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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바닷가 농익은 참다래의 달콤한 맛“다래농사가 뭔지, 자연농업이 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www.jadam.kr 2005-11-13 [ 오현주 ]
지난 11월 초, 배용만씨의 다래 농장엔 달고 큼직한 다래가 가득 달려 있었다.

경남 고성군 하일면 송천리에서 참다래 농사를 짓고 있는 배용만 씨. 자연농업으로 다래농사를 지은 지 5년 됐다. 이제는 자연농업에 자신 있고, 다래농사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한다. 배씨에게서 듣는 참다래 자연 농업의 모든 것.
“오 기자, 농약 한 번 마셔 볼래요?”

지난 11월 초, 경남 고성 바닷가에서 참다래 농사를 짓는 배용만 씨(57세)는 자재 창고 앞에 앉아 펠트병에 담겨 있는 검은색 액체를 플래스틱컵에 따르면서 이렇게 말했다. 농약이라는 말에 겁이 조금 났지만 ‘설마’하고 받아 마셨다.

이럴 수가... 향긋한 냄새와 달콤한 맛. 과실액 같았다. 뒷맛이 깔끔했다. 배씨는 다시 다른 병에 들어있는 액체를 따라주면서 “이것도 마셔 보세요” 했다. 더욱 향긋했고, 알콜 냄새가 조금 났다. 다래와 소주를 1대1 비율로 섞어서 발효시킨 다래주라고 한다. 빈속에 연거푸 과실 원액을 들이키자 위속이 쌉싸름했다. 약간 술기운이 도는 듯도 했다.

“처음 먹은 건 당귀 계피 감초 생강 마늘을 넣은 한방영양제입니다. 이걸 다래밭에 뿌려줍니다.”

밭에 주는 약이니 말 그대로 농약인 셈이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향기로운 농약. 배씨는 자재 창고 안에 있는 여러 개의 항아리 중 하나를 개봉해 그 안에 있는 끈적한 것을 건네주었다. 민간요법에서 정력에 좋다는 으름이었다. 흑설탕에 넣고 6개월간 재운 것이란다. 형태가 아직 온전했다. 달콤하고 상쾌했다. 이런 걸 다래에 주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자기 건강을 위해서도 이렇게 까지는 하지 않을 겁니다. 다래한테 쏟는 정성은 사람에게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에요.”

www.jadam.kr 2005-11-13 [ 오현주 ]
"자, 농약 한잔 받으쇼! 한방 영양제, 다래주 등 배씨가 만든 각종 자연농업 자재들이 창고에 가득했다.

그래서인가. 배씨네 농장의 다래는 무척 달았다. 당도가 14브릭스란다. 더욱이 천연자재로 키워서 과일이 아니라 약이란다. 배씨는 다래를 하나 따가지고 손으로 으깨서 기자에게 건네주었다. 달콤한 다래향이 코끝에 전해졌다. 입안에 넣자 마치 설탕덩어리를 씹는 듯했다. 샤베트 같은 다래의 부드러운 속살이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다래씨도 어느 순간 목안으로 넘어갔다.

이런 다래가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며 농장 한가득 올망졸망 매달려 있었다. 체구가 작은 여자가 손을 뻗치면 닿을만한 높이에 크리스마스트리의 꼬마전구처럼 달려 있었다. 두 개짜리, 세 개짜리, 네 개짜리.... 알도 컸다.

www.jadam.kr 2005-11-13 [ 오현주 ]
배씨의 농장에서 바라다본 남해 청정해역.

배씨의 농장 이름은 송학농산이다. 땅 모양새가 학처럼 생겼다고 해서 장인이 지어준 이름이다. 배씨는 조만간 이 지역 이름을 따서 농장명을 “송천”으로 바꾸려고 한다. 농장 바로 앞이 자란만이라는 청정해역이다. 미국 FDA에서 인정한 청정지역으로 이곳에서 채취한 굴은 전량 미국으로 수출된다고 한다. 배씨의 처갓집이 굴양식을 한다. 농장 규모는 1,000평이다. 농장으로부터 승용차로 10여분 거리에 공룡 발자국이 찍힌 바위와 선사시대 기암 층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족암 등이 있다.

