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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눈물
경빈마마 2007-03-26 07:04:45 | 조회: 7697

가깝고도 먼사이~ 멀고도 가까운 사이~

허물없이 벽을 깨자면 한 없이 깨지는 사이
벽을 두자면 정말 얼마 만큼의 두께까지 갈지 모르는 두껍고도 먼 사이

그 이름을 며느리와 시어머니라 말하고 싶습니다.

열무를 다듬으며 어머님과 저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지난 살아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마주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 지다보면
가끔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아닌
한 남자의 아내들 로서
녹록지 못한 살아온 각자 삶을 이야기 합니다.

나는 내 설움을 남편에 대한 불만을...
어머님은 15살 고운 나이에 시집와
매운 시집살이와 성질 급하셨던 아버님의 시집살이를 이야기 하십니다.

그러다 보면
여자대 여자로 돌아와 이야기 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어머님도 그러신가 봐요.

너무 허물없이 이야기 하다가...
아..맞다 그래도 시어머니신데 서운 하시겠다~ 하는 생각이 들라치면
깜짝 놀라 말을 멈추기도 하지요.
조금 심했다 싶을 때는

" 어머니~ 제가 너무 편하게 이야기해서 조금 서운하시겠어요~ 서운하시죠?"

" 뭐가 서운허냐 나도 너에게 좋다 싫다 다 말하는데 서로 편하니까 이야기 하지 않겠냐?"

" 그래도 아범 흉을 너무 많이 보면 서운하잖아요~. 나 속상하고 내 힘든 이야기만 하는 것 같고 말예요~
그래도 어머니에겐 아들이잖아요~."

" 우리는 항상 그러잖냐 속상하다 힘들다 다 이야기 하잖냐?."

" 그래도 서운하실 때 많을 거예요~. 그래도 이렇게 속상하다 힘들다 이야기 할 수 있어 좋아요~."

그래도 제가 양심은 있나 봅니다.

" 내가 앗싸리 이야기 하잖냐 너랑 병원가는데 아범보다 더 편하다 안하더냐?."

"죄송해요~ 어머니 이해해 주세요~."

그러시며 이야기 끝에
당신 설움에 속이 상할라치면 아무 힘없이 누워 계신 아버님을 향해
옛날에 내가 이러고 저러고 살았는데
당신이 그거나 알고 이렇게 누워 있느냐며
막~퍼부으신다고 합니다.
그리곤 우신대요.

혹시나 제형이나 들어올까봐 길게 울지도 못했다며 울먹이시더라구요.

막 퍼붓고 나면 아버님이 그러신대요.
그것도 한참을 생각 하시다가

"알지~내가 왜 몰라~,"
"알긴 뭘 아냐고~ 젊었을때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끝까지 이렇게 누워만 있냐."

그러시곤 이내 후회 하신다네요.
아버지가 불쌍해서 말이죠.
참 여자란...

지금처럼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지우는 시절도 아닌
옛날에는 누가 뭐라 할까봐 집에서 혼자 아이를 지우고
피 펑펑 흘려가며 밭에서 일하셨다며...
그런줄도 모르던 남편(시아버님은) 친구네 마실 갔다 늦게 왔다며
그 서러운 시절이 한이 되셨는지

두 눈에서 또르르....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저는 보고 말았습니다.

에이~

손은 일을 하시지만
마음은 복받치는 지난 설움에 친정언니나 친정어머님이 옆에 계셨더라면
정말 목 놓아 우실것 같았어요.

며느리 앞이라 눈물을 꿀꺽 끌꺽 삼키는 것 같았어요.
미쳐 삼키지 못한 눈물이
어머님 두 볼을 적시고 말았습니다.

못 본척 저는 계속 떠들어 댔습니다.
어머니 어쩌고 저쩌고~이러쿵 저러쿵...
에이~

당신의 삶을 생각하면
답답하여 소리라도 지르고 싶겠지만
맨날 투덜거리는 며느리 잠재우시려 더 많이
손을 움직이시는 어머니.

