이 갈라지는 방귀버섯류이다.
8) 찹쌀떡버섯속 Bovista limosa, Least Puffball, 사구의 모래땅에서 발견되는 작은 찹살떡버섯류이다.
9) 포도버섯속 Stropharia halophila, — 염분의 영향을 받는 해안 사구에서 기록된 균류이다.
10) 꼬막버섯속 Hohenbuehelia culmicola, — 사구 식물의 줄기와 밑동 주변에서 발견되는 주름버섯형 균류입니다.
이 목록은 영국 웨일스의 사구 균류 조사 자료와 관련 종별 기록을 바탕으로 선정한 것이다. 실제 분포는 종마다 다르며, 사구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종이 사구에만 서식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미국에서 발견되는 대표적인 사구 버섯
1) 주발버섯속 Peziza ammophila — Dune Cup
모래 위에 컵 모양의 자실체를 형성하는 주발버섯류로 성숙하면 자실체가 모래 표면으로 올라오고, 가장자리가 갈라져 별 모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북미에서도 기록이 있는 종으로, 사구 버섯의 형태와 생태를 공부할 때 좋은 비교 대상이다. (위키백과) 이 종을 관찰할 때는 자실체가 단순히 모래 위에 놓여 있는지, 아니면 모래 아래의 유기물과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2) 눈물버섯속 Psathyrella ammophila — Dune Brittlestem
유럽의 해안 사구에서도 잘 알려진 버섯이며, 사구 식물인 갯그령의 죽은 뿌리와 관련되어 살아간다. 다만 이 종의 유럽에서 알려진 생태를 미국의 모든 눈물버섯류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고, 북미에서는 분포 기록과 종 동정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3) 배꼽버섯속 Melanoleuca 속의 사구 버섯
이 속에는 모래땅이나 초지 등 개방된 환경에서 발견되는 종들이 있다.
북미의 사구 버섯 연구에서는 특히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의 조사 자료가 흥미롭다. 이곳은 미국이 아니라 캐나다에 속하지만, 북미 대서양 연안 사구의 균류를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해당 조사에서는 Melanoleuca 속의 미확정 종이 기록되었으며, 잠정적으로 'Dune Cavalier'라는 이름이 사용되었다. 종 수준의 동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정식 학명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3. 한국 서해안(태안반도 지역)의 사구에서는 어떤 버섯들이 있을까?
1) 안면도 사구에서 보령 풍님이 발견한 버섯들
이 분야의 큰 공헌을 하신 분은 보령 풍님이시다. 시간만 나면 바닷가 사구를 찾아 버섯 탐사에 나서서 많은 버섯들을 관찰하셨다. 여기 대충 버섯나라 한국의 버섯 카페에 올라 온 것을 훑어 보니 10여종이 넘는다. 앞으로 겨울이 되면 그동안 관찰하신 버섯들을 정리하여 해안 사구 버섯도감?을 마련하신다니 기대된다.
1)) 백사장눈물버섯 Psathyrella ammophila
2)) 모래밭버섯 Pisolithus tinctorius
3)) 사구배꼽버섯 Melanoleuca cinereifolia
4)) 양귀비버섯 Tulostoma brumale
5)) 갈색구름버섯(갈색털송편버섯) Trametes polyzona
6)) 해변콩고투리버섯 Xylaria ripicola
7)) 백사장말똥버섯 추정
8)) 모래선녀버섯 Marasmiellus mesosporus
9)) 애기말똥먹물버섯(흰가루두엄먹물버섯) 추정
10)) 백사장맛솔방울버섯 Strobilurus sp.
