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만난 텃밭 친구
이번 주 토요일은 남편과 내가 결혼한지 20 주년이 되는 날이다.
많은 가난한 이야기들을 안고 둘이 하나가 되기까지
말하지 못할 아픔과 설움 인내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친정어머니는 암 말 없이 더 잘해주려 하시고
지금은 남편과 나를 더 미더워 하신다.
그래도 이런 저런 일 겪으면서 아이 넷 낳고 알콩 달콩 살아주니 고마우신 갑다.
더 이상 이러고 저러고 말씀 안하신걸 보니.
서운함을 가지자면 하면 한도 끝도 없이 커진다.
그래서 되도록 서운함이 작아지게 하려 노력하며 살고 있다.
서운함을 작게 가지는 것도 노력을 해야 된다.
친정어머니란 이름.
친정이란 이름.
여자로서 그 당시 세월을 이해를 해야 서운함이 덜한 이름일 때가 있다.
가끔은 그런다.
아픔을 줄줄줄 이야기 하자면
누구나 다 책 몇 권을 쓴단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책속의 주인공인 셈이다.
사는게 다 그런갑다.
요모양 저모양으로 스스로를 다듬으며 사는갑다.
서로 서로 뾰족하게 모만 나 있다면 어찌 살겠나?
서로 부댖기며 세상은 둥글게 돌아가는 갑다.
그러며 더 둥글어 지길 소망하며 우린
하루 하루 살아가는 갑다.
이 작은 물방울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얼마 전 일이다.
어머님과 일을 하다가
"어머니 이번 주 토요일 결혼기념일 20 주년이 되네요.
그래서 아범과 여기 저기 누구 누구네 이러 이러해서
인사도 할 겸 함께 다녀 오려구요~."
했더니
"그려~ 갈 수 있을 때 가야지. 아버지좀 봐라 저렇게 누워 있으니 꼼짝도 못하잖냐."
친정 식구라곤 대구에 계신 이모님 딱 한 분인데
아버지 걸어 다니실 땐 1년 이던 2년 이던 한 번은 내려가서 보고도 오셨건만
아버님 누워 계신지 10년이 넘다 보니 그나마 당신 고향 한 번 못 가시고
친정 식구 한 번 보러 못 가신 것이다.
아...그래~ 맞다.
어머니 에게도 친정이 있었지...
그러며 다시 물었다. (아마 언뜻 생각이 나서 그랬던 거 같다.)
"어머니는 올해 결혼 기념일이 몇주 년 되세요?"
"나~올해 60 주년이지~."
헉~ 60 주년.
딱 내 결혼 기념일 세 배 되는 해이다.
결혼은 언제 하셨느냐 했더니 11월에 하셨단다.
어머니도 이런 꽃다운 나이가 있었겠지...
형빈이 보다 두 살 어린 15세 나이에 시집을 오셨는데
옛날 어르신들이 말하는 달걸이도 안하는 나이에 오셨단다.
말도 안돼!
시집오니 세 살 위의 아버님이 그리 작더란다.
가끔 서운하면 어머님은 아버님에게
"내가 시집와서 당신 키우며 살았는데~그거 아냐고~." 한단다.
그 말씀을 하시는 어머님 모습이 순간 흥분되어 보였다.
지난 60년 세월을 떠올리니 아마도 설움이 일었을게다.
나이 들었다고 친정이 없는 것도 아닌것을.
몸이 늙었다 하여 여자가 아님이 아닌것을.
너무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어머니 우리 둘이 여행갈까요?'
"여행?"
ㅎㅎㅎ내가 말해 놓고도 어이가 없어 웃었다.
어머님도 기가 막혀 웃으신다.
가당치 않은 엉뚱한 말이기에.
그래도 그 말이 싫지는 않은 듯
두 볼이 발그레하니 상기되는 걸 보았다.
아버님 쓰러지고 이런거 저런거
꿈도 안꾸고 포기하고 사시던 분이라~
여행이란 말이 새삼스럽지만 어머니를 설레게 한 말임엔 분명한거 같았다.
여행은 힘들겠지만
올 한 해가 가기 전에 어머님과 둘이서 외식이라도 할까보다.
결혼 기념일 내게만 있는게 아니였다.
우리 어머님에게도 결혼 기념일이 있었던 거다.
나는 20주년
어머니는 60주년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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