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은 과연 안전한가. 식수에 발암 물질이 들어 있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李弘根 교수(환경 보건)는 「수돗물을 만드는 정수장에서 염소로 세균을 죽이는 소독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THM(트리할로 메탄)이라는 발암 물질이 생긴다」고 밝혔다.
THM은 염소가 세균 몸체나 물 속에 버린 식품·분뇨 등에서 비롯된 유기 물질과 결합해 생긴다는 설명이다.
그는 「수돗물을 만드는 수원의 오염이 심할수록 THM이 더 많이 생긴다」고 지적하고 하천 오염을 막는 것은 암 예방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약대 鄭鎭浩 교수는 「THM 뿐 아니라 TCE(트리 클로로 에틸렌), TC-DD(테트라 클로로 다이벤조 파라다이옥신)와 여러 종류의 다환(多環) 방향성 물질 등 다양한 발암 물질이 우리가 마시는 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TCE는 전자 제품·기계 등을 세척하는데 쓰는 유기 용제로 간암·신장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물에 들어가도 잘 분해되지 않아 수돗물까지 오염시킬 수 있어 얼마 전부터 THM과 더불어 보건복지부의 음용수 수질 검사 항목에 포함됐다.
벤젠이나 벤조에이피렌 등의 방향성 물질도 식수에 들어 있을 수 있는 발암 물질들이다.
鄭 교수는 「물속의 중금속 오염도 암을 일으키는 요소」라고 밝혔다. 중금속 중 카드뮴·수은·납 등은 만성 독성을 가져 인체의 신경 조직이나 비뇨기 조직 등을 망치는데 최근 보고에 따르면 이들은 간암·신장암도 일으킨다는 것이다.
물론 적은 양을 단기간 마신다면 큰 이상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중금속이 일단 몸에 들어오면 잘 배설되지 않고 축적되는 바람에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사람은 일평생에 걸쳐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시기 때문에 비록 물 속 농도가 낮더라도 장기적으로 물에 들어있는 오염 물질은 발암과 큰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이는 물을 오염시키는 일부 발암성 농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런 물질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개 일반적인 수돗물 생산 과정에서 잘 걸러지지 않는 수가 많으며 게다가 이들 물질이 오염돼 있어도 겉보기에는 아무 이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수돗물 생산 과정은 물을 흐리게 보이는 부유 물질 등을 걸러내고 미생물을 이용해 분해시켜 맑게 보이게 한 다음 들어있는 세균을 염소로 제거하는 공정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발암 물질을 포함한 오염 가능성이 있는 개개의 독소를 별도로 제거하거나 분해하는 공정은 없는 것이다.
이들 발암 물질은 미량이라 당장 집단적으로 커다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관심의 영역에서 제외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암을 일으킬 수 있어 이에 대한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鄭 교수는 「하천 상류에 어떤 공장이나 오염원이 있으며, 거기서 어떤 발암성 독성 물질이 많이 나올 것이냐에 대해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염 가능성이 큰 독성 물질에 대한 집중적 검사와 관리를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후·부식된 수도관도 발암과 큰 관련이 있다. 鄭 교수는 「수도관이 부식돼 구멍이 나면 발암 물질이 든 폐수나 하수가 바로 들어와 수돗물을 오염시킬 수도 있으며 쇠 파이프 부식에 따라 많은 양의 철분이 물에 유입돼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미량의 철분은 인체에 필수 물질로 이용되지만 많은 양이 몸에 들어오면 심장 혈관 질환·뇌 혈관 질환·암 등을 일으키는 활성 산소를 만든다는 것이다.
활성 산소는 각 장기나 조직의 세포를 심하게 손상시키는데 활성 산소가 세포 핵을 다치게 할 때 암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쇳물·녹물은 바로 암을 일으키는 물인 셈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鄭文植 교수는 「선진국들은 몇 년을 주기로 정수장에서 생산한 수돗물과 꼭지에서 나오는 물의 수질 차이를 분석, 수도관에 의한 오염 정도를 점검하고 기준에 어긋날 경우 교체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우리도 이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출처 : 중앙일보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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