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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뒤에 흙이 사라진다관행농업의 급속한 토양 황폐화(soil degradation) 문제

인간의 식량 대부분은 흙에서 생산된다. 우리는 작물이 자랄 수 있는 비옥한 표면의 흙, 즉 표토(top soil)에 생존을 의지하고 있다. 석유나 금속 등의 지하자원을 소중하다고 여기나 흙을 자원이라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흙이 없이 인류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단연 최고의 중요성을 가진 자원이다. 

표토가 1 cm 형성되기 위해서는 3백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는 암석이 물리적으로 부숴져서 흙 알갱이가 되는 시간이며, 물리적인 토양 입자들이 식물이 자랄만큼 비옥해지려면 다시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생명은 생명을 먹고 살며, 죽음이 없으면 삶은 성립되지 않는다. 무생명의 토양 입자는 지의류나 이끼부터 시작, 미생물 먹이사슬이 형성되면서 차츰 더 큰 생명체가 그 흙 속에서 자라고 죽으면서 유기물과 부식질을 더해야 흙은 비옥해진다. 천이(succession)가 충분히 진행하여 인간의 눈에 보이는 풀이 자라고 잡목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토양은 생명의 요람으로서 비로소 고고지성을 터뜨리는 것이다.

3백년에 걸쳐 형성된 표토 1센티가 이러한 생태적 천이 과정 속에서 비옥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시 3천년이다. 발 아래 밟히는 흙을 보라. 그 한줌 속에 한민족의 역사가 몽땅 들어있다. 감히 자연 앞에 시간을 논할 수 없는 미미한 우리가, 위대한 지질학적 사건으로서 토양을 미친듯이 수탈하고 있다.
 

자연계 식생의 천이. 이는 곧 토양의 비옥화 과정이다.http://bit.ly/2D6JXcN

육지는 지구 표면적의 1/3을 차지하며 1.5억 ㎢ 정도 된다. 이중 경작지는 0.14억㎢에 조금 못 미친다. 총 면적의 10퍼센트 미만이다. 유엔 발표에 의하면 인구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서 매년 6만 ㎢ 의 경작지가 새로 필요하다. 그러나 매년 토양 황폐화(soil degradation)로 잃어버리는 농토가 12만 ㎢에 이른다. 매년 18만㎢의 토양 적자가 나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남북한 합한 전체 땅 면적이 22만 ㎢ 이다.

지난 150년간 표토의 절반을 잃었다고 하는 주장도 있으며, 최근 쉐필드대학의 연구에서는 지난 40년 동안 지구상 총 경작지의 1/3이 황폐화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가장 극적인 경고는 식량농업기구(FAO) 마리아 헬리나 세메도에게서 나왔다. 2014년 포럼에서 그녀는 현재 농업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인류는 앞으로 60년밖에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60년 안에 표토가 모두 유실, 오염, 황폐화되어 식량을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구 증가와 결부되면 2050년에 이르러 1인당 경작지 면적은 1960년대의 1/4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다.

토양 황폐화의 원인으로는 경운, 화학 비료 및 농약, 유기물(잔사 등) 제거, 목축업 확산, 삼림 파괴, 도시화, 기후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중장비를 이용해 흙을 갈아엎는 행위는 토양의 입단 구조를 파괴함으로써 흙이 쉽게 물에 쓸려가거나 바람에 날아가게 만든다. 중장비가 짓누른 흙은 경반화되고, 그 위에 더해진 화학물질은 토양 미생물을 죽임으로써 흙은 생명이 사라진 단순 무기물질로 변해간다. 우리 전통농업에서 가축은 인간이 먹을 수 없는 풀을 먹고 비료와 단백질을 제공하는 존재였으나, 오늘날 대량 목축업에서는 인간이 먹어야 할 곡물을 먹고 흙을 황폐화하는 주범으로 전락하였다.

중장비 활용이 보편화된 관행농업. 경운은 토양 유실 및 침식의 가장 큰 원인의 하나다.http://bit.ly/2CV8y6U
토양 구조를 파괴한 결과 바람이 불거나 물이 쓸고 지나가면 엄청난 양의 표토가 유실된다.http://bit.ly/2qJxI3h

농업은 식량을 생산하는 행위지만 무슨 대가를 치르건 생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농업은 지속가능한 행위여야 한다. 산업화 이래 기계가 도입되고, 녹색혁명 이래 화학물질이 도입된 결과 관행농업이란 괴물은 역사의 유례가 없는 모습으로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백년만에 토양과 생태계를 초토화시키는 농사 방식이 어떻게 현대적이고 과학적이고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한민족은 5천년간 이 좁은 한반도에서 농사 지었지만 해마다 흙을 비옥하게 만들어왔다는 이 인류사적 경이를 왜 보지 못하는가?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보는 것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농업에는 상업적 이익을 추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2050년에는 인구가 90억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90억의 인구를 어떻게 먹여 살리느냐는 논의에 불이 붙자 유전자 조작 업자들은 신이 나서 유전자 조작 기술에 희망이 있다고 강변하고, 기계 업자들은 새로운 지능형 기계를 개발해야 한다 하고, 비료나 농약 업자들은 자기들의 신기술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말하고, 수경 재배나 로보트 기술 등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과학자나 전문가들은 저마다 장기자랑하듯 자기 지식이 인류의 미래를 보장한다고 나서고 있다. 

제법 식자층이라 하는 사람들도 이런 주장에 쉽게 설득 당함을 본다. 너무 쉽게 “2050년까지 식량 생산을 2배로 늘려야 한다는데 그러면 당연히 유전자 기술을 이용해서 종자를 개량해야지”라는 단편적 견해에 빠지곤 한다.

상기 주장들을 총론과 각론에서 모두 격파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여기서는 단지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상업적 목적, 이윤 창출의 의도를 가진 업자들의 선전 선동에 속는 것이 아닌지 주의해야 하고, 둘째, 기술을 통한 해법을 모색하기 전에 근본적 질문을 돌아봐야 한다.
 

화학비료와 농약과 기계가 없었다면 이처럼 심각한 염류 집적과 황폐화가 일어났을까?http://bit.ly/1ImuPSa

근본은 무엇인가. 농업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식량을 얻는 행위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의 문제다. 기술과 인간의 관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자연과 관계를 어디서부터 잘못 가져왔는지, 무엇이 옳은 관계이고 잘못된 관계인지,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그 무엇보다 본질적이고 시급하다. 그러나 인류와 지구를 걱정한다고 하는 온갖 논의 속에 기술 만능주의라고 하는 또다른 형태의 인간의 교만만을 확인할 때, 절망의 이유를 발견한다. 애초 인간의 교만이 파국의 원인 아니던가? 

새로운 시대의 농업은 자연과 인간을 화해시키는 농업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자연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이 시대에 더욱 절박한 과제다. 

< 관련자료 >
http://bit.ly/2Em265V
http://bit.ly/2DbamGm
http://wwf.to/2gY7zX4
http://bit.ly/2dsP2ko
http://read.bi/2mbWUKD

윤승서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8.01.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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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침식#황폐화#유실#화학 비료#기계#식량#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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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과 답글 1
  • 외사 2018-01-11 18:11:06

    감동적이네요 고맙습니다
    어찌해야 이런 인식의지평에 도달할수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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