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에게도 땅이 생겼다
한평 남짓한 작은 땅이지만, 그것도 공동 소유지만,
얼마나 뿌듯하고 흐믓하던지!
흙을 만지고, 모종을 사다 심고, 씨뿌리고...
일련의 작업들이 이렇게 행복하고 가슴 벅찬지 처음 알았다
학교 부지로 비어있던 땅이 공사에 들어갔는데
짜투리땅은 아직 그대로 있었다
그곳에다 작년부터 야채를 심어먹던 사람들이
올해도 밭을 일궈 갖가지 채소들이 올망 졸망 자라고 있었다
행여 주인 없는 빈 땅이 있으려나
기웃 거리다가 가까이 지내는 후배와
드디어 오늘 일을 저질렀다
좀 외떨어지고 땅이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도 손댄 흔적 없는 구석진 곳을
"우리땅" 하고 침 발른것이다
아는 분께 자문을 구해 자연 농법으로 키우기로 하고
모종을 옮겨 심은 밭에 풀을 뜯어다가 늘어놓았다
당장은 지저분해 보이고 심어놓은 모종이
엉성하니 좀 그랬다
근데 그렇게 하는게 풀들이 썩어서 거름이 되고
땅이 건조해지는것도 막아주고,
또 잡초가 나지 않으니 따로 밭을 매거나
풀을 뽑아주지 않아도 된단다
땅 스스로의 자생력을 십분 발휘한 농법이라고.
돌멩이로 울타리를 만들어
내 땅임을 표시 했다
모종을 심고 씨앗 뿌리고 물 길어다 주고
토닥토닥 흙을 덮어 주는데,농사가 자식 키우는마음
같다는 소리를 이해 하겠더라
생업으로 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조족지혈도 안되지만
고것도 일이라고 왔다 갔다 종일 걸렸고
석양이 이웃할 무렵 삽과 양동이를 들고
집으로 가는데 무슨 대단한 일을 한것 처럼 가슴이 벅찼다
고개를 연신 밭쪽으로 돌아보며 가다가
후배와 나는 마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고추랑 가지 토마토들이 달리면 또 얼마나
들썩들썩 야단법석 난리가 날까
언제 갈아 엎어질지 모르는 시한부 땅이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내 땅이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