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지역의 냉해로 인해 오렌지 수입량이 크게 줄었다. 수입 오렌지 급감의 반대급부로 포도와 자몽의 수입이 늘기는 했지만 수입 오렌지의 빈 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 여파로 국내산 과일은 순항하고 있고, 전망도 밝은 편이다. 오렌지 수입 감소가 국내산 과일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한다.
◆오렌지 수입 얼마나 줄었나=올 1월 수입량은 1만2,019t이다. 이는 지난해 1월의 8,431t과 2005년 1월의 7,276t보다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지역이 냉해를 입기 전까지 수입된 물량이 많아서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의 냉해 이후로는 수입이 급격히 줄어 2월 한달 동안의 오렌지 수입량은 9,700t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2월의 2만1,786t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2005년 2월의 1만,050t보다도 훨씬 적다.
이 같은 수입 감소가 연중 오렌지 수입물량이 가장 많은 3~4월에도 이어질 것이란 게 수입업계의 전망이다. 한 수입업자는 “미국산 오렌지는 냉해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품질마저 예년보다 크게 떨어진다”며 “당초 올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 추세대로라면 3~4월 수입량이 예년의 30%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포도·자몽 수입량 늘어=미국산 오렌지 수입이 줄면서 수입업자들이 포도와 자몽으로 눈을 돌리는 형국이다. 특히 칠레산 포도에 많이 몰리고 있다. 2월에 수입된 포도는 거의 대부분 칠레산이고, 2월 수입량은 2,765t으로 전년 동기의 1,270t보다 갑절 이상 많다.
자몽도 1월 하순부터 수입이 늘기 시작해 1월 한달 302t이 수입됐다. 지난해 1월의 174t보다 증가한 것이다. 2월의 통계는 아직까지 공식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2월에 비해서는 2배 정도 많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밖에 키위 등 수입과일도 예년보다 수입시기가 당겨지고, 물량도 늘 것으로 수입업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국내산 과일 반사이익=〈한라봉〉과 감귤이 오렌지 수입 감소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오렌지 수입이 줄어든 데다 맛도 떨어져 오렌지와 비슷한 맛을 내는 국내산 과일로 소비가 몰린 것. 심지어 일부 대형마트는 아예 수입오렌지를 매장에 진열하지 않는 곳도 생겨나면서 그만큼 〈한라봉〉과 감귤이 인기를 끌었다.
이로 인해 최근 〈한라봉〉은 설 대목 선물로 크게 각광을 받았고,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비가림감귤도 5㎏ 상품 한상자가 2만원 선으로 예년 이맘때보다 5,000원 정도 높다. 참외도 15㎏ 상품 한상자가 9만원 선으로 예년보다 2만~3만원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 과일값 호재로 작용할 듯=오렌지 수입 감소 여파가 국내 과일에 호재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오렌지의 경우 수입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품질까지 좋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수입이 크게 늘어난 포도도 국내 소비가 원활하지 않다. 한 수입업자는 “칠레산 포도는 보통 3월 이후 수입되는 게 일반적인데 2월부터 수입이 크게 늘어나 소비가 정체된 상황”이라면서 “이로 인해 8㎏ 한상자의 수입 원가가 2만7,000~2만8,000원인데 시장 판매가격은 2만~2만3,000원으로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입과일의 소비 부진은 상대적으로 감귤 등 국내산 과일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신 ㈜중앙청과 영업상무는 “오렌지 물량 감소는 저장과일인 사과·배와 이달부터 출하가 늘어나는 참외·토마토·수박 등 과일류 값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영태 농협가락공판장 부장장은 “국내산 과일로 보면 올 상반기가 상당히 좋은 여건”이라면서 “이런 때일수록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기회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