-다래 농사는 어떻게 짓기 시작했나요?

“장인어른이 70년대 이 지역에서 최초로 다래농사를 짓던 분 가운데 한사람이었어요. 95년에 이 땅을 사서 다래 묘목을 한 그루씩 심기 시작해 97년부터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했지요.”

배씨는 이곳에서 태어나 19세부터 객지생활을 했다.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스물여섯 되던 해 결혼해 바닷가에서 생선 장사를 했다. 사우디건설 현장에도 갔고, 전국을 떠돌며 양봉도 쳤다. 90년대 초, 고성에서 건설업을 하던 중 IMF로 회사가 부도나자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배씨는 처음에 유자를 키울 요량으로 당시 유자농사를 크게 짓는 농장주를 찾아가 자문을 했다. 그 농장주는 첫마디에 유자를 심지 말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고마운 분이에요. 그때 그 분이 그러더군요. 난 유자농사로 돈을 벌었다. 그러나 당신이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 유자는 한물 간 과수다, 라고 했어요. 그 말이 맞았어요. 만약 제가 유자를 심었다면 지금 어떻게 됐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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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씨의 참다래 농장. 알이 크고 튼실했다. 배씨는 자연농업으로 다래의 맛을 한층 달게 만든다.

유자는 한때 “대학 농사”라고 해서 고수익 과수였으나 너도나도 잘 된다고 다들 유자를 심어 공급 과잉이 돼버렸다. 유자는 이제 보기 어려운 작물이 되었다. 유자를 포기한 배씨는 장인이 권유한 다래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묘목 한 그루당 3,4천 원에 구입해 120그루를 심었다.

배씨의 농장은 바다와 가까워 입지 조건이 알맞다. 토질도 좋다. 다래는 기후와 관수시설이 중요하다. 영하 5도 이하가 일주일 이상 가면 안 된다. 그래서 다래는 진주 쪽만 가도 안된다고 한다. 제주도를 비롯해 남해안 해남 보성 거제 김해 지역에서만 가능한 작물이라고 한다.

“다래는 물에 예민해요. 4시간 이상 잠기면 죽고, 또 수분이 없으면 죽는 민감한 나무입니다. 이 지역은 일조량이 많고 포근해 다래의 섭생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어요.”

거기다가 자연농업으로 하니까 다래의 맛이 좋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배씨가 자연농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교회 목사의 잊지 못할 은혜가 숨어 있다.

배씨는 회사 부도와 함께 채무까지 떠안게 됐다. 채무자들에게 봉변당할까 두려워 대중목욕탕에도 못 갈 정도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도 그 빚을 갚느라고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다. 당연히 연찬 받을 교육비조차 없었다. 목사가 차비까지 얹어서 교육비를 내주어 그것으로 괴산을 다녀왔던 것이다. 5년 전의 일이다.

www.jadam.kr 2005-11-13 [ 오현주 ]
왕겨를 태우는 과정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숯과 목초액을 다래밭에 뿌려줘 병충해를 막는다.

“제 경험으로 자연농업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토착미생물이었어요. 그 전까지 미생물이라면 박사나 하는 것인 줄 알았지요. 미생물을 마을 대나무밭에서 채취해 확대배양을 해가지고 밭에 뿌려 주었어요. 한 해 하고 다음해 하니까 밭이 푹신푹신해지더군요.”

