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일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4200키로를 누비며 우리 마을 세 동네와 아랫 동네를 누비고 다닌지 4개월여.... 4월 30일부로 산불감시원일을 마무리지었다.
가끔 인근 군지역이나 면 지역에서 불이 나면 나도 긴장하여 그날은 더 많이 감시활동을 하게 되고, 혹시나 내 담당구역에서 연기라도 날라치면 얼른 달려가 확인하는 등의 긴장과 스트레스는 나를 피곤하게 하였지만 얻은 소득은 만만치 않았다.
농장에서 묵묵히 일만하다가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생활에 보탬이 되는 돈을 만져보았다.
그러나 역시 28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구속된 생활로 인해 자유를 갈망하다가 어쩌다 병을 얻어 지리산 깊은 산골에 터를 마련하고 자유인 자연인으로 살다가 또다시 구속된 생활을 하다보니 날개 잃은 한마리 새가 되어 담당구역 10여키로를 하루에 4회 이상 구석구석을 왕복 순찰하면서 긴장속에서 4개월을 살다가 이제 다시 자유인 자연인으로 되돌아오니 역시 자유는 우리 인간에게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아주 오랜 옛날 자연속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어느때부턴가 사회가 구성되기 시작하면서 필요악으로 각종 제약이 생기기 시작하여 법과 규율과 도덕률과 양심률과 전통, 인습, 가문률, 조직률, 불문률 등 우리 인간을 옥죄는 요인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아 우리를 그 틀에서 일탈하도록 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 예날 자연속에서 자유롭게 살던 본능이 있어 도시에 살면서도 자연을 동경하고, 자연을 그리워하고, 자연으로 회귀하고픈 마음으로 살아가고들 있다.
그러나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부담감과 문화적으로 뒤떨어진 시골생활때문에 선뜻 보따리를 챙겨 나서지 못하고 자연으로 돌아갈 그날만을 기다리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골생활이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먹고 사는 문제에서부터 땅과 씨름하면서 풀과의 전쟁을 벌여야하는 중노동과, 자녀의 학업문제, 취미생활, 여가생활, 문화생활이 열악하여 환상속에서의 전원생활은 현실에 직면하면서 무참히 깨지기 일쑤여서 웬만큼의 준비와 금전적인 문제와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려운게 전원생활이다.
그러나 나는 약간의 연금이 나오는 처지여서 땅에서 나오는 소득이 별로 없어도 그리 걱정하지 않기 때문에 용케도 잘 버티고 있다. 물론 돈이 없으면 안쓰는게 나의 소신이라 사람구실을 잘 못하는게 흠일 수도 있다.
내 천성이 조용하고 등산, 사색, 명상, 영화감상, 독서, 작은 생명들과 대화하면서 살아가는게 내 성격에 맞아서인지 깊은 산골에서 집사람과 단 둘이 농장을 가꾸고 살아가는 게 어쩌면 나에게 맞는 삶일 수도 있다.
다양한 종들을 수집하여 그것들을 번식시키고 늘려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삶이야말로 보람있는 삶이며 의미있는 삶일 것이다.
어제 하동에서 익산 아들집에 올라와 그동안의 피로를 풀기 위해 1주일가량 쉴 생각이다.
마음이야 농장에 수많은 나의 분신들에게 가있지만 그들은 내가 없어도 알아서 잘 커주기 때문에 마음놓고 쉬어야겠다.
전에 농장에서 소일거리로 닭과 토끼를 키워보았는데 아침저녁으로 먹을 것을 챙겨주어야 하고 어디 갈라치면 이웃집에 부탁해서 먹을 것을 주도록 해보았지만 여간 성가신것이 아니어서 얼마 키우다가 닭은 다 잡아서(닭잡는 집에 가서) 우리동네와 익산 이웃들에게 나누어주고, 토끼는 동네 이웃에게 키우라고 그냥 주었다.
그래서 식물들도 가급적 겨울을 스스로가 나는 종들만 키우고 있다. 물론 칸나와 야콘은 겨울동안 얼어죽지않게 하기 위해 보온을 신경써서 해주고 있지만....
그 외에는 모두 땅속에서 스스로가 동면을 하거나 볍씨같이 봄에 새로이 뿌리는 종들만 가지고 농장을 꾸려가고 있다. 즉 6년동안 종들을 지켜보면서 해발 450미터인 우리 농장 기후와 여건에 맞지 않은 품종들은 작년과 올해 모두 나누어주는 등 처분하였다.
이제 농장에 각종 종들을 제자리를 찾아주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성들여 키우거나 번식을 하거나, 새로운 식구들을 받아드려 종들의 가지수를 늘리는일만 남아 있다.
그래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종자들을 종자용으로 조금이나마 나누어주는 즐거움으로 살아갈 것이다.
익산에서 1주일 쉬다가 다시 하동 농장으로 가보면 잡풀들은 몰라보게 커있어 그들과 싸움을 벌여야 하지만그들을 뽑아내면서 "미안하구나 다음 생은 좋은 생명으로 태어나거라"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다보면 어느새 나는 자연과 하나되는 마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