11)) 백사장주발버섯 Peziza ammophila 등등
(이상 제가 조사과정에 오류나 누락 있을 가능성 많음, 정정 바람)
유럽해안 사구 버섯들이나 북미 사구버섯들과 공통된 것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유럽, 북미, 한국 사구에서 돋는 것들의 외양이 같다하여도 요즘 DNA 시대라 똑같은 버섯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
2) 태안해안국립공원의 고등균류 분포상
김태헌·홍기성·최석영, “태안해안국립공원의 고등균류 분포상,” 국립공원연구지, 제6권 제3호, 2015, 121–131쪽. 이 학술지에 실린 논문 초록을 보면:
“2014년 4월부터 10월까지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 고등균류상을 조사하였다. 총 3문 6강 22목 52과 120속 224분류군이 확인되었으며, 담자균류가 205종(91.5%)으로 가장 많았고 자낭균류 10종(4.5%), 변형균류 9종(4.0%) 순 으로 출현하였다. 국내미기록 버섯으로는 Marasmiellus mesosprus, Psathyrella ammophila, Tulostoma campestre 및 Rizopogon graveolens 등이 확인되었다. 2005년 국립공원 자연자원조사 결과보다는 72종이 증가하였고 해안가 사구 식생대에서 다양한 고등균류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 논문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미기록종 버섯으로 다음 네 종을 보고하였다는 점이다.
1)) 선녀버섯속 Marasmiellus mesosprus
2)) 눈물버섯속 Psathyrella ammophila
3)) 양귀비버섯속? Tulostoma campestre
4)) 알버섯속 Rhizopogon graveolens
3) 국립생물자원관의 “특수환경 미생물 조사 및 발굴(2024년)” 보고서
이 보고서는 국내 고등균류 연구와 해안 균류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
* 태안해안국립공원은 해안 사구 식생대를 포함한다.
* 사구의 고등균류는 사구 식물 및 염생식물과 공생하거나 이들 식물을 분해하는 생태적 특성을 가질 수 있다.
* 해양·해안 환경의 균류 가운데 버섯에 대한 조사는 해양 균류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보고서는 버섯의 종 목록을 넘어 균류의 생태적 역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이다. 그리고 균류의 정확한 동정을 위해 자실체의 형태, 발생 기질, 주변 식생 등을 기록하고 DNA 바코드 등을 활용하는 연구 방법도 다루고 있다.
4) 해안 사구 식물에 서식하는 곰팡이 연구
2004년 한국균학회 학술대회 발표한 논문으로 버섯의 자실체를 조사한 논문은 아니지만, 사구 식물과 균류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
논문 제목은 Fungi Isolated from Leaf Spot of Sand Dune Plants, Elymus mollis and Carex kobomugi(사구 식물 갯그령과 통보리사초의 잎반점에서 분리한 균류)이다.
연구진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학암포 해변과 신두리 일대에서 자라는 두 식물의 병든 잎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병반에서 두 종류의 곰팡이를 분리했으며, 그중 한 종류를 Alternaria속으로 동정하였다.
사구 생태계에서 균류/버섯이 수행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1. 모래를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토양으로 바꾸어준다.
해안 사구의 모래는 일반적인 산림 토양과 매우 다르다.
- 유기물 함량이 낮다.
- 물이 빠르게 빠져나가 건조해지기 쉽다.
- 바람에 의해 모래가 끊임없이 이동한다.
-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질소와 인 같은 영양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 염분과 강한 햇빛, 높은 지표면 온도에 노출되기 쉽다.
이런 환경에서 균류의 균사(hyphae)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균사는 모래 알갱이 사이로 뻗어 나가면서 여러 입자를 연결한다. 일부 균류는 균사와 세포외 물질을 통해 모래 입자들이 서로 뭉치도록 도울 수 있다.
그 결과 미세한 토양 구조가 형성되고, 모래 입자 사이에 유기물과 수분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다만 모래를 결합하는 기능은 균류 전체가 똑같이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사구의 안정화에는 식물의 뿌리와 다른 토양 미생물도 함께 작용한다.
캐나다 퀘벡의 해안 사구를 조사한 연구에서도 식생 발달 단계에 따라 토양 균류의 구성과 생태적 기능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사구에서 버섯이 돋는다는 것은 단순히 모래 위에 버섯이 자란다는 의미를 넘어 그곳에 균류가 이용할 수 있는 유기물과 생존 공간이 존재한다는 단서가 될 수 있다.
2. 눈물버섯류와 배꼽버섯류 같은 버섯들은 무엇을 먹고 살아갈까?
버섯의 자실체는 눈에 보이는 부분일 뿐이다. 실제로 영양분을 흡수하고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주체는 모래 속이나 유기물 속에 퍼져 있는 균사체(mycelium)다.