배씨는 횟집에서 버리는 생선을 구해 생선아미노산을 만들고, 어부들의 골치 덩어리 불가사리를 얻어다 그 즙을 사용했다. 쑥, 미나리 등으로 천혜녹즙도 만들었다. 기자에게 먹어보라고 준 “농약”도 물에 500배 ~1000배 희석해 생식성장, 영양성장, 교대기 때 주기적으로 뿌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배씨는 자가 퇴비로 토양관리를 한다. 돈분 깻묵 현미딩귀 버섯배지 어분 골분 맥반석분말 게르마늄분말 등을 완숙시켜 밭에다 뿌려주었다. 올해 2월에 넣었고 내년 6월에 한 번 더 넣어줄 계획이라고 한다.

“다래는 물이 중요합니다. 약수를 주지요. 게르마늄 맥반석 화강석 편마석을 넣은 물이죠. 화강암도 빨간색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거 구하러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병충해 방지는 왕겨를 태워 숯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목초액으로 해결한다. 숯이 되도록 잘 태우는 것도 기술이고, 시간도 더디 걸린다. 이처럼 어느 것 하나 수월한 것이 없다. 관행으로 농사 지으면 일은 편하겠지만 자연농업으로 지은 다래 맛과는 비교가 안된다고 한다.

이같은 노력으로 배씨는 2003년 저농약, 2004년 무농약, 2005년 전환기유기농재배인증을 받았다. 배씨는 지난해 약 2,500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박스비, 설탕값, 자재비 등 생산비 400만 원을 빼고 나머지가 순수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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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분 깻묵 어분 등으로 만든 자가퇴비로 토양관리를 철저히 한 덕에 밭이 푹신푹신했다.

배씨는 이제 다래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자연농업이 무엇인지 알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남아 있는 빚이 배씨의 숨통을 죄고 있다. 더 많은 수확을 올리고 싶어도 그렇게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최근에 비로소 인근 땅 1천 평을 구했다고 한다.

“사람이란 게 죽으란 법은 없다는 걸 느낍니다. 어려울 때마다 하늘이 도움을 줘요.”

일례로 지난번 태풍 매미로 처갓집이 운영하는 굴양식장과 다래밭이 다 망가졌다.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정부로부터 피해보상금이 나와 그것으로 어장도 고치고, 다래밭도 살릴 수가 있었다. 보상법이란 것이 소규모 어장은 농촌에 비해 피해 보상이 비교적 넉넉했다고 한다.

배씨는 농장 부근에 동백나무를 수백그루 심어놓았는데 이놈 역시 배씨가 어려울 때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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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씨가 밭에다 주는 천연자재 으름. 사람이 먹어도 된다. 끈적하고 달작지근했다.

배씨는 다래 농사가 앞으로 전망도 좋고, 감이나 사과 등 다른 작물보다 농사짓기도 어렵지 않아 권할 만 하다고 말한다.

“다래는 수출하는 세계적인 과일이죠, 판로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제 뜨는 과일이에요. 소비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다른 작물에 비해 소득이 높아요. 변비에 확실히 효과가 있으니까 여자들이 예뻐지려는 마음에서 많이 사 먹지요.”

다래밭 3천 평이면 먹고 살만하다고 한다. 부부 둘이서 3천 평까지도 할 수가 있다고. 물론 수확이나 인공수정 할 때는 인부를 써야 한다. 거기다 자기 시간도 가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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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씨 부부. 배씨는 농사 틈틈이 분재를 취미생활로 하고 있다.

배씨가 사는 집은 농장과 가까운 마을에 있다. 그의 집 마당은 분재 정원이었다. 단풍나무, 소나무 등 분재가 가득했다. 1백 점 가까이 된다. 돈으로 환산해도 만만치 않은 액수가 될 듯 하다. 나무의 모양을 보니 분재 솜씨가 상당한 지경에 이른 듯 했다.

