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텃밭에 감자꽃이 폈더라구요.
아직은 드문드문 몇포기에만 펴 있지만
조금 지나면 밭에 하얀 무언가를 뿌려놓은듯 감자꽃들이 피어나겠지요.
꽃이 폈으니 굵은 감자를 캘 날이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에 또 기뻤습니다.
비맞은 감자꽃이에요. 우산을 쓰고 찍으니 제대로 안나왔네요. 사진 찍는 기술은 언제 늘려는지.. ^^
아까 바람이 많이 불더니 감자줄기가 한쪽으로 누웠어요. 해가 나오면 다시 일어나려나요..
결혼하기전에 읽었던 시인데 외우진 못해도 감자꽃이 필때마다 "감자꽃 같은" 이라는 구절이 떠오르게 하더군요.
아줌마가 되기전엔 왜 이런 시들만 보면 뭔가 가슴이 터질것 같으면서 어디론가 뛰쳐 나가고 싶었는지.
결혼하고 아이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괜히 설겆이 하기싫고 청소 하기싫을때
'내가 이렇게 축 늘어진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한건 아닌데..'
하면서 결혼전의 치기어린 열정을 떠올리곤 합니다.
시골 아낙의 생활을 그런 열정을 가지고 실천하면서 살아야 할텐데요.
그래서 정말 결혼전에 꿈꿨던 소박한 자연속에서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야 할텐데 말이죠..
감자꽃 같은
북녘 그 너른 개마고원에 심어놓았다는 감자, 그 꽃 같은 눈이 철 지난 오늘 피었다 하얀 감자꽃 그 향내가 목숨 만큼 진하다 눈 덮인 저 줄기 하나 뽑을 때마다 주렁 주렁 매달려 나오는 게 경전에 쓰인 글귀 같다 소망으로 드린 기도 같다 굶주린 산하를 온통 먹여살릴 수확의 기쁨에 수전증처럼 손이 떨린다 감자꽃 활짝 피었으니 흰 쌀밥 같아서 햇빛의 무기로 다 타서 재가 되어버리기 전에 뼈만 남아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국경 너머 허기진 이웃에게 한 공기 가득 퍼 담아 조촐하게 식탁 차려주고 싶다 오늘 내린 눈이 저 덩굴 식물의 흰 꽃 같아서 감자 몇 포대 시장에 내다팔아 한 겨울 지낼 옷 해 입고 방 뜨듯하게 군불 땔 장작도 사고 배 고픈 세상에 가득 생명 같은 눈 나눠 주고 싶다
출처 : http://www.joungul.co.kr/poem/poem1/인생_50534.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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