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위에서 음식을 조물거리시는 것 보다
바닥에 옹크리고 앉아 일하시는게 편하신가 봅니다.
홍어회 한 접시 무쳐 주신다고 굽은 허리 더 낮추시네요.
살아 계실 때 얼굴 한 번 더 뵙는게 도리며
적어도 사람 살아가는 구실은 하고 사는 것이다 ~ 생각하고
아이들 봄 방학 시간을 빌어 친정을 다녀왔습니다.
이렇게라도 마음 먹고 실천할 수 있는
지금 상황에 감사도 드립니다.
무엇보다 두 분이 너무 힘들고 외롭고 지쳐 계실때
다녀 와야지 싶었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컸을때 그 어린 기억속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얼굴이라도 생각나게 해야 되지는 않겠나?
하는 생각도 있었기에
작년 부터 맘먹고 실천하고 있는 일 중의 하나가
아이들 데리고 친정 다녀오는 거랍니다.
그래 봐야 1박 2일 이지만요.
아이들이 앞으로 기~인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래로 위로 치우침이 없이 두루 보살필 줄 아는
힘들이 이런데에서 나오길 바래어 봅니다.
집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을 보고
가끔 가는 외갓집에서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리라 봅니다.
어떤 말로 딱 뿌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가슴으로 느끼고 받아 드리길 바랍니다.
몇 시간 이상을 힘들게 가서
달랑 밥 두 세 끼 먹고
또 다시 몇 시간에 걸쳐 집으로 돌아오는게 전부이지만
함께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 하고 사는 모습 보면서
다 늙으신 나이에 서로 흉보시는 모습도 보면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삶의 지혜를 배우리라 믿습니다.
괴팍한 외할아버지 모습
삶에 지치고 힘드신 외할머니 모습
아이들 머릿속에 과연
어떤 생각으로 자리 잡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외갓집 하면
이러고~ 저러고~
저네들 끼리 이야깃 거리가 있을꺼라 생각되네요.
그게 좋은 이야깃 거리가 아닐지라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다 그 나름대로 살아가는 모습이니까요.
우리가 사는 모습을 다 어찌 표현하고 말할 수 있나요?
생김새가 다 다르듯
사람 사는 모습도 살아가는 이야기도
그 상황에 여건에 따라 다 다르다는 것이지요~
친정이라고 늘 편한것은 아니죠.
친정이라고 늘 가고 싶은 곳은 아니죠.
내가 찿아보고
가 뵐 수 있는 친정이 있고
그래도 낑낑대고 내려가서 뵙고 올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둘 때도 있습니다.
늘 뭔가 문제가 있고
늘 아픔이 있고
늘 상처가 있고
엄마가 원하는 자식들 모습이 하나도 안그려 질 때
그 깊은 한숨을 듣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전화기 들었다 내려놨다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요~
이런 말 저런 말 듣기 싫을때도 있으니까요~
친정 아버지가 올해 81살.
우리 시아버님 마냥 왼팔에 마비가 오시고 계시네요.
뇌졸증은 아닌것 같은데 하여간 맘이 복잡하네요.
친정 아버지까지 누워 계심 안되거든요~
우리 시아버님은 10년 세월을 누워 계시다 보니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나 부다~ 하고 체념하셔서 그런지
어느 정도 당신 삶에 나름대로 잘 적응을 하십니다.
이것도 감사할 뿐입니다.
친정 아버지는 당신 성질 못이겨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답답할 뿐입니다.
아버지가 힘들수록 엄마가 힘들어 지니까요~
세상의 남편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남편님들)
제발 부인들 애간장좀 그만 녹였으면 좋겠어요.
(그냥 헛소리 해봅니다. 답답해서리....)
친정이 항상 따뜻하고 포근하고 편안한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제 경우에는 말이죠.
가끔 불평을 늘어 놓습니다.
친정가도 주방으로 쪼르르르 달려가야 하는 제 입장을 말이죠.
늘 시장에서 일하시는 어머니시기에
75세 구부정 허리 굽으신 노인이 된
어머니 밥상을 제가 어찌 받나요?
젊었을때는 정신없이 일하시느라 주방에 계실 시간이 없으시더니
지금은 몸이 안따라 주니 주방에 못 계십니다.
그냥 달가닥 달가닥 밥해서 드시는 것도 다행이다 싶습니다.
친정이란 이름이
조금은 편안한 이름이였으면..
찬 바람이 덜 불어주는
이름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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