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수빈이는 나중에 더 잘되는 아이 입니다."
졸업여행때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활짝 웃어주던 수빈이가 너무 이쁘고 정말~고마웠다며
고 3 담임 선생님께서 졸업식 날 제게 들려주신 말씀입니다.
지금 보다 나중에 더 잘되는 아이...
그 말씀을 저는 믿습니다.
입시결과가 좋지 않아 졸업여행도 오지 않고
친구들과 만나지 않는 친구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시다는
선생님을 보면서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분이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
졸업식날 그 말씀이 지금까지도 귓가에 맴도는 것은 왜 인지 모르겠습니다.
14일 졸업식 날 아침 잘 익은 김장김치를 조금 쌌습니다.
선생님께 드리는 마지막 선물인 셈이지요.
교무실로 가니 문이 잠겨 있어 박스 위에
3-7반 박수빈 이라고 쓰고 문 앞에 놔두고
졸업식 강당으로 갔습니다.
왜 그리 바람이 세차게 불었는지...
세 아이들과 남편은 졸업식장 안으로 들어가고
저는 같은과 엄마들과 그 동안의 안타까움
아이땜에 속이 상했던 일 등...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야기 하면서 졸업식 장면을 바라보았습니다.
대학 합격 소식을 가지고 졸업하는 아이와 엄마는
환한 얼굴로 졸업식을 치루는 반면
그렇지 못한 아이와 엄마는 반 걱정된 표정으로
마지막 발표를 기다리며 졸업식을 하고 있으니
어찌 그 마음이 답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형빈이 중학교 졸업식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치루는
고 3 졸업식 이였습니다.
선생님 아들이 아마 유치원생이라죠?
다행히 합격 소식을 가지고 졸업식장에 서있는
수빈이가 고맙고 대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합격 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여러 생각을 했을 아이.
엄마의 거친 말마저 묵묵히 다 받아준 아이.
" 엄마 제가 더 힘들어요~ 나중에 이야기 해요~."
하면서 제 할 일을 다 해 준 아이 입니다.
앞으로 사회에 나아가 더 많은 일들을 부딪기며 살 것인데
어떤 모양으로던 잘 이겨 나갈꺼라 생각해 봅니다.
의외로 담담함이 제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아이지만
빨리 순응하고 여유롭게 대처하는 마음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조그만 입술에서 투덜투덜~대고 욕이 안나올 듯한 입에서
욕이 나오는 것을 보시고
이 선생님께선 그리 말씀하셨다 해서 웃고 말았답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와
같은 반 친구들과 더불어
다른 반 친구들
기숙사 친구들까지
어울려 사진 찍는 모습을 보니
고 3 년을 성실하고 별 반감없이 잘 보내주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선생님들과 마주하는 모습은 기분까지 좋게 하더군요.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는 아이지만 사랑을 듬뿍 받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첫 아이를 보고 그 설레임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남편의 눈에 비친 큰 아이 졸업식 모습은 무었이었을까?
20년 세월 앞에 우리 부부 여기까지 달려왔구나! 라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집에서 보다 더 활발하고 귀여운 아이 수빈이 였습니다.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서도 구김없이 활짝 웃으며
"엄마~ 내가 할아버지 침대 위로 올라갈께요~." 하면서
치맛자락 치켜들고 펄떡 올라가 할아버지 팔짱을 낍니다.
꼼싹달싹 못하시고 10년 세월을 누워계신
할아버지를 위한 수빈이의 배려였습니다.
할머니랑 사진한 번 찍고 싶다며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과 어머님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아이들.
수빈이의 졸업식은
내 머릿속에 추억 보따리를
하나 하나 풀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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