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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탈출-⑤) 하늘이 맞닿은 청정한 호수와 순록들을 만나다. [Photo29!]2,300M 고산에 위치한 흡수굴 호수가의 아침은 맑고 깨끗한 물과 달콤한 산소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이렇듯 자연환경이 온전히 보전되어 활성산소가 적은 이곳이 인류의 미래!
러시아 동쪽 시베리아와 중국 내몽골 사이에 있는 고원국가인 몽골(Mongolia)은 13세기 무렵 칭기즈칸에 의하여 인류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소유했던 나라다. 현재 찬란한 몽골의 문화가 남아있는 내몽골은 중국 영토로 편입시켰고,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가 있는 바이칼인근은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으나 실은 이 땅들은 몽골 땅이었다. 이번 몽골 여행은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부터 시작되어 흡수굴까지 이어졌다.

www.jadam.kr 2006-10-12 [ 류기석 ]
▲ 울란바타르를 출발 1시간30분 만에 무릉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작고 초라한 공항과 45인승 경비행기가 살가웠습니다.

몽골여행은 단연 초원이며, 청정의 자연을 만나보는 것이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점점 완벽한 야생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들판이나 평원과 닿아있는 하늘하며 이들의 눈에 비치는 장면에는 거칠 것이 없다. 그래서 독수리처럼 밝은 눈을 가졌을 게다. 일단 몽골의 알프스하면 떠오르는 곳이 세 곳 있다. 끝없는 사막 한가운데 해가지고 뜨는 장관과 별이 쏟아지는 장관은 고비사막에서 초원을 사이에 두고 거대한 바위산들과 기암괴석들이 즐비한 산악형 지역과 깨끗한 톨강변의 숲을 만날 수 있는 곳은 테룰지, 2,000M이상의 고산지대에 넓게 펼쳐진 분지는 맑은 물을 간직한 호수와 함께 항상 깨끗한 햇볕과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받고 드리쉴 수 있는 곳이 흡수굴이다.

www.jadam.kr 2006-10-12 [ 류기석 ]
▲ 우리네 60년대 풍경을 연상하는 무릉시장에는 없는 물건이 없었다.

흡수굴은 몽골에서도 북서쪽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닿아 있으며, 오염되지 않은 물과 민물연어의 일종인 타이멘 등이 풍부한 어족으로도 유명하다. 끝없는 초원의 나라 몽골에서 흡수굴은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호수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울란바타르에서 비행기로 1시간30분 정도 소요 되는데 45인승 쌍발 프로펠러기에 몸을 맡기고는 흡수굴의 관문인 하트갈 공항까지 가려했지만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무릉공항에 내렸다. 하트갈공항은 초원에 게르만이 덩그러니 너른 풀밭을 활주로로 사용하는 곳에 세워져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이·착륙이 불가능한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릉공항에서 또다시 한 시간 이상을 달려 흡수굴 초입의 하트갈 시내를 거쳐 내륙 깊숙한 호수인근에서 유목생활을 즐겼던 것이다.

www.jadam.kr 2006-10-12 [ 류기석 ]
▲ 마야투어 캠프 숲 속으로 비추이는 흡수굴 아침햇살에 가던 길을 멈추었다.

방대한 영토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모여 사는 몽골에서는 항공편이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여행하면서 우연히 동료여행자로부터 몽골항공사의 MIAT에 대한 영문 해석을 듣게 되었다. ‘아마도 나는 오늘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Maybe I’ll Arrive Today)’ 처음에는 중국에서와 같이 시간개념이 없는 민족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기상조건이 좋지 않아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허다함을 빗댄 말인 것이다.

무릉공항에서 러시아제 푸르공이라 불리는 승합차를 타고 삭막한 무릉시내를 지나 하얀 암석들이 산을 이루고 있는 대초원 야생의 분홍꽃들이 널린 풍광을 감상하며 변변한 다리하나 없는 세곳의 강을 건너 흡수굴 호수의 장관을 만나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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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가 자욱한 호수가의 아침풍경은 낭만적이었다.

광활한 초원에서 소박한 공간인 게르만을 의지해 하룻밤을 묵은 신-디지털 유목민들에게는 원시적인 게르의 생활이 낯 설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잔잔한 호수가로 향하면서 물과 돌, 햇빛과 바람, 야크와 순록을 키우는 호수와 조우했다. 일출과 일몰은 단연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호수뿐 아니라 주변의 작은 숲 위로 옅은 안개가 신비함을 더하며 얹혀있다. 일교차가 커 해가 뜨기 전부터 물안개가 호수 주변으로 낮게 깔리며 짙게 드리워진 안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넓은 초원을 촉촉이 적신다. 길게 드러누운 호수의 머리 부분에서 커다란 해를 토해 놓는 장관은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반짝인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어느새 솟아 오른 햇살은 사방을 두루 광명하게 만들었다. 이곳의 여름은 낮이 길어 좋다. 오전 6시에 해가 뜨고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사라지니 하루해가 무려 17시간이나 지속되는 것이다.

www.jadam.kr 2006-10-12 [ 류기석 ]
▲ 이른아침 호수가를 산책하다가 만난 캠프 주인장과 일군들은 열심히 펌프를 수리하고 있었다.

