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가면서 꼭 한 번은 듣는 말이 있다. 바로 "어른이 되면 사회에 밑거름이 되라"는 어른들의 충고다. 그럼 여기서 나오는 밑거름은
무엇일까?
밑거름은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심기 전에 주는 비료를 말한다. 씨앗이 나고 나서 후에 주는 거름은 웃거름이라고 한다.
거름은 작물이 자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조건 중에 하나다.
즉 "거름은 작물의 밥"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듯이 작물 역시 거름을 먹어야 살 수 있다.
그래서 이 사회에 밑거름이 되라는 이야기는 세상의 밥 같은 존재 즉 꼭 필요한 존재가 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거름을
만드는 방법으로 보면 두 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화학적인 방법으로 만든 화학비료와 인간의 손으로 만든 비료 즉 유기질 거름이다.
이 두 가지를 먹는 것에 비교해보면 화학비료는 인스턴트 식품에 해당하고, 집에서 어머니가 손으로 만든 음식은 유기질 거름에 비교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스턴트 식품이 간편하고 빠르지만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듯 화학비료도 간편하고 빠르지만 땅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
src="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runkorea_250128_8[416358].jpg"
width=500 border=0> |
|
▲
발효가 잘된 거름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
color=#666666> |
ⓒ 조태용 |
|
화학비료는 땅을 산성화시키고, 땅속 미생물을 살지 못하게 하여 작물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건강하지 못한 작물은 병에 걸리기 쉬워 농약을 주지 않고는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직접 손으로 거름을 만드는 것은 많은 노동력과 시간이 필요해서 여간해서는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럼 거름을 주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사실 숲에 있는 나무들을 보면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그런데 작물은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숲에 있는 나무는 열매와 잎 모두를 땅에 그대로 돌려 주지만 사람이 키우는 작물의 열매와 잎은 사람이 먹어버리기 때문에 땅에는
항상 유기물이 부족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땅이 먹을 것을 먹어 버렸으니 가져간 만큼 땅에게 다시 돌려 줘야 하는 것이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돌려 줘야
할까
서두에 이야기 했듯이 화학비료는 땅을 병들게 한다.
그것 때문에 친환경 유기농업에서는 화학비료를 사용하게 못하게 한다.
그럼 사람이 직접 만든 유기질 거름을 줘야 한다.
그래서 화학 비료가 아닌 진짜 거름을 만드는 농부를 만나봤다.
거름을 만드는 유재식씨는 귀농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농군이다.
하지만 농사를 하려면 제대로 짓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거름을 만드는 곳에 가보니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온다.
언뜻 보면 불이 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미생물이 유기물을 발효시키면서 나는 열 때문인데 온도가 약 60도에서 80도까지 올라 간다고 한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 나는 곳을 살펴보니 이미 분해가 많이 되어서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형태를 알아 볼 수 가
없다.
“여기 뭐가 들어있죠?” " 뭐 다양하게 들어 있습니다." "소똥도 있고, 낙엽, 콩대, 배추찌꺼기, 쌀겨,
톱밥, 깻묵,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다양하죠."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미생물입니다." "미생물도 함께
넣습니까?" “네.” “연기가 모락모락 나지 않습니까?” "연기가 나는 이유는 미생물들이 열심히 일을 하기
때문인데요."
사람도 열심히 일하면 열이 나듯이 미생물도 열심히 일을 하니까 열이 난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면 미생물은 어디서는 있으니까 그냥 두면 생길 것 같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미생물을 넣지 않은 거름을 보니 전혀 발효가 되지 않고 있었다.
당연히 열도 없어 김도 나지 않는다.
src="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runkorea_250128_8[416361].jpg"
width=233 border=0> |
src="http://image.ohmynews.com/img2005/article/00.gif" width=10> |
|
▲
미생물을 넣지 않은 퇴비는 발효가 되지 않았다. |
color=#666666> |
ⓒ 조태용 |
"미생물을 넣지 않은 곳을 보면 낙엽이 그대로 있잖아요." "아마 발효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발효도 잘 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미생물을 함께 넣어주면 발효가 잘되죠." "그럼 발효가 잘된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죠?" "그거야 눈으로
봐도 알 수 있고 냄새를 맡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 번 맡아 보시죠."
직접 거름향기를 맡아보니 구수한 냄새가
난다. 소 똥에 음식물 쓰레기까지 들어있던 것이 미생물에 의해 전혀 새로운 것으로 거듭난 것이다.
“거름을 직접 만들어 보니까
어떠세요?” “하하… 힘들죠.”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그래도 땅에서 농사 져서 먹고 사는데 땅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 됩니까?”
“땅은 정직하다고 하잖아요?” “그 말 딱
맞는 말입니다.” “땅처럼 정직한 게 없어요.” “화학비료를 주면 땅은 좋지 않은 쪽으로 변해 죽은 땅이 되어
갑니다.” “그래도 땅은 작물을 죽이지는 않습니다.” “대신 작물이 병이 많이 걸려 농약을 많이 줘야 하기 때문에 화학비료를 많이
하는 곳에서 무농약 농사는 불가능 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다시 이런 좋은 유기질 거름을 주면 땅은 또 변화합니다.”
“이번엔 살아있는 좋은 땅이 되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건강한 땅에서는 작물도 큰 탈없이 잘 자라 무농약 농사가 가능하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어디 가서 잎이 무성하고
겉모양이 좋으면 “아, 농사 잘 짓는구나”라고 하지만 진짜 농사꾼은 땅부터 본다고 한다.
땅이 살아있어 건강해야 농사제대로 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 흔히 얼굴만 보고 평가하듯이 작물도
겉모습만 보고 땅속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도 겉모습 보다 중요한 것이 내면이요.
농사도 자라는 작물 즉 겉모습만 볼게 아니고 뿌리가 자라는 땅속을 봐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땅을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밑거름이 필요하다.
땅에만 좋은 밑거름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사람에게도 좋은 밑거름이
필요하다.
사람에게 필요한 밑거름은 다름 아닌 먹거리 즉 농산물이다.
우리는 밥을 먹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밑거름을 만들어 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농부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의 밑거름을 만들어 주는 농부를 땅에서 자꾸 몰아 내고 있다.
거름 없이 작물이 자라지 못하듯 농부 없이는 우린 살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농업이 어려운 시기에 그의 올해 농사가 그의
노력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그래도 땀 흘린 농부에게 땅은 건강하고 맛좋은 농산물로 정직하게 돌려 줄 것이다.
세상이 땅만큼만 정직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