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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9박 10일의 기록 3탄
오돌 2005-12-26 12:58:04 | 조회: 7020






사회
| 포토에세이

+ 종합


























농민 하나에 기자는 수십, 홍콩은 기자 천국
[홍콩 9박10일의 기록 3]바닷물에 처음 뛰어든 건 남아공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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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엽(odol67) 기자









▲ 경찰과 대치한 건 한국 농민이 아니라 기자들이다.
ⓒ 오도엽
▲ 아파트 창문을 통해 슬며시 내다보는 홍콩 시민
ⓒ 오도엽
12월 13일 오후 3시, '비아깜페시나 국제농민 결의대회'를 마친 한국민중투쟁단 1500명을 비롯하여 WTO를 반대하기 위해 온 전 세계 참가단이 홍콩 거리로 나섰다. 깃발과 펼침막을 앞세우고, 북과 꽹과리를 치며 "DOWN DOWN WTO"를 외치며 각료회의가 열리는 컨베션 센터로 향했다.



빅토리아 공원을 나서 홍콩 시가지에 들어서자 지나가던 홍콩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고 행진을 바라본다. 구호를 외쳐도 반응은 없다. 한 발 물러서 바라만 본다. 의도적으로 시위대를 피해 잰걸음으로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 건물 1층의 상가들은 셔터를 내렸다. 홍콩 정부에서 미리 주의를 준 것 같다.



▲ 12월 13일, 홍콩 거리로 첫 진출, 아직 시민들의 반응은 없다.
ⓒ 오도엽
▲ 상가들은 문을 내리고, 시민들은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 오도엽
아파트 건물에서는 빼꼼이 창문을 열거나 커튼을 살짝 젖힌 채 물끄러미 밖을 내다본다. 박수를 치거나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시민은 없다. 거리감을 두고 두려워하는 기색이 보인다. 아침 홍콩 뉴스에선 시위 용품으로 돌변할까 가드레일을 새로 용접을 하며 만전에 대비하는 방송을 했다. 홍콩 시민에게 낯선 이국인이 '폭도(?)'라는 선입견을 심어 준 거다.



행진 대오 중간 중간에 풍물패들이 있어, 홍콩 시민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사물을 치며 한판 신나게 논다. 그때는 시민들도 재미난 듯 걸음을 멈추고 구경을 한다. "덩덩덩덩 더더덩 덩덩" 인사 가락을 치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 박수를 쳐 주기도 한다.



▲ 홍콩 거리를 가득 메운 한국 농민들
ⓒ 오도엽
행진 대오는 컨벤션 센터를 가기 전에 경찰의 저지를 받았다. 그리고 갑자기 어수선해진다. 기자들과 사람들이 바닷가로 우르르 모여 간다. 물로 뛰어 든 사람은 없다. 빅토리아 공원을 나서며 나눠 준 구명조끼 때문에 바다 쪽으로 관심이 쏠린 것 같다. 오 분이 지나도 물에 뛰어 든 사람은 없다.



그때다. 남아공에서 온 흑인 한 사람이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 "DOWN WTO"를 외치며 WTO의 부당성을 호소한다. 언론에선 한국 농민만이 바다로 뛰어 든 것처럼 보도를 했지만, 바다에 제일 먼저 뛰어 든 것은 애석하게도 한국인이 아니었다.



▲ 맨 처음 바닷물에 뛰어든 건 한국 농민이 아니다.
ⓒ 오도엽
잠시 뒤 한국 농민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순간 컨벤션 센터 앞 바다가 주홍빛으로 바뀐다. 300명의 농민이 찬 바다에 뒤어 든 거다. 태극기를 든 한국농민들이 힘차게 컨벤션 센터를 향해 힘차게 수영을 하며 돌진한다.



한농연(한국농업경영인총연합) 소속 참가단은 집회장에서부터 메고 온 상여를 들고 도로로 나간다. 경찰이 가로막자 상여를 불태운다. 경찰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고, 상여를 사이에 두고 밀고 당기기를 한다. 민주노총 참가단이 가세를 하며 몸싸움이 시작된다.



▲ 태극기를 들고 각료회의장을 향해 바닷물에 뛰어든 농민들.
ⓒ 오도엽
그런데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니 경찰 앞에 대치하고 있는 것은 한국 농민이 아니라 기자들이 아닌가. 카메라를 내리자, 옆에 있던 외신 기자도 어이가 없다는 듯 내게 묻는다.



"뭘 찍어야 되냐. 한국 농민은 한 명이고, 기자들만 수십 명이지 않냐."



행진을 가로막는 경찰에게 항의하는 한 사람 뒤엔 카메라를 든 수십 명의 기자들이 경찰을 향해 밀고 있지 않는가. 충돌만을 바라는 기자들에 싸여 충돌은 일어나지 못했다. 시위대는 맨 몸으로 길을 비켜 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홍콩 경찰은 최루액과 곤봉으로 막아선다. 바다와 육지에서 공동으로 각료회의장을 향한 싸움을 벌인 거다. 손에는 각목도 돌도 들려 있지 않았다. 오직 맨 몸으로 돌진한 거다.



▲ 한농연 소속 참가단이 상여를 메고 나섰다.
ⓒ 오도엽
바다에 뛰어들어 컨벤션 센터까지 갔던 농민들이 돌아오자 홍콩에서 첫 싸움은 마무리되었다. 몸싸움 과정에서 다섯 명이 연행되고, 두 명이 다쳐 병원으로 갔다. 바다에 뛰어든 한 사람은 심장마비 증상으로 병원으로 실려 갔다.



집회 주최 측에서 연행된 사람이 석방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경고를 하고 정리집회를 시작했다. 또한 오늘 홍콩에 도착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소속 농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에서 이곳으로 행진하는 길이 막혔다고 한다. 오전엔 한국 참가단이 계약한 전세 버스가 홍콩 정부의 압력으로 해약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강력한 항의가 잇달았다.



▲ 맨 몸의 시위대를 최루액과 곤봉으로 저지하는 경찰
ⓒ 오도엽
또 홍콩 언론들이 참가단을 폭력집단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이를 중지할 것도 요구한다. 정리 집회에선 비아깜페시나 나파엘 전 의장은 "한국 농민들의 투쟁과 위대한 힘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며 "한국인은 2003년 칸쿤 회의 저지를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었는데, 이제 홍콩에서도 재현되리라고 믿는다"며 격려했다.



바다에 뛰어든 전남 장흥에서 온 문흥택 농민은 "각료회의를 저지해야겠다는 의지가 뜨거워선지, 바닷물이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며 "신자유주의의 주범이 있는 저 곳(각료회의장)에 반드시 가겠다"고 결의를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 행진이 막혔던 전여농 소속 여성 농민이 도착하자 즉석에서 놀이 마당이 열렸다.
ⓒ 오도엽
집회가 계속되자, 연행되었던 사람들이 다시 풀려나고, 행진이 막혔던 전여농 소속 농민들도 집회장으로 오자 해산을 결의했다. 점심 때 도시락을 먹은 농민들이 숙소로 돌아가 저녁을 먹은 시간이 밤 10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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