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당진에서 택배박스가 하나 왔다.
언젠가 시골지기님이 뒷산에서 생고사리 한 주먹 따왔노라
사랑방에 자랑을 하시기에 아무생각 없이 재미있게 댓글 단답시고
- 시골아낙이님~저 생고사리좀 어떻게 좀 해보세요~ ^^ - 라며
한 줄 썼던거 같은데 아마도 그 글을 보셨던거 같다.
생고사리 살짝 데쳐 이 틀 정도 씁쓸한 맛을 우려내고
생조기와 함께 조선간장넣고 자글자글 지져주면 그야말로 보돌보돌
따신밥에 국물 떠가며 고사리 건져먹는 맛있는 생각하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생고사리 조기찌개 냄비가 돌아간다.^^* (먹보경빈!)
어렸을 적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얻어 먹었던 그 맛은 참 오래도 간다.
나의 삶속에서 지치지도 않은지 쫄랑 쫄랑 따라온다.
나의 철없는 댓글을 보시고 난 뒤 시골아낙님은
조금은 이른 생고사리건만 하루 하루 조금씩 따놓으셨다 한다.
그게 얘네들이다.
우리 식구 한끼 먹을 양이지만
아낙님은 야산에서
-이거 경빈 줘야지~~ 이게 그리 맛있다는데...-
이런 생각을 하시며 하나 하나 끊으셨지 싶다.
그랬을거라 생각하니 뭉클하다.
어떤 일을 하면서 한 사람을 생각해 준다는 게
얼마나 서럽도록 고마운 일인가?
박스를 열어 꺼내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펼쳐놓고 보니 괜시리 마음이 짜안해졌다.
철원에서 배농장을 하시면서
잠자는 시간 빼 놓고는
그 넓은 농장을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가꾸시던 모습도 떠오르고~
배나무 아래로 펼쳐진 갖가지 나물들도
어찌나 실하게 가꾸셨던지...
그 많은 나물들을 말려
배주문 회원님들에게 한주먹씩 넣어주셨던것도 불과 2년 전 일이다.
나물들도 주인의 사랑을 받으니 잘도 크더란다.
그 나물들을 보면서
우리들은 너무 좋아 감탄하며
이리 저리 만져보았던 기억도 새롭다.
이름모를 야생화들 ...
야생화 하면 이젠 아낙님이 생각날 정도니까...
철원의 야생화는 아낙이님 손에서
그리 아름다움을 뽐냈었다.
아낙이님과 누드배님 덕에
철원도 두 세번 가 본 경빈이다.
철원...하면
정말 옆에 북한이 있어
아무나 못가는 곳 그런 무서운 곳 인줄 알았던 촌닭이
이렇게 철원도 갔다 왔다라고 글을 쓴다.
제형이 손등만한 조기를 손질해서 넣어 둔것을
같이 넣으셨다.
일부러 장에 가지말고 한꺼번에 보내니 맛나게 해 먹으란 뜻이려니.
얼마전에 두 분이서 나들이때 사 오셨다던 아구도 한마리 들어있다.
찜을 해먹을까?
매운탕을 해 먹을까?
한 참을 행복한 고민을 한다.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담가두었다.
이 틀 동안 우렸으니 맛나게 지져 먹어야지~
아니지 반은 남겨두었다 육개장 끓여먹어야지~
아낙이님의 사랑도 함께 먹는 경빈이다.
당진에서 행복해 하며 사시는 모습을 보면
참 많이 부럽다.
그 힘든 세월을 잘 견뎌주신 두 분이 너무 좋다.
나도 우리 네 아이들 다 크고 나면
미소가님과 함께 두 분처럼 살 수 있을까?
가끔 생각하곤 한다.
아프지 않고 살아야 하는데...
둘이 손잡고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살아야 하는데...
그리고 닭살 부부라고 놀림도 받아가며 살아야 하는데...
아낙이님 고맙습니다.
행복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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