오늘도 어머니는 아들의 빈 자리를 채우시려는 듯
제가 벌려 놓은 일 들을
쉬지 않고 해주셨습니다.

어머님의 슬쩍 흘리신 그 눈물에
마음 한 켠이 짜안합니다.

어머니...

며느리와 아들을 미워하십시요.






♪흐르는 곡~[처음부터 지금까지]






- 마마님청국장 -
2007-03-26 07: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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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8
  • 으아리 2007-03-27 21:25:46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 편안하게 풀어가는 경빈마마님의 글솜씨에 매번 감탄합니다. 음악도 좋네요.^^  

    • 글터 2007-03-27 01:33:51

      에구...엄마야 야그만 나오믄
      눈물찍~ 콧물찍~ 입니다여^^

      시엄마와의 정담,
      이해의 폭을 넓혀가려 애쓰는 경빈마마님네...
      정말 부러버여~
       

      • 경빈마마 2007-03-26 18:26:11

        동시대를 살면서 느끼는 아픔을
        어머님과 저는 가끔 공유를 하는거 같아요.

        격려해 주시고 다정스런 덧글 주신
        모든분께 감사드립니다.
         

        • 기운쎈 아줌 2007-03-26 11:00:13

          마마님 안녕하셨어요? 제 복잡한 심정을 알기나 하듯 도움이 되는 글을 올려 주셨네요.집을 짓는 동안 시댁에 살기로 하고 목수님 까지 여덟명이 한집에 살고 있습니다. 밥을 하는 일도,청소,빨래도,배로 늘어나 많이 힘듭니다. 아니 그런것 보다 어머님,아버님과의 관계가 그리 편치 않네요. 어머님 아버님을 사랑 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자 기도 합니다.
          좋은 글 좋은 음알 감사합니다.
           

          • 숨결 2007-03-26 10:58:52

            가슴속에 그 무엇인가
            슬픔과 고뇌를 한껏 가지고 가는 삶이라면
            그 삶이 더욱 내면의 깊은 해맑음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언듯 지나다 고귀한 화초처럼 자란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들,
            어려움이란 티 하나 없이 부유하게 살아가는 듯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 그리고 우린 삶이 너무도 많이 구겨져 있구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삶의 묘미는 그런것과는 차원을 달리하겠지요.
             

            • 노래하는별 2007-03-26 10:14:07

              부모님의 존재가 그런거 같아요
              특히 힘겨운 세상을 서민으로 살아오신 부모님의 삶은
              같은 서민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자식들의 가슴속에
              깊게 아리게 자리를 잡는것 같습니다
               

              • 꽃마리 2007-03-26 09:57:51

                마마님 안녕 하시지요~~
                정말 제가 하고싶은 말을 마마님께서
                다, 말씀하셔요...
                정말!!허물없이 벽을 깨자면
                한 없이 깨지는 사이 벽을 두자면
                정말 얼마 만큼의 두께까지 갈지
                모르는 두껍고도 먼 사이 인것 갔아요.
                마마님 저두 어머니랑 산세월이 20십년인데두
                힘들땐 힘들어요...~~
                마마님 항상 좋은글 부탁 드립니다^^*....
                 

                • 후투티 2007-03-26 08:33:07

                  메주끈 새끼꼬아 올리시는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저희 어머님은 혈압으로 두번을 쓰러지셨는데'
                  남들이 그럽니다 .중풍으로 두번을 쓰러졌으면 흔히
                  반신 불수가 되거나 거동이 불편해야 하는데 그래도 혼자 병원도 다니시고 당뇨약도 지어 오시니까 저보다 복이있다고
                  그래요.항상 걱정이지요.
                  만약에 정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시고 대소변을 받아낸다면
                  어쩔까?
                  3년 병상에 효자 없다는데 불효자가 되면 어쩌나...
                  아침이면 일어나 다시 뵈는것 만으로도 복으로 사는것
                  그것이 사람사는 모습이 아닐까요...
                  고부의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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