호수의 북쪽 끝머리는 만년설로 뒤덮여 있고, 정상 서쪽에는 해발 3,000m가 넘는 차강올 산이 우뚝 서 있다는 ‘차강 올’은 몽골어로 에델바이스를 뜻한다. 우리말로 풀어 보면 흰색의 산이란 뜻으로 산 전체가 하얀 에델바이스 꽃과 같은 산으로 둘러져 있다한다. 우리는 해발 2,200m가 넘는 흡수굴 초입에 해발 2,700m인 하샤 산맥들이 우뚝우뚝 솟아 두른 풍경에 초록 대지들과 쪽빛 호수를 감싸 안은 곳에서 막 첫 번째의 아침을 맞았다. 울타리라는 뜻의 하샤 산은 트레킹 코스로도 유명하며 2시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길옆으로 에델바이스와 보라색의 붓꽃 등이 지천으로 피어있다는 그곳의 너른 정상에는 각종 야생화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니 다음번 흡수굴 여행계획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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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고 깨끗한 흡수굴 호수를 들여다 본 풍경입니다.

호수가를 산책하면서 느껴지는 공기의 느낌은 왠지 모를 편안감에 쌓여 울컥하고 눈물이 난다. 과학적으로도 해발 700M이상에서는 호흡과정에서 몸속으로 들어간 산소가 산화과정에 이용되면서 여러 대사과정에서 생성되어 생체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시키는 산화력이 강한 산소가 적어 사람살기에 알맞다. 이렇듯 자연환경이 온전히 보전되어 활성산소가 적은 이곳이 인류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해산소 즉, 활성산소는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와는 완전히 다르며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산소로 환경오염과 화학물질, 자외선, 혈액순환장애, 스트레스 등으로 산소가 과잉생산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과잉 생산된 활성산소는 사람 몸속에서 산화작용을 일으킨다. 이렇게 되면 세포막, DNA, 그 외의 모든 세포 구조가 손상당하고 손상의 범위에 따라 세포가 기능을 잃거나 변질된다. 이와 함께 몸속의 여러 아미노산을 산화시켜 단백질의 기능 저하도 가져온다. 그리고 핵산을 손상시켜 핵산 염기의 변형과 유리, 결합의 절단, 당의 산화분해 등을 일으켜 돌연변이나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생리적 기능이 저하되어 각종 질병과 노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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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가 선착장에서 바라다 본 초원과 하얀 산 봉우리들이 상큼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활성산소가 나쁜 영향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병원체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생체방어과정에서 산소·과산화수소와 같은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들의 강한 살균작용으로 병원체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도 한다. 현대인의 질병 중 약 90%가 활성산소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구체적으로 그러한 질병에는 암·동맥경화증·당뇨병·뇌졸중·심근경색·간염·신장염·아토피·파킨슨병, 자외선과 방사선에 의한 질병 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몸속의 활성산소를 없애주면 된다.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물질인 항산화물에는 비타민E·비타민C·요산·빌리루빈·글루타티온·카로틴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항산화물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섭취하면 큰 효과가가 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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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야투어 캠프(MAYAR TOUR CAMP) 주변의 숲은 누구나 편안함을 제공하여 준다.

이른 아침 상쾌 유쾌한 호수가의 산소로 감격 감동하는 흡수굴은 몽골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깊고 깨끗하고 투명하기로 유명하다. 호수가 밑바닥에 깔려 있는 자갈의 모습이 수십 미터 앞까지 훤히 다 보일 정도다. 특이하게도 세계 최대의 호수인 바이칼과 같이 지하수가 올라와 형성된 호수란다. 이 호수 크기는 제주도 면적의 1.5배가 넘는다고 하니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특히 활성산소의 량과 유해산소가 적어 콧속으로 들어오는 공기 하나하나가 매력적이다. 강가에 비치는 동그란 강돌을 기념으로 몇 개주어 주머니에 넣고는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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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추럴도어 캠프 바로 앞 도로가에 원주민들의 벼룩시장이 들어섰다. 멀찍이 함께했던 여행 식구들이 몽골의 전통공예품들을 고르고 있다.

