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生이니 焉知棋死乎라
(미지생) (언지기사호) 공자에게 제자인 자로가 죽음이 무엇입니까하고 묻자 공자께서 하신 말씀이랍니다. 살아가는 것도 모르겠는데 무신 죽음씩이나 알려고 하는고??
남자 나이 사십이 되어 이제 내 인생의 후반전에 접어들었으니 생을 마칠때까지 그저 땅을 일구고 사과를 키우며 살아갈 줄 알았습니다. 근데요, 숨결님이 느닷없이 전화하더니 이번 행사에 사회를 보랍니다. 당근 거절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결님 특유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겁없이 덤볐습니다.
夏蟲不可는 以語于氷이더라 (하충불가) (이어우빙) 여름벌레는 죽었다 깨어나도 얼음을 논할 수 없다고 쓰마첸(司馬遷사마천)이 말하였는데, 농사랍시고 흉내정도나 내는 난 여름벌레임이니 감히 환경농업, 그 깊은 세계를 들여다 볼 엄두도 없었지요.
그 넓디 너른 체육관 통째로 바라보는 연단이 얼마나 광활하게 느껴지고, 부서지는 조명은 그나마 훤하게 벗겨진 내 이마를 끝없이 달구고 달굽니다. 아이고~~ 다리떨려.....!!
평소 먼발치로나마 존경과 찬탄의 숨소리만 죽이며 흠모해 오던 자연 농업의 최고수들을 딱~하고 면전에서 뵈는 그 흥분함. 더구나 이유고 내막이야 뭐든간에 같은 높이에서 그 분들의 함자를 호명하고 제어하고 안내하고 지명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덤으로 얹어지다니... (숨결아 내 영원히 니 뒷수발 하고 다니마! 헐,헐,헐)
此地無朱砂면 紅土子爲貴라. (차지무주사)(홍토자위귀) 붉은 모래(주사)가 없으면 붉은 흙일망정 비싼 값에 팔린다고 내 숨결님 덕분에 몸값 한번 제대로 치솟아 봤읍니다. 그런데요, 나만 이렇게 좋았나요? 아래 글을 보니 따끔한 한마디도 있긴 있더라구요. 하긴..... 찬찬히 네번을 읽어보니 '아하! 이런 견해도 있고 이거 역시 일리가 있구나' 무르팍을 가볍게 칩니다.
信言不美하고 美言不信하나니, (신언불미) (신언불신) 믿을만한 말은 듣기 좋지 않고 듣기 좋은 말은 믿을 만한 말이 없더라고, 청학농장님 한마디, 아니 여러마디가 여러사람쯤, 최소한 이번 행사 준비하느라 쎄가 빠진 사람들 가슴 좀 후비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망정, 그래도 귀담아 들어야겠지요.
그러나 다른 건 다 좋은데 딱 한가지 무슨 축제를 주로하고 강좌를 부로 하잔 그 말씀, 결국 자닮의 세를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냔 그, 그, 그 말씀...! 饌傳愈減하고 言傳愈濫하는 것이거늘 (찬전유감) (언전유람) 음식은 갈수록 줄고 말은 갈수록 보태어 진다고 했으니 이토록 왜곡되고 와전된 시각이 존재함은 차제에 짚고 넘어가야겠다 싶어서 실은 이 글을 쓰고 있답니다. 이번 강좌의 대상이 누구였을까하는 의구심이 드신다고 했는데 그야 당연히 그 날 참석하신 농업인이 대상이고 아마 대체로 만족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뭘 믿고 그리 판단하냐면요, 난 이번 행사뿐 아니라 금요일 하동에서 열리는 천연농약 강좌를 지금까지 네번을 참석하여 들었고, 내가 사는 정읍에서는 내가 직접 강좌를 주선하여 좁아터진 기술센타 강의실이 미어지게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두 스스로 참가비를 냈고 역시 없이 사는 농사꾼에게 참가비는 솔찬이 부담되는 돈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나와 스스럼없이 지내는 그 모든 사람들이 불만을 갖거나 강의가 별볼일 없다는 말은 없더라구요.
農夫餓死일지언정 枕厥種子하느니 (농부아사) (침궐종자) 농부는 굶어 죽더라도 종자를 베고 눕는다 했습니다. 우리 농업의 종자가 무엇일까를 난 가끔 생각합니다. 머.....아주 많진 않지만 그래도...그래도, 우리 자연농업이, 자닮이, 숨결님이, 그리고 그날 혼신의 강연을 해 주신 명인들이 그 씨앗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내가 굶어 죽더라도 농사꾼이라고 처신한다면 종자마저 먹어버려서야 되겠습니까
好事不門出하고 惡事行千里이라. (호사불문출) (오사행천리) 좋은 일은 결코 문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나쁜 소문은 천리까지 간다고 했지요. 선의와 깊은 애정으로 하는 충언임을 잘 알고 있으나 그 깊은 속내의 출발 인식이 잘못되어 있으면 듣는 입장은 못내 서운해집니다. 오죽하면, 號爾而與之하면 行道之人일지라 弗(아닐불)受라 (호이이여지) (행도지인) (불수) 아무리 좋은 물건일지라도 꾸짖으며 주면 길가는 행인도 받지 않는다 했습니다. 숨결님 만나 함께 사는 덕택에 늘 뺑이 치는 우리 향기님, 나와 밥먹는 자리에서 하는 말 "미루사과님, 오죽하면 내 똥이 시커멓게 나오대요, 얼마나 속이 썩었으면..." 난 그말에 덩달아 속이 상하여 따라 준 소줏잔만 홀랑 목구멍에 뒤집어 털었답니다. 이런 사람들로 하여 이번 강좌가 준비되었습니다. 더구나 큰 금전적 손해가 나면서까지...(이거 반까이(?) 할려면 또 숨결님은 입에서 얼마나 단내가 나야할런지요.)
기왕에 문자속이나 쓴 마당에...(내 이번에 한문실력 유감없이 발휘할랍니다 ^^) 水之積也不厚하면 則其負大舟也無力이라. (수지적야불후) (즉기부대주야무력) 장자께서 붕새와 참새를 말씀하시며 일갈하신 글입니다. 뜻을 보자면, 물이 깊지 않으면 큰배를 띄울 수가 없느니라.(허허, 좋은 말...) 친환경과 자연농업, 아니 그보다 더 큰 우리 농업의 그 큰 물은 이젠 우리 농업인들 스스로 만들어야만 합니다. 이게 현실아닌가요? 더구나 천박하기 그지 없는 이 정권이라면 더더욱 우리가 큰 바다로 나아가야 하고 우리가 직접 만든 더 큰배를 띄워야 합니다.
設議之行하면 窮而不憂라. (설의지행) (궁이불우) 옛 현인은 또 이렇게 가르칩니다. 묻고 의논해서 일을 하면 그르침이 없음이니 우리 자닮이 더우기 큰 뜻과 깊은 속내를 포부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행사와 지금보다 훨씬 체계화된 강좌를 계획하길 기대해 봅니다.
아이고~~ 뭔 글나부랭이 쪼매 쓸래니까 사회 본답시고 오래 서 있어 허리 아프고 말 많이 해서 입술터져 아픈거 보다 머리가 더 아프넹. 역시 난 지식의 깊이 얕고 좁은가??? 키득..
정읍농부 미루사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