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곤증이 심해지는 걸 보니 봄인 모양입니다.
밭에 일하러 갈까 하다가 봄바람이 차가와 옷을 두둑히 입고 봄나물이나 뜯어올 생각으로 과도를 챙겨 냇가로 나갔습니다. 동네 할머니들이 나물을 뜯고 있는 곳을 지나쳤습니다. 근처에서 쭈뼛거리다 남자가 무슨 나물을 뜯냐고 빈정거릴까 봐서요. 할머니들이 뜯는 것은 쑥 종류라 내가 목표하는 것은 근처에 없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냇가를 따라 내려가니 봄기색이 제법 완연합니다.
겨우내 검푸르던 물이 맑아졌고 물가에 봄풀이 푸르며 버드나무잎이 제법 올랐습니다. 능수버들이 한들한들 가지를 흔드는 모습이 어머니가 흥겨운 타령에 맞추어 추는 춤 같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니 목적했던 것들이 들판에 펼쳐져 있습니다. 뭐냐구요
소루쟁이라는 것이죠. 일명 솔거지라고도 합니다.
매년 이맘때면 어린 잎을 뜯어 삶아 헹궈서 된장국에 넣으면 미끈거리는 것이 미역국 저리가라 할 정도로 부드럽고 맛이 좋은 풀입니다. 한참을 뜯다가 몇걸음 옮기니 풀밭이 펼쳐져 있는데 소루쟁이 들이 풀과 함께 섞여있습니다. 식용풀은 풀과 함께 커야 깨끗하고 연합니다. 이십여분 뜯으니 가져 간 비닐봉지가 흡족하여 왔던 길로 되돌아오다가 그 할머니들이 있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들이 아는 체 할까 봐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고 있는데 먼저 말걸어 옵니다.
“아니 그 새에 뭘 그리 많이 뜯었수?”
“할머니가 모르는 나물일 걸요.” 하고 소루쟁이가 들어있는 봉지를 열어 보였더니
“이거 국끓일 때 중간에 뚜껑을 열면 쓴 맛 때문에 먹지 못하니 한번 끓은 후에 약한 불로 뭉근하게 끓이면 맛있는 국이 될 거에요.”
할머니가 뜯은 나물을 다듬는 것을 보니 쑥, 민들레, 돋나물 종류입니다.
“할머니 쑥은 어떻게 먹지요?”
“깨끗하게 씻어서 밀가루를 조물조물 묻혀서 쪄서 된장국에 넣으면 되지요.”
“민들레는 어떻게 드시죠?” 궁금한 건 못 참아 한마디 던졌더니
“그냥 식초넣고 겉절이 먹으면 되지.”
“그 쓴 것을 우려내지 않고 그냥 드세요?” 쓰다는 생각에 얼굴이 절로 찡그려집니다.
“약간 쌉싸름하지 먹을 만 해요.”
“네에, 많이 뜯으세요.” 하고 가려는데
“아니 남자가 무슨 나물이래.”
그 말만은 안 하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얼레리 꼴레리
“봄볕이 아주 좋길래 칼들고 나와 봤습니다. 애엄마가 나물 뜯을 줄은 몰라도 뜯어가면 요리는 알아서 잘 해 주거든요.” 어색하게 대답했습니다.
<남자들이 잘 하는 물고기 잡이는 잘 못하고 작은 칼로 나물뜯는 게 취미랍니다.> 요렇게 말했다면 할머니들이 뒤집어져 웃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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