눈부신 아침햇살은 점점 은빛호수를 만들고 캠프 주인장과 일꾼들은 호수가에 만들어놓은 급수시설 펌프를 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주인장은 웃음 띤 얼굴로 시간이 나면 보트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가자고 말한다. 그냥 말이라도 기분이 좋은 것은 뭣 때문인가 수정같이 맑은 호수가를 서성이다가 가파른 언덕을 넘어 걸으며 잔잔히 일렁이는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캠프로 돌아오는 길에 아침이슬에 생생히 살아있는 할미꽃과 몇몇의 야생화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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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아빠와 함께 벼룩시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천진스럽다.

캠프에서는 간단한 아침상이 차려졌다. 멀고먼 타국에서의 아침식사는 매번 캠프의 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한국식으로 차려 먹으니 경제적이다. 비위가 상하는 양고기 등의 음식을 매끼마다 사먹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울란바타르 시장에서 장을 보아 비행기로 공수해온 음식들이 서서히 그 진가를 발휘했던 것이다. 식사 후의 일정은 세 가지로 압축 됐다. 말을 타고 하얀 산을 등반할지, 배를 타고 흡수굴 호수를 탐험할지 아니면 차를 타고 오지의 흡수굴 구석구석을 찾아 돌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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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산지대에 사는 차탄족은 인디언식 천막집을 짓고 산다. 건장한 안주인이 환하게 맞아 주고 있다.

일단 말을 타고 하샤 산을 오르는 트래킹은 내일하기로 하고 안내자 셀렌게와 함께 우리캠프와 옆집 내추럴도어 캠프 여주인께 배를 탈 수 있는지를 물었다. 안타깝게도 두 곳 다 배를 탈 수 없게 되어 오프로드 차량을 이용한 투어로 정했다. 캠프 앞을 돌아 나오는데 도로가에는 어느새 여러명의 원주민들이 벼룩시장을 열고 있었다. 몽골의 전통 복장에서부터 양털 장갑과 가방, 목걸이나 체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오가는 손님들의 발길을 끌었다.

호수가로는 이미 깨끗한 햇살이 드리워져 있어 여행객들과 물건을 팔러온 아주머니들과 아저씨 그리고 아이들까지 기분을 들뜨게 했다. 널따란 보자기에 정성들여 차려진 몽골의 기념품들을 한참 구경하다가 캠프로 돌아와 구체적인 투어계획을 짰다. 한국에서 메모해 둔 자료와 지도를 보고 흡수굴 중심부에 있는 톨고이트 캠프까지 갔다 오는 코스를 염두에 두고는 인근에서 차량을 섭외했다. 차량은 우리캠프 옆에서 휴가를 즐기던 몽골가족의 12인승 푸르공 차량으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가격흥정을 마치고는 따뜻한 물과 점심식사 대용으로 컵라면을 준비하고는 곧장 흡수굴 호수가 굽이진 비포장 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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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 마리의 순하디 순한 순록을 만났다. 불행하게도 끈으로 묶여져 있고, 한마리는 뿔이 커서 주체를 못하고 않아 있는 모습이 안스러웠다.

호수와 대지가 만난 작은 숲의 멋진 풍경이 다소곳이 자리한 곳을 지나다가 좌측으로 순록들이 나타났다. 흡수굴 산속에서 순록을 키우며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소수민족인 차탄족이 거주하는 인디언 천막을 연상하는 게르가 보여 차를 세우고 가보았다. 체구가 건강한 여인네가 나와 뭐라 설명을 하는 것으로 보아 얼마간의 비용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지갑에서 적은 돈이지만 차탄족 두 아이에게 쥐어주고는 마음 놓고 순록과 차탄족 게르를 카메라에 담았다. 순하디 순한 순록은 아이들이 좋아했다. 순록을 키우는 차탄족은 산 깊숙이 모여 살지만 일부가 산 밑으로 내려와 호수 주변에서 여름을 지내는가 보다. 2평 남짓한 인디언 천막처럼 보이는 게르에는 할머니와 어머니, 아이들이 뒤엉켜 한 가족이 생활하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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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럽고 순한 어린 순록의 새끼들을 아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했다.

차탄족 여인네는 우리에게 순록 젖에다 녹차를 타서 끓인 수태 차를 대접하려고 하였으나 갈 길이 멀다하여 사양했다. 좀더 시간이 허락된다면 게르 주변에서 키우는 순록의 젖을 직접 짜보며 유목민들의 일상도 체험하면 좋으련만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 여정을 위해 차에 올랐다. 이동 중에도 군데군데 차탕족으로 보이는 이들의 게르와 작은 호텔과 캠프, 구멍가게들이 호수가를 중심으로 여럿 있었다. 특별히 빵을 굽는 집을 찾아보았으나 없었다. 아름다운 호수가를 두고 야크들과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풍경한쪽으론 티 없는 푸른 하늘에 걸려 있는 솜털구름들이 세속의 시간을 잊게 해주는 듯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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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인승 푸르공을 타고 흡수굴 구석구석을 돌아 톨고이트 캠프까지 같다.