눈물버섯류와 배꼽버섯류는 종에 따라 생태적 특성이 다르지만, 많은 종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부생균(saprotrophic fungi)에 속한다.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먹이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해안 식물의 죽은 잎과 줄기: 사구에는 갯그령과 같은 사구 식물의 잎과 줄기, 뿌리 잔해가 쌓인다. 이 유기물은 탄소와 영양분을 포함하지만, 그대로는 다른 생물이 이용하기 어려운 성분도 많다. 이 때에 부생균 버섯들은 효소를 분비하여 이러한 유기물들을 분해한다.
2) 죽은 뿌리와 식물 잔해: 모래 아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식물의 뿌리와 죽은 뿌리 조직이 있다. 이러한 물질 역시 균류의 먹이가 될 수 있다.
3) 그 밖의 다른 유기물: 바닷물에 밀려온 해초와 식물 잔해, 동물의 사체나 배설물 등도 위치와 종에 따라 균류의 영양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부생균류는 유기물에 들어 있는 영양분을 분해하고, 그 일부를 식물과 다른 미생물이 다시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데 기여한다. 해안 사구의 균류 군집에는 부생균류뿐 아니라 식물과 공생하거나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균류도 포함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버섯이 모래 위에서 돋았다고 하여 반드시 모래 자체를 먹고 자란다는 뜻은 아니다. 모래 속에 묻힌 식물의 뿌리나 작은 유기물 조각에서 균사체가 자라고, 그곳에서 형성된 자실체가 지표면을 뚫고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구에서 돋은 버섯의 정확한 생태적 역할을 알아내려면 자실체가 돋은 위치뿐 아니라 균사체가 실제로 어떤 기질에서 자라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3. 균류는 사구의 영양분 순환을 돕는다
사구 생태계에서 중요한 것은 영양분이 부족하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부족한 영양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느냐도 중요하다.
이를 간단히 살펴보자.
죽은 식물 → 균류의 분해 → 영양분의 방출과 재순환 → 식물의 흡수 → 새로운 식물 조직의 형성
식물의 잎과 줄기에는 질소, 인, 칼륨 등 여러 원소가 들어 있다. 식물이 죽으면 균류와 세균이 그 유기물을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영양분이 방출되거나 다른 미생물의 생체물질로 이동하며, 이후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영양분들을 즉시 식물이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미생물의 생체물질에 편입되거나 유기물에 남고, 일부는 물에 씻겨 나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균류는 사구에서 유기물에 저장된 영양분이 생태계 안에서 다시 순환하도록 돕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사구의 균류 군집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서로 다른 발달 단계에서 다양한 부생균류를 관찰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들이 유기물 분해를 통해 식물에 이용 가능한 영양분 공급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특히 눈물버섯류나 배꼽버섯류 같은 부생균류가 발견된 곳에 죽은 식물 잔해가 있다면, 그 잔해와 버섯의 관계를 조사해 볼 가치가 있다.
4. 식물의 생존을 돕는 균근균도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부생균류와 구별해야 할 중요한 그룹이 있다. 바로 “균근균(mycorrhizal fungi)”이다. 잘 아시는대로 균근균은 식물의 뿌리와 공생한다. 균류는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탄소 화합물 즉 당분을 공급받고, 그 대가로 식물이 토양에서 물과 영양분을 얻는 것을 도와준다.
해안 사구에서는 특히 모래 위로 자실체를 형성하지 않고 모래 밑에서만 사는 수지상균근균(arbuscular mycorrhizal fungi, AMF)이 매우 중요하다. 이 균류는 식물 뿌리와 연결된 균사망을 형성하고, 식물이 뿌리만으로는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인과 같은 영양분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일부 균근 관계는 식물이 건조와 염분 등 환경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미국 동부의 사구를 비롯한 여러 해안 사구 연구에서는 사구 식물과 균근균의 관계가 식물의 영양 상태와 사구 식생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있다. 물론 눈물버섯류나 배꼽버섯류 같은 부생균 버섯 자실체가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그 버섯이 균근균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반대로 균근균 중에는 좀 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가 흔히 보는 갓과 자루가 있는 버섯을 만들지 않는 종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지상균근균의 경우 토양과 뿌리 안에서 주로 생활하므로, 지표면에 눈에 띄는 큰 자실체를 형성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사구 생태계를 이해하려면 눈에 보이는 버섯뿐 아니라 식물 뿌리와 연결된 균류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5. 균류는 사구 식물의 정착과 모래의 안정화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
해안 사구는 식물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생태계가 달라진다. 처음에는 식물이 드문 모래밭이지만, 식물이 정착하고 뿌리가 자라면 모래가 붙잡히고 유기물도 조금씩 축적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균류는 여러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 즉
- 균근균은 식물이 물과 영양분을 확보하도록 돕는다.
