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문제인가, 농정이 문제인가(펌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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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농부
2007-06-12 09: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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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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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8 한국농어민신문 실린 GSnJ 연구자문위원 이헌목 농업정책연구소장님의 글입니다. GSnJ 연구자문위원 이 헌 목 (농업정책연구소장)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농업은 경쟁력이 없다고 한다. 더 이상 돈을 퍼붓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투의 말을 예사로 한다. 5월25일자 신문에는 산업자원부장관을 지낸 ‘경제전문가’가 “침몰하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농업개혁과 취약한 중소기업의 정리 등 ‘잔인한 선택’을 해야 된다”는 제안이 보도되었다. 예산 집행과정상 허점 곳곳에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지난 3월20일 “농업이 아무리 소중하고 농민이 어렵다고 해도 정부가 1년에 16조원을 들였는데도 농업 GDP(국내총생산)가 22조원밖에 안 나오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은연중에 ‘농정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 문제가 있는 것은 농업 그 자체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요한 분들이 농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과 함께 두 가지 질문을 하고 싶었다. 첫째 ‘부가치가가 커지지 않는 것이 잘못된 농정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 보셨는지?’ 둘째, ‘우리 농업은 아무리 잘해도 경쟁력이 없다는 근거가 무엇인가?’하는 점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하면, 첫째, 우리 농정이 잘못한 게 정말 없는가하는 점이다. 대통령의 말씀 직후, 3.23일자 신문에도 ‘80억대 돈벼락을 맞은 마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50대 이상이 태반인 농촌마을에 80대의 컴퓨터가 지원됐고, 지금은 회선사용료 부담 때문에 ‘쓰지도 않는’ 컴퓨터를 반납하자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 마을에는 3개 부처 6개 사업이 한꺼번에 몰려 90억 가량이 투입됐다고 했다. 보통은 1~2년 만에 자리가 바뀌는 공무원들이 200개가 넘는 사업에, 16조원이나 되는 돈을 집행하는 과정에 잘못이 없기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업의 종류가 그렇게 많아야 하는지, 그 많은 돈을 몇 명 되지도 않는 공무원들이 나눠주는 그 방식이 최선인지 하는 의문은 남는다. ‘규모화’ 정책 기본방향 재점검을 둘째, 정책의 기본방향이 과연 맞는가 하는 의문이다. 우리 농정의 기본방향은 개별 농가의 영농규모를 확대하고, 시설을 현대화해 생산비를 낮춤으로써 시장이 개방돼도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수입농산물과 경쟁하기 전에 과잉생산과 우리 농민끼리의 과당경쟁을 촉발시켰고, ‘이름도 없는’ 브랜드(?)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무리 규모를 확대해도 선진농업국의 10분지1 내지 100분지1밖에 안 되고, 아무리 생산비를 줄여도 중국의 5배 내지 10배가 되는 상황에서 승산 없는 ‘평범한 게임’을 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은 생산단계만이 아니라 연구개발과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시스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셋째, 최고의 농업기술력과 경영능력을 가진 농업회사나 조합체제로 승부를 해도 우리 농업이 살아남을 수 없는가 하는 의문이다. 우리의 농업을 둘러싼 자연환경은 결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으며, 시장환경은 어느 나라보다 좋다. 우리 농산물을 아끼는 2만불 소득의 소비자 5천만이 있고, 이웃 일본과 중국에도 고소득 소비자 수억 명이 있다. 180만ha의 농지, 농가당 1.5ha의 농지는 축산과 고소득작목을 하기에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심지어 벼농사도 협업을 하면 들판단위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기술의 깊이는 한계가 없으며, 마케팅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농협과 공사, 각종 연구소와 대학, 진흥청과 기술센터에는 ‘10만의 전문가’가 있다. 매년 쓸 수 있는 돈도 ‘16조원’이나 된다. 이들과 농민이 ‘하나’가 되어 최고의 기술을 개발하고, 철저한 품질관리와 창의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해도 안 될 것인가 명품은 ‘값이 없다.’ 일본의 유바리 멜론은 2개 한 박스에 80만 엔에 낙찰되었고, 대만에서 일본사과는 우리 사과의 6배 가격에 팔리고 있다. 정책기조·예산 집행 혁신 필요 지금 성공하고 있는 우리 산업도 30여 년 전에는 우리 농업보다 국제경쟁력이 더 없었다. 우리는 아직 ‘농사’를 짓고 있을 뿐 ‘농업경영’을 하고 있지 않다. 시장도 농업현장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농업을 시장 안에 둘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면서도, 어떻게 준비시켜 시장에 내놓아야 할지는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폐쇄경제시대부터 해오던 그 정책기조와 예산책정 및 집행방식이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크리스탠슨교수의 말처럼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인 우리 농업이 살아남으려면 ‘파괴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 혁신의 대가가 아무리 크더라도 우리 농업은 살아남아야 하고, 우리 농민은 희망을 가지고 자기 생업에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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