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죽음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요, 순 등의 성인이나 우왕, 탕왕, 주공, 공자, 맹자 같이 현명한 이들도 다 죽었다.
밤 낮 바뀌고 추위와 더위가 교대하는 것과 같은데, 어찌 죽음만 싫어하고 살기만 좋아할 것인가?"
-고려 문신 박황 묘비명-
라틴어 "메멘토 모리"라는 말이 요새 많이 회자됩니다.
'늘 죽음을 기억하라' 라는 뜻이랍니다.
홀연히 생각해보니 벌써 나도 마흔에서 이미 후반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도시 내 몸뚱이만 세월을 겪고온 것일까.
성경 전도서 1장 2절에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도다" 라고 솔로몬 왕이 탄식했다고 하던데...
난 어떤 시대를 관통하며 사는걸까
십대 후반부터 거의 이십여년을 나름 치열하게 생각하고 가다듬었던 일종의 화두같은 거 였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영면하시는 모습을 티비로 지켜봤습니다.
이로써 과거로 접혀지는 한시대가 갑니다.
젊은 시절,
아스라한 무언가를 그토록 찾아 헤매다 난,
농업을 남은 일생을 바쳐 볼 화두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늘 붙들고 놓지 않는 말,
考五兩 動一兩 (고오량 동일량 ; 다섯번 생각하고 한번 행동한다)
난 이 화두를 지금 붙잡고 있습니다.
김대통령이 평생을 다해 진력한 그 시대정신이 고귀하듯,
내 첫번째 대통령이 치열하게 삶의 궤적을 뚫고 일생을 봉사하고 헌신하며 살다 가시 듯,
난 틀림없이 이름없는 촌부로 살다 가겠으되 내게 주어진 삶을 진력을 다해 살아갈 것입니다.
"아아 별은 하늘로 돌아가고, 달은 큰 바다에 떨어졌다.
종일 부는 바람이 골짜기에 진동하니 그 소리는 호계(虎溪)의 울부짖음과 같다"
신라 최치원이 지증대사를 추모한 시입니다.
비록 큰 별이 돌아가고 한밤을 밝히던 달이 바다에 떨어졌으나
난,
다시 희망과 삶을 이야기 하려합니다.
내 농사와 생명과 흙을 차분히 가꾸려합니다.
오늘밤,
짙은 구름이 하늘의 달을 가리웠다 한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달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구름위를 비추고 있으며
눈감고 기다리면 다시 가리운 달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훗날,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 할 것이다. 숲속에 두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이 모든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로버트 푸로스트 "가지 않은 길" 중에서
정읍농부 미루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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