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고의 사과가 거의 떨어져 갑니다.
당연히 통장의 살이 두둑하게 올라 있어야 맞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군요.
작년엔 규모있는 저장고와 선별장을 짓느라 무리했으므로 농협에서 빌린 돈의 일부와 이자를 갚고
새로 구입한 기계의 상환금도 내고 자재비와 온갖 영농비를 갚고 나니 이런 된장...!!
올 한해 생활비가 빠듯합니다. (아니 어쩜 모자랄 듯...미루가 고등학생이 되었거든요.)
아내는 통장의 잔고를 보더니 한숨 한번 쉬고는 한심한 얼굴로 날 흘깁니다.(난 당연 깨갱...!!)
꼬랑지 내리며 하는 혼잣말, '어쩌다 우리집 서열이 이렇게 되었는고...!!'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가방끈 짧은 내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동안 아주 많이 회자되었고 관계도 이미 정립되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구요.
그럼에도 나는 깊게 생각 할 것도 없이 오래전 우스갯 소리가 생각이 나 끄적여 봅니다.
가장 그리운 10대시절, 그 불나방 같던 시절, 생각해보니...
여자는 축구공과 같습니다.
이리 저리 굴러다니는 공 하나를 두고 11명이 새떼처럼 몰려다니는...
아마도,
여자들에겐 뭐가 좋은지도,
왜 이때가 행복한지도 모를겁니다.
또 남자들은 왜 자신들이 떼지어 다니며
냅다 뛰어다니기만 하는지조차 모르겠지요.
그러고 보니 그나마 그 황금같던 10대 시절, 우리 세대는 교련복 입고 제식 훈련과 총검술을 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참, 어이없던 암울함...!!)
격동의 80년대를, 난 20대로 보냈습니다.
청춘,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시큰해지며 배꼽 근처께가 간질간질하는 그 설레는 시절...
생각컨대 여자는 농구공과 같았습니다.
이제 공을 쫓아다니던 남자들의 숫자는 절반으로 확 줄어 겨우 너댓명이군요.
상대적으로 공을 잡을 기회도 많아졌습니다.^_______흐흐_______^
그러나 세상이 무조건 좋은 시절을 만들어주진 않습니다.
광주에선 수천명이 총칼에 죽어 으시시한 공포가 온천지를 뒤덮던 시절입니다.
연애는 무신...
그시절,
대부분 살아남았음을 다행으로 생각하는가 하면
혹은 세월 흐른 후 오다가다 우연히 만나 술 한잔 하고난 후엔 아직도 살아 있음을 슬쩍 부끄러워 하기도 했지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20대를 추억하니 30대가 보입니다.
난 한때 골프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러고 보니 30대에 여자는 골프공과 같습니다.
경쟁자는 아무도 없는 오로지 나 혼자만 죽자사자 쫓아다니고 있군요.
그나마 이 시절이 참 많은 생각을 하고
혹은 열심히 살았고 더구나 삶을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아내와 아이가 생겼고 두렵기만 했던 아버님이 부쩍 늙으셨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어느날 목욕탕에서 습관처럼 체중계에 올랐습니다.
허~~~~걱 ⊙.⊙;;
느닷없이 몸무게가 늘었는데, 그러고보니 아랫배가 꽤 나왔더라구요.
아침이면 왜 그렇게 입냄새가 심하고 몸은 무겁던지,
그 흔한 소설책이라도 한권 읽은지는 언제던고...!!
아 참~!
그러고 보니 어젯밤 아내가 샤워하고 나올 때, 난 뭔지 모르게 귀찮기도 하고 꺽정시러워 짐짓 가볍게 코고는 소리도 냈었군. 헐.헐.헐~~!!
아하!!
40대에 여자는 탁구공이 되었구나.
그걸 이제야 깨달았도다.
남자가 40대가 되니 공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넘겨주려 저리 악다물고 애를 쓰니 이제 난 온전히 여자에게서 자유로워 지나니...
근데 이걸 기쁘다고 해야 하나, 슬프다고 해야 하나... 왜이리 맘 한쪽이 쓸쓸해 지는걸까
이게 무슨 그림인지 아시죠
일본의 유명한 만화인 피구왕 통키입니다.
사실 한번도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으나 어쨋든 게임의 룰은 아주 간단합니다.
날아오는 공에 맞으면 죽는거지요.
요샛말로 "뒤질랜드??" ㅎㅎㅎ
무슨말을 할지 짐작하셨겠으나 맞습니다.
50대의 남자는 여자에게 걸리면 그야말로 기냥 죽습니다.
내게로 온다 싶으면 무조건 피해야 하지요.
그런데요,
무서운 게 어디 여자뿐이겠습니까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니
눈에 띄는 즉시 피해야 할 게 비단 여자 하나뿐인 나이가 50대라면 차라리 행복할지도 모르지요.
어느 보험회사 CF가 외치듯,
"건강함에 기뻐하려 했더니 이젠 그만 쉬고 나가란다"
아아~~!!
고단한 인생이여!!
제 홈페이지에는 연세 높으신 분들이 많이 계심에 이 글을 쓰자니 조금 죄송스러워집니다.
60대에 여자는 그림으로 그린 공처럼....
" 진짜 공 맞냐?"가 되고야 맙니다.
(윽!! 째려보는 공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군.)
이제서야 인생 전체를 돌아보고 다시 하늘과 땅과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려 할 때쯤,
그러나 인생 전체에서 2%가 부족한 갈증으로 숨가빠합니다.
공이어도 공이 아니어도,
실체가 있어도, 혹은 그림만 덩그마니 남아도,
60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냄새는 그 긴 호흡만큼이나 진득합니다.
내 아버님은 지방의 시청 관리를 끝으로 은퇴한 후,
직접 가르치고 칫수를 고쳐주던 아들에게조차 상대되지 않는 실력으로 기원을 전전하시는 그 어깨의 무게를 못이겨 겨우 6년만에 세상을 놓았습니다.
저녁 무렵,
동네 어귀의 대폿집에서 아버님을 만나면 난 서글펐습니다.
나도 곧 내 아버지의 긴 그림자를 밟겠지...!!
까칠한 턱수염이 하마 귀찮던 젊은 날을 아쉬워하며 턱을 쓸어내리겠지...!!
지겨운 전정 작업의 한고비를 넘기고 있습니다.
많은 생각이 고되고 지루한 일과를 이기게 하는 힘이 되어줍니다.
실은,
맨처음 시작할 때엔 즐겁고 유쾌한 글이 되기를 염두하고 썼는데...
결국 내 습성인 우울하고 혼미한 글이 되고야 말았군요.
봄엔 좀 나아지겠죠
정읍농부 미루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