- 균사는 모래 입자와 유기물을 결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부생균류는 죽은 식물 조직을 분해하여 영양분 순환을 돕는다.
- 균류와 다른 토양 미생물은 식물의 정착과 생장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과정이 서로 연결되면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개선되고, 식물의 뿌리와 지상부는 다시 모래의 이동을 억제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다만 사구가 안정되는 것은 균류만의 작용 때문이 아니다. 식물의 생장, 바람과 파도의 작용, 모래 공급량, 수분 조건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균류는 사구를 단독으로 고정하는 존재라기보다 식물과 토양 미생물이 함께 만드는 생태적 안정성의 한 축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6. 사구에 돋는 버섯은 생태계의 변화를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있을까?
지표가 될 수 있다. 다만 개별 버섯 한 종의 출현만으로 사구의 건강 상태를 판단하기보다는, 균류 군집 전체와 환경 조건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 사구는 바닷가에서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환경이 달라진다.
사구의 환경과 이에 따라 예상되는 주요 생태적 특징
* 바다와 가까운 초기 사구: 염분과 모래 이동의 영향이 크고, 유기물이 적을 수 있다.
* 식물이 정착하기 시작한 사구: 식물 뿌리와 균근균의 상호작용이 중요해진다.
* 식생이 발달한 사구: 식물 잔해와 뿌리의 유기물이 축적되고, 다양한 균류가 살아갈 수 있다.
* 오래되고 안정된 사구: 토양의 유기물과 수분 조건이 달라지면서 균류 군집도 변화할 수 있다.
맺음말: 모래 위의 작은 버섯이 보여주는 것
해안 사구에서 눈물버섯류나 배꼽버섯류 및 그 밖의 다른 버섯들을 발견하면, 우리는 흔히 그 버섯의 이름과 식용 여부부터 궁금해한다. 그러나 생태학적으로 더 흥미로운 질문은 따로 있다. 이 버섯은 어디에서 영양분을 얻으며, 무엇을 분해하고, 다른 생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자실체뿐 아니라 모래 속 균사체, 식물의 뿌리, 죽은 식물 잔해, 주변의 다른 균류까지 살펴봐야 한다.
해안 사구의 균류는 단순히 모래 위에 나타나는 생물이 아니다. 일부는 유기물을 분해하고, 일부는 식물과 공생하며, 일부는 다른 생물의 생장에 영향을 준다. 이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면서 척박한 모래밭에서도 영양분이 순환하고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는 것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균사체의 세계가 모래밭을 살아 있는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출처:
* 해안 사구에서 돋는 버섯의 역할
https://chatgpt.com/c/6acc2146-b694-83e9-b44c-0e650af3c9b4
* 해안 사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KBS 환경스페셜, 모래언덕의 비밀: 해안 사구 그 최초보고
2001년 1월 17일 방영
https://www.youtube.com/watch?v=XmBQ5WuQm1E
* 이 글에 나오는 사구 버섯들 사진 출처:
Pixabay 등 사구에 돋는 버섯들에 대한 인터넷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https://www.bing.com/search?q=free%20mushroom%20pictures%20on%20coastal%20sand%20dunes%20photos&FORM=ARPSEC&PC=ARPL&PTAG=1404
* 버섯/균류와 사막 생태계: 야생버섯의 신비
https://naver.me/FM9M4sPm
* 양귀비버섯 Tulostoma brumale
https://naver.me/5LQM14pP
* 먼지버섯의 비밀: 야생버섯의 신비(198)
https://naver.me/5HyQh8HT
* 사막먹물버섯(임시이름) Podaxis pistillaris
https://cafe.naver.com/ilovemushroom/11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