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과 함께 한 홍콩에서 9박 10일. 더 이상 가슴에 묻어둘 수 없다. 눈물과 웃음이, 투쟁과 놀이가, 세계 민중들과 어깨 걸고 진행된 홍콩의 생생한 기록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 | ▲ 삼보일배의 행렬 | | ⓒ 오도엽 | |
| | ▲ 북소리에 맞춰 세 걸음을 걷고 절을 한다. | | ⓒ 오도엽 | | 덩, DOWN
덩, DOWN
덩, WTO
북장단에 맞춰 한걸음, 한걸음, 또 한걸음. 더덩, 구호도 멈추고, 하늘을 향하던 깃발도, 꼿꼿하던 허리도 숙인다. 두 손, 두 무릎, 머리를 땅에 대고 절을 한다. 삼보일배. 수행의 길, 고행의 길을 열을 맞추고, 발을 맞추고, 마음을 맞춰 한 배, 두 배, 십 배, 백 배, 천 배를 하며, 홍콩의 거리를 까진 무릎 질질 끌고 앞으로 앞으로 간다.
| | ▲ 절을 할 땐 전농 깃발도 고개를 숙인다 | | ⓒ 오도엽 | |
| | ▲ 삼보일배를 마치고 쉬는 모습 | | ⓒ 오도엽 | | 12월 15일. 한국 농민의 처절한 삼보일배의 몸짓 앞에 홍콩 경찰도, 홍콩 시민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문을 닫는 상가도 없고, 두려움으로 바라보는 시민도 없다. 절을 하며 나가는 평화로운 행진은 처절하다 못해 아름다웠다.
경남 창녕에서 온 농민은, "나이도 있고, 좀 하다 빠질라고 했제. 그게 안되더라. 홍콩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며 지지를 보내는데 어디 빠질 수가 있나"라고 하며, 두 시간 너머 걸린 삼보일배를 끝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힌다.
| | ▲ 두 손바닥을 하늘로 향했다 | | ⓒ 오도엽 | |
| | ▲ 두 손을 모으며 농민들의 소원을 빌고 있는 대학생 | | ⓒ 오도엽 | | 삼보일배에 참가한 충북 농민은, "삼보일배를 하다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무릎을 굽힐 때마다 내 마음이 차분해 지는 거야. 스님들이 왜 하는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고. 나를 돌아보고 마음을 다지는 시간이었어"라며, 한국에 돌아가면 "버스 타고 서울에 올라가서 한 번 (경찰)붙고 내려 올 것이 아니라, 삼보일배를 해야겠어"라며 투쟁이 새롭게 가슴에 다가왔다고 한다.
농민들에게 삼보일배는 WTO와 싸우는 것을 넘어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이미 자신을 이겨 낸 농민은 홍콩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각료회의의 결과를 떠나 농민의 가슴에서 승리를 안아온 것이다.
| | ▲ 발바닥도 지쳤다 | | ⓒ 오도엽 | | 삼보일배를 바라보던 한 홍콩 시민은, "폭력을 예상했는데, 놀랐다. 너무 인상적이고, 충격적이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다. 이젠 한국 농민을 지지한다"며 한국 농민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삼보일배를 마치고 각료회의장 앞에 모이자, 길을 막는 경찰 대오의 맨 앞을 여경들로 세워 놓았다. 네 줄로 여경들만 손을 잡고 앞에 서있고, 그 뒤에 방패를 든 경찰, 그 뒤에 진압봉을 든 경찰들이 섰다. 13일과 14일 맨 몸으로 각료회의 장을 향하던 한국민중투쟁단을 곤봉과 최루액으로 진압한 것에 대한 여론의 항의에 밀린 대처인 것 같다.
| | ▲ 여경을 경찰 대오 앞에 줄을 세웠다 | | ⓒ 오도엽 | | 하지만 홍콩 경찰은 한국민중투쟁단이 평화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데도 방해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15일에는 삼보일배 행진에 쓸 방송차를 가로막고,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첫날 전세버스 계약 해지 압력, 평화 시위자 억류, 집회장 도시락 반입 통제 등 평화적인 한국민중투쟁단의 집회를 방해를 했다.
이 날 저녁, 각료회의장 앞에서 진행된 촛불 집회에서 한국민중투쟁단 집행부는, "더 이상 참지 않겠다. 평화적으로 집회를 하려고 하는데, 계속 방해 작업을 한다면 단호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 우린 모든 방법의 평화로운 투쟁을 했다. 하지만 각 나라 대표들은 우리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내일부터는 우리의 의지를 밝히는 투쟁을 전개하겠다"며 홍콩당국과 각료회의 대표들에게 경고를 했다.
또 전농 관계자는, "이 시간까지 평화적으로 투쟁을 했으나 내일부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WTO를 박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 | ▲ 한 농민이 홍콩 아가씨들 앞에서 '홍콩 아가씨'를 부르며 춤을 춘다 | | ⓒ 오도엽 | |
| | ▲ 숙소에 놀러 온 홍콩 보험회사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 오도엽 | | 전라북도와 경상남도 지역 농민이 묶고 있는 태퉁의 숙소에 오니, 홍콩보험회사 직원들이 놀러와 농민들을 초대해 고기를 구워 대접을 한다. "우리들도 한국 농민을 지지한다"며 밤 늦게까지 농민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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