“아침에 일어나 마당의 싱싱한 나무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만들어 가는 재미가 쏠쏠해요. 70년대 백수가 된 적이 있는데 그 때 산에 올랐다가 하나씩 캐서 심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에 온갖 공을 들이는 배씨를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온산이 나무인데 그걸 붙잡고 자르고, 붙이고, 깎고 하는 게 영 석연치 않았던 것이다. 어느 날 배씨가 교회 강단에 멋진 분재 하나를 갖다 놓았다. 꽃 장식 할 여유가 없는 자그마한 시골 교회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그걸 보고 비로소 마을사람들은 배씨의 취미생활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분재 관련 책자도 보고, 잘 한다는 농장 견학도 가고 그럽니다. 혼자는 못해요. 농사가 바빠 쳐주지 못했는데 이렇게 솔잎이 길면 안됩니다. 눈따기, 순치기 다해줘야 해요. 좋은 분재는 우선 소재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기술도 필요하지만 그건 배우면 됩니다. 나무는 정성이에요.”

배씨는 부인 김영란 씨(54세)와 사이에 2남 1녀를 두었다. 딸은 출가했고, 큰아들은 삼성SDI에 다니며, 둘째아들은 군복무 중이다. 자녀 양육에다가 집안일은 물론, 남편 배씨와 함께 농사도 짓고 있는 부인 김씨는 “우리가 농약 안치고 한 알의 과일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힘들게 농사짓는다는 사실을 도시 소비자들이 알아주었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배용만 씨는 인터뷰 말미에 자연농업 회원들에 한해 필요하면 원가로 생굴을 판매하겠다는 말을 비추었다. 남해 청정지역 자연생 굴(kg 당 5천 원)이 당일 택배 가능하다는 것이다.

배씨의 농장을 나오면서 기자는 배씨가 하루속히 회사 채무를 다 갚고, 자연농업으로 원하는 규모의 농사를 마음껏 짓기를 속으로 바랬다.

www.jadam.kr 2005-11-13 [ 오현주 ]
다래는 원래 중국이 원산지. 뉴질랜드로 건너가 키위가 됐다. 우리나라에는 70년대 후반에 들어왔다.

참다래란
지름 5cm 길이 8cm 무게 약 320g. 다갈색의 달걀형 모양으로 보송보송한 털이 덮여 있다. 육질은 달콤하고, 풍부한 즙, 까만색의 씨가 촘촘히 들어있다. 중국이 원산지. 뉴질랜드로 건너간 후 키위란 이름으로 세계적인 과실이 됐다. 다래는 키위의 우리 말. 77년 경 묘목을 도입해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 일대에서 재배되고 있다.

최근 미국식품 영양학회(FDI)는 전 세계 과일 중 100mg을 기준으로 각종 영양분을 분석한 결과, 참다래가 비타민C, 비타민E, 섬유질, 나트륨, 미네랄, 글루타민, 아르기닌, 아미노산, 광화학물 함유량 등이 가장 풍부한 과일 중 하나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참다래 한 알에 성인이 하루 필요한 비타민C가 1.6배나 들어 있어 스트레스 및 피로회복에 좋다고 한다. 또, 식이섬유가 많고, 열량이 낮으며, 영양이 풍부해 여성의 다이어트에 좋은 과일이라고 한다.

www.jadam.kr 2005-11-14 [ 오현주 ]
배씨 농장도 1억만 년 전에는 공룡이 살던 곳이었을 것이다. 고성 바닷가 바위에 찍힌 공룡 발자국.

농장명: 송학농산

농장주: 배용만

농장규모: 1000평

재배작목: 참다래

연락처:011-9068-1324

오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5.11.1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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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과 답글 1
  • 은골아재 2012-03-14 20:08:41

    잘았습니다..
    대단하십니다..
    남해의 청정지역을 잘 이용해서 천연농약제조와 비료를 사용해서 참다래를
    잘 키우셨네요
    저희도 다래에 관심이 많아 작년 밭에다가 토종다래 60여그루를 심었습니다.
    잘 될런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열심히 잘 키워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키우시는 작목이 참다래라는 명칭이 맞는지...
    작년 남해 다래연구소에 견학을 갔는데 양다래라는 명칭을 쓰더군요..
    어떤것이 맞는것인지..그건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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