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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봄비 내리는 봄날...
문사철 2007-03-09 10:38:49 | 조회: 7769











한국의 명시인 조지훈의 ‘승무’가 잉태된 용주사.
지훈은 젊은 시절, 어느 가을 수원의 용주사에서 벌어진 승무를 처음 보고
깊은 감흥에 젖는다. 이듬해 미술전람회에서 김은호의 승무도를 보고
장문의 문장으로 시상을 정리할 수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영산회상 한 가락을 듣는 계기를 거쳐
18줄로 된 시를 완성한다. 구상 10개월, 집필 7개월만이었다.
시인이 승무를 감상했을 법한 너른 뜰엔
승무를 추던 고승도, 시인도 가고 없고,
고목 한 그루 봄비를 맞으며 고즈넉이 서 있다.


승무(僧舞) /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융능과 건능을 차례대로 돌아보고 나오는 길, 봄비가 추적거리며 내린다.
사도세자의 비애와 정조의 효심에 대해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빗속을 걷는다.
이런 깊은 역사가 배인 자랑스런 내 고장이라는 말도 한 마디 덧붙이면서.

봄은 이미 왔고, 또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

*노래 / 봄날은 간다(한영애)

2007-03-09 10: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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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8
  • 들꽃향기 2007-03-13 10:32:45

    가까이 살면서
    애들 데리고 한번 못갔네요.
    요즘은 아이들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 많아졌습니다.
    여기도 한번은 꼭 같이 가보고 싶네요..
     

    • 도빈맘 2007-03-11 07:54:04

      문사철님...^^
      반갑습니다.
      잘 계시는 거지요
      목록을 보다가 넘 반가워서
      안부 전합니다.
       

      • 평화은어 2007-03-10 17:47:02

        잘 지내시지요? 오늘 악양 왔나요? 우리는 조금 있다 남준형네 가려고 하는데... 내일 애들 만나러 자농 들릴까, 했는데...  

        • 늘푸른유성 2007-03-10 09:56:30

          관세음 보살님 보다 어린 동자승이 더 크군요. 인형도 동자승으로 태어나니 비 맞으며 수도를 하는 모양입니다.
          아이들과 봄나들이를 하신 모양이군요. 좋아보입니다. 꽃도 이쁘구요.
           

          • 보리수 2007-03-09 20:53:09

            몇년 전에 용주사로 답사를 갔었습니다.

            그 때 용주사라는 절이
            보통의 절에서는 볼 수 없는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절이며
            그런 형식으로 절이 지어진 이유가
            정조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
            계획적으로 궁궐처럼 기둥을 세워
            절을 지었다는 사실을 알았더랬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릴 적 옛날 이야기 속에서 들었던
            '담배 피는 호랑이'가 절의 한 쪽 벽에 그려져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벽에 그려진 호랑이를 독일 사람이 발견하고는
            그 무서운 호랑이에게 담뱃대를 물려 놓는
            그 익살스러움에 너무나 감탄을 한 나머지
            신문에 기고를 하고,

            그 전까지는 소중한지 어쩐지도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더 멋지게 보이게 하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덧칠을 해
            나중에는 완전히 원 그림을 훼손해 버려
            이제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는데....

            비 오는 날 호젓한 나들이..

            덕분에 저도 다시 가고픈 생각이 듭니다.
             

            • 문사철 2007-03-09 17:52:12

              내일 보기로 함세..
              일이 바뻐 죽을 맛인디..ㅎㅎ
              가는 김에 별님네도 함께 할 수 있는 겐지..
               

              • 숨결 2007-03-09 16:22:49

                문사철이네..
                작은돌이 넘 돌같잖어요. 그죠?

                근데 아래는 어찌된거에요. 크흡~~
                 

                • 노래하는별 2007-03-09 10:53:52

                  한적하고 조용한 나들이었겠네요
                  지난주에 안양에 일이있어 다녀오다 문사철님댁앞을 지나면서 동근씨는 들려서 점심식자 같이하자했는데 아마 바쁠거라고 제선에서 컷트했죠ㅎㅎ

                  그리고 문사철로 돌아오셨군요 반갑네요
                  저는 문사철이 이름이 입에 붙어서 잘 안바뀌더라구요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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