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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아~~씨이, 나 아프다니께~~
미루사과 2006-01-09 18:08:53 | 조회: 6692
찬바람속에서 일한 때문이었을까

감기 몸살이 심합니다.

온몸이 식초물에 담가 놓은 듯 시큰거리고 어지럽고 기침에 오한까지...

타고난 약골이라 워낙에 엄살이 심하긴 하지만 더 이상은 일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으나 오한이 심하여 옥매트를 깔고 싶지만

그래도 만사가 귀찮아 그냥 끙끙대고 있는데...



아내가 들어오더니 이마를 짚어보고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보고

걱정하는 척 해보곤 나갑니다.

외롭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장농에서 솜이불을 꺼냈습니다.

아내가 시집올 때 해온 두툼한 솜이불은 한번도 쓰질 않아 깨끗하긴 하지만

매큼한 묵은 냄새가 썩 유쾌하진 않습니다.

푹신한 요는 좋은데, 덮은 이불은 너무 무거워 숨을 쉬기가 좀 불편합니다.



끙끙!!!(~,.~;; <---땀 닦는 사과)

땀을 빼고,

헉헉!!!(O,.O)

숨을 몰아 쉬는데




아, 쒸이~~~

내가 부양하고 있는 가족이 5명인데 명색이 가장이고 그 가장이 아프다는데

한명도 안쳐다 보다니...

TV연속극이 하나뿐인 아들보다 더 좋은 우리 오마니,

서방 흉보기가 밥보다 더 맛있는 망할 마누라,

동방신기가 용돈 주는 아빠보다 더 존경스러운 큰 딸년,

지금도 꽉 조이는 청바지를 즐겨 입는 나보다, 똥배 나온 담임선생님을 더

사랑하는 작은 딸년....



곰곰히 생각해보니 약올라 죽겠더이다.

가족들이 어쩌나 보려고 앓는 소리를 크게 해봤습니다.

"아이고 죽겄네, 아이고오오 팔다리 허리 어깨 다 쑤셔서 죽겄당께에"

이 소리를 듣고도 설마 모른척 하랴 싶었는데....

방문이 빼꼼 열리더니, 열한살짜리 작은 딸년.

"헤이, 아빠. 내가 이번에 보아꺼 노래와 춤을 연습했는데 한번 볼텨?"

고개를 외로 꺽고 모자의 챙을 잡는 시늉에 엉덩이를 요리조리 흔들며

한바탕 여시짓을 하고 나갑니다.

또 까르륵 웃는 소리를 곰곰 들어보니

미스코리아보다 훨씬 더 이쁜 미모의 큰 딸년인데,

시아준수래나 시아잡놈이래나 꼭 기집애같은 놈 홈페이지에서 노느라

모니터 쳐다보는 눈이 지 애비의 이마보다 더 뜨겁더이다.

3인용 소파에서 연속극 보다가 잠이들어 코까지 골고 계시는 어머니,

그 옆에서 포크로 찍은 사과 조각이 들려 있긴 한데 한번 베어 먹은 채,

연속극에 빠져서 먹는 것 까지 잊어먹은 마누라....



에라!! 이....

우리집 장독대 옆에서 오돌오돌 떠는 똥개 "돌팍"이가 아플때는

온 식구가 나서서 목욕시키고 헤어드라이로 말리고 약 멕이고 전기 장판 깔아

거실에서 재워주면서,

쎄가 빠지게 일만 하는 이 집 가장인 내가 그 정도 취급도 못받네 그랴!!

어이구 이걸 집구석이라고 일을 해야만 헌단 말여?



서러운 맘에 오만 잡생각이 머릿속을 훼훼 저어 놓지만,

딴은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권위는커녕 팬티 바람으로 화장실 들락거리는 무게없는 애비를 봤을테이고

마누라야 머 말할 것도 없고

고추 만져가며 나이 사십이 넘도록 키워 놓은 아들이 뭐 새삼스레 어렵겠는가!!

죽을 병도 아니고 하루 이틀만 신음소리 듣다보면 나을텐데...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그러니 가족이고 그런 믿음이 있음으로 우리집의 세월이 흐르는 것 아닐런지요.



정읍 농부 미루사과 ..
2006-01-09 18: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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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9
  • 미소애플 2006-01-10 22:20:28

    미루님
    새해부터 신고식 제대로 하내유
    아플땐 제대로 아파봐유
    아이들 키우다 보면 아프고나면
    어른스러워 지더라고유
     

    • 우랑발이 2006-01-10 21:27:59

      참말로~~서로버요~~
      에고~~아프다닝께~~
       

      • 돈은자유 2006-01-10 14:07:24

        아프면
        아픈사람만 깝깝합니다
        아프지 맙시다
         

        • 산야로 2006-01-10 08:04:55

          미루사과님 엄살이 너무 심한가 보다 ㅎㅎㅎ
          컴퓨터 앞에서 글쓸정도면 그리 큰일이 아닌거 같네
          다른 식구들도 아팟다고 인정할사람 없겠다 그지 ㅎㅎㅎ
          얼른 툴툴 털고 일어나 허물어진 창고는 어떻게 되었는지
          가보지도 못하고 미안해..
          얼른 쾌차 하시길 빌며....
           

          • 차(茶)사랑 2006-01-10 00:16:08

            어쩐대요.
            고로코롬 아파서..
            퍼떡 인나씨요..

            그라고 감기몸살에는 발효차가 젤이지라.
            나도 요며칠, 아니 지난 목요일저녁에 너무 감을 질러서
            목구녕이 콱 매키가꼬 컬컬 허구마요.
            그래서 발효차 한줌여코, 밀감껍데기한줌여코,똘배담아논거여코,
            생강여코 푹 고아서 한본에 두어컵썩 묵고나니 좋아지니다.

            퍼떡 인나시씨요.
            그래도 식구들이 억시로 걱정헐낍니다.
             

            • 하리 2006-01-09 23:00:26

              흠냥.....

              아빠의 인생~♪

              원더뿔~ 원더뿔~ 아빠의 청추운~;;


              힘내세유.....

              안아푼게 짱이에유~!!!
               

              • 참다래 2006-01-09 21:52:12

                나도 아프모 미루사과님 같은처지 될것같은데 ...
                괘심해서도 빨리 일어나이소 ..
                 

                • 목사골 2006-01-09 21:16:41

                  에구머니나! 그동안 많이 고생 했네여.
                  빨리 나아서 훌훌털고 일어나시길...
                   

                  • 이영국 2006-01-09 20:48:57

                    미루사과님! 너무 서러버서 눈물이 ㅠㅠㅠ
                    며칠 가출을 해보심이 어떠실런지... 지금 차고 계신 자리가
                    너무 커서 인지 느끼질 못하고 있는것 같은디... 근디 어른이 집나가는
                    것이 가출이 맞나 모르겠슴당
                    훌훌털고 일어나시길.... 기둥이 건강하셔야 되지 않겠습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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