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사이~ 멀고도 가까운 사이~
허물없이 벽을 깨자면 한 없이 깨지는 사이
벽을 두자면 정말 얼마 만큼의 두께까지 갈지 모르는 두껍고도 먼 사이
그 이름을 며느리와 시어머니라 말하고 싶습니다.
열무를 다듬으며 어머님과 저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지난 살아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마주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 지다보면
가끔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아닌
한 남자의 아내들 로서
녹록지 못한 살아온 각자 삶을 이야기 합니다.
나는 내 설움을 남편에 대한 불만을...
어머님은 15살 고운 나이에 시집와
매운 시집살이와 성질 급하셨던 아버님의 시집살이를 이야기 하십니다.
그러다 보면
여자대 여자로 돌아와 이야기 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어머님도 그러신가 봐요.
너무 허물없이 이야기 하다가...
아..맞다 그래도 시어머니신데 서운 하시겠다~ 하는 생각이 들라치면
깜짝 놀라 말을 멈추기도 하지요.
조금 심했다 싶을 때는
" 어머니~ 제가 너무 편하게 이야기해서 조금 서운하시겠어요~ 서운하시죠?"
" 뭐가 서운허냐 나도 너에게 좋다 싫다 다 말하는데 서로 편하니까 이야기 하지 않겠냐?"
" 그래도 아범 흉을 너무 많이 보면 서운하잖아요~. 나 속상하고 내 힘든 이야기만 하는 것 같고 말예요~
그래도 어머니에겐 아들이잖아요~."
" 우리는 항상 그러잖냐 속상하다 힘들다 다 이야기 하잖냐?."
" 그래도 서운하실 때 많을 거예요~. 그래도 이렇게 속상하다 힘들다 이야기 할 수 있어 좋아요~."
그래도 제가 양심은 있나 봅니다.
" 내가 앗싸리 이야기 하잖냐 너랑 병원가는데 아범보다 더 편하다 안하더냐?."
"죄송해요~ 어머니 이해해 주세요~."
그러시며 이야기 끝에
당신 설움에 속이 상할라치면 아무 힘없이 누워 계신 아버님을 향해
옛날에 내가 이러고 저러고 살았는데
당신이 그거나 알고 이렇게 누워 있느냐며
막~퍼부으신다고 합니다.
그리곤 우신대요.
혹시나 제형이나 들어올까봐 길게 울지도 못했다며 울먹이시더라구요.
막 퍼붓고 나면 아버님이 그러신대요.
그것도 한참을 생각 하시다가
"알지~내가 왜 몰라~,"
"알긴 뭘 아냐고~ 젊었을때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끝까지 이렇게 누워만 있냐."
그러시곤 이내 후회 하신다네요.
아버지가 불쌍해서 말이죠.
참 여자란...
지금처럼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지우는 시절도 아닌
옛날에는 누가 뭐라 할까봐 집에서 혼자 아이를 지우고
피 펑펑 흘려가며 밭에서 일하셨다며...
그런줄도 모르던 남편(시아버님은) 친구네 마실 갔다 늦게 왔다며
그 서러운 시절이 한이 되셨는지
두 눈에서 또르르....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저는 보고 말았습니다.
에이~
손은 일을 하시지만
마음은 복받치는 지난 설움에 친정언니나 친정어머님이 옆에 계셨더라면
정말 목 놓아 우실것 같았어요.
며느리 앞이라 눈물을 꿀꺽 끌꺽 삼키는 것 같았어요.
미쳐 삼키지 못한 눈물이
어머님 두 볼을 적시고 말았습니다.
못 본척 저는 계속 떠들어 댔습니다.
어머니 어쩌고 저쩌고~이러쿵 저러쿵...
에이~
당신의 삶을 생각하면
답답하여 소리라도 지르고 싶겠지만
맨날 투덜거리는 며느리 잠재우시려 더 많이
손을 움직이시는 어머니.
오늘도 어머니는 아들의 빈 자리를 채우시려는 듯
제가 벌려 놓은 일 들을
쉬지 않고 해주셨습니다.
어머님의 슬쩍 흘리신 그 눈물에
마음 한 켠이 짜안합니다.
어머니...
며느리와 아들을 미워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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