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안개비가 내렸습니다.
반가운...기다린...
하릴없이 방안에서 뒹굴방굴 몸을 추스립니다.
사실 며칠전엔 멀리 일본 아오모리에서 반가운 손님이 세분이나 오셨더랬지요.
사과 농가에겐 꽤 익숙한 나리따 선생과 나카하다씨 그리고 보카시 비료회사를 운영하는
사또이 사장님, 몇년전부터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올핸 우리 과원에도 들러주셨습니다.
밤새워 술잔 기울이며 얘기도 나누고 우리의 농업과 일본의 농업을 서로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곤 몹시 아프고 난 후, 글터님이 보내주신 사진을 봅니다.
난 이 그림을 보며 사람이 정한 목표가 이루어지기 얼마나 힘이 든가를 새삼 느낍니다.
저 솔씨가 바위에 내려 뿌리를 뻗고 자라기를 목표로 하였으매 그 긴 세월의 고통과 인내를 가슴 절절이 전해져 옵니다.
그리하여 사진 밑에 이런 글도 붙여 봅니다.
읽어주시면 감사하겠고 아울러 사진 주신 글터님,
아래 사진은 바위 뒷편의 콘크리트 건물이 너무 보기 싫어 지웠버렸고 구도상 필요없는 부분은 잘라낸 사진입니다.
허락없이 저지른 점 용서 바랍니다.
나는 쇠똥구리처럼 살고 싶습니다.
나는 쇠똥구리처럼 살고 싶습니다.
그 삶에 가장 가까운 건 아무래도 농부인 듯 합니다.
쇠똥구리는 드넓은 초원위의 셀 수도 없이 많은 짐승들이 분비한 분비물을 먹고 삽니다.
인간의 눈에는 참으로 더럽기 그지 없으나 그 분비물은 실제로는 아주 고단백 식품입니다.
그 분비물을 쇠똥구리가 분해하지 않는다면,
수만톤이나 쌓인 분비물로 썩어가는 땅을 어찌할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요사이 쌀값문제로 농민들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실제로 그 뜨거운 여름 한 철을 지나오며 죽어라 농사를 지었건만
궁핍함을 벗어나기란 역시 부대낍니다.
우리나라의 논 면적은 약 30억평 정도입니다.
논의 중요함 여러가지들 중 다 접어두고 단 한가지만 우선 말하자면
논에 가두는 물의 양을 꼽고 싶습니다.
여름철 집중 호우기 때,
만약 30억평의 논에 물을 가두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는 그 어느 곳도
온전하게 남아 있을 곳은 단 한곳도 없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농부는 반드시 이땅에 남아야 할 이유입니다.
쇠똥구리가 꼭 살아 남아야 하듯...
쇠똥구리도 날아다닙니다.
그러나 그들은 날기 전,
300~500번 가량 추락을 거듭합니다.
그것은 날개의 온도가 섭씨 39도까지 상승해야만 그것이 완전히 펴지기
때문에 수백번 추락하면서도 날개짓을 되풀이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농부들은,
수확기 한철만을 위해 나머지의 계절을 일합니다.
단 한번 수확하기 위해 수백번, 수천번의 손길과 노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쇠똥구리는 노동하여 자신의 세계를 만듭니다.
쇠똥구리가 이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둥굴게 뭉친 쇠똥을 뒷발로 굴리며 멀리는 500미터까지 이동합니다.
사람의 눈에는 더럽고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똥덩어리 일지라도
그것의 필사적인 움직임의 속내를 알고 나면 자못 숭고해지기도 합니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 쇠똥구리는,
자신의 몸무게보다 30배가 무거운 분비물을 끌고 이동합니다.
짝짓기할 아내에게 먹이와 집과 산란터를 만들어 주기위해...
그들이 이동하는 500미터가 비록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거리일지 모르나,
사람으로 치자면 맨몸으로 그랜드 캐년을 넘는 정도의
평생의 목숨을 건 이동입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하고,
사회에 대한 봉사와 의무를 생각함에
도시인이건 농부이건 다를 바야 없습니다.
살아가는 진지함과 삶에의 애착이야
직업이 무엇이건, 경제력이 어느 정도건, 사는 곳이 어디이건,
누구에게나 강하고 소중합니다.
그럼에도,
나는 농부이고 내 삶의 방식이 자랑스럽습니다.
난 ,
쇠똥구리처럼 살고 싶습니다.
꼭 쇠똥구리의 삶의 방식을 배우고 그 방식대로 살고 싶습니다.
정읍 농부 미루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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