우리는 말 대신 털털거리는 자동차를 임대하여 호수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몽골인들이 신성한 어머니에 비유하는 흡수굴 호수를 멀찍이서 넋을 놓고 바라본다. 흰색의 바위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 주변에는 야크와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각각의 캠프마다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작은 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전통가옥인 게르(ger)가 딸려 군데군데 오가는 이들을 반기고 있는 듯 보였다. 이곳에 있는 ‘게르 바즈’는 천막호텔로 몽골인들이 짧은 여름밤을 즐기는 곳이다. 호수 주변으로 3~5㎞ 간격으로 이러한 게르 바즈가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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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의 경관이 온통 푸른 숲의 바다로 이루어진 톨고이트 캠프 전경

산악지형인가 싶더니 침염수림 사이로 오솔길이 나있고 옆으로는 호수가의 은빛 자갈들이 배를 가르고 너무도 조용히 잠자고 있다. 이윽고 다다른 곳이 호수에 또 다른 호수를 품은 톨고이트 캠프에 다다랐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산과 호수를 바라다보는 언덕위의 캠프는 주변의 풍광과 어울려 낭만적이었다. 상큼한 쪽빛으로 어른거리는 바다 같은 호수에 앙증맞은 들꽃들과 햇살이 우리들을 반긴다. 캠프 못 미쳐 에는 커다란 배가 한척 묶여 있어 알아보니 흡수굴 호수를 왕래하는 유람선이다. 안내자 셀렌게에게 배를 탈 수 있는지와 가격을 협상해 달라고 주문하고는 차안과 밖에서 멋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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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에서의 화려한 점심식사는 아름다운 산과 호수가 마주한 곳에서 컵라면으로 이루어졌다.

몽골인들은 호수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가 보다. 울란바타르시내 곳곳의 사진과 그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흡수굴 호수다. 사막과 초원지대에는 물이 귀하고 숲이 있는 산이라도 계곡물을 담고 있는 풍경은 그리 흔하지 않으니 자연 그들에게는 물이 신성하게 여겨지는 것도 별 무리가 없다. 캠프의 주인과 여행객들이 안내자 셀렌게와 연쇄적으로 배를 타기위한 이야기를 한참동안이나 주고받는다. 결국에는 배를 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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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2,300M에 자리한 흡수굴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호수다.

배 삯은 이곳에 묶고 있는 프랑스인 2명과 일본인 2명이 50%, 우리들 6명이 50%를 지불하기로 했다. 물론 각각의 몽골안내인들과 푸르공 기사 아주머니는 무료다. 배편을 기다리는 동안 호수가에서 돌을 줍고는 서둘러서 컵라면으로 화려한 점심식사를 했다. 호수가 옆으로는 배한척이 정박해 있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우리들이 타고 온 차량이 덩그러니 내동댕이쳐졌다. 초원에서의 식사는 따끈한 컵라면 이라면 최고다. 간편하고 맛 또한 기막히다. 바람이 덜한 곳을 찾아 둥그렇게 모여 몽골의 빵과 함께 끊는 물을 부어 만든 라면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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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망한 대해를 연상하는 흡수굴 호수는 수심이 아주 깊다.

멀고먼 몽골 땅에서 우리의 컵라면을 맛보았다. 먹어보지 않는 사람들은 그 맛의 비밀을 모를 것이다. 몽골의 변변치 못한 과일과 단팥 속 없는 빵을 먹고는 짧은 휴식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문제는 추위였다. 더구나 배를 타고 바람이 부는 호수에 나아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 했다. 해서 급하게 바람막이용 옷들을 셀렌게에게 구해달라고 했다. 다행히도 푸르공 여주인이 몇벌의 옷들을 차에서 꺼내주었고 부족한 부분은 톨고이트 캠프에서 두꺼운 옷가지를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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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매기들만이 득실대는 악어섬으로 향했다.

흡수굴 호수 위를 떠나는 배안은 흥분됐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프랑스 3개국의 관광객들이 같은 배에 올라 흡수굴 호수를 누비는 기분 또한 묘했다. 차가운 호수바람과 푸른빛의 물결이 출렁이는 호수는 점점 지저분함에서 깨끗함으로 변하더니 우리를 호수 한가운데로 안내했다. 초기 강가는 깨끗하다 싶더니 중간으로 갈수록 각종 이끼류와 식물들의 잔해로 더러웠다. 그동안 비로인한 오염 이었을까. 얼마를 더 들어가니 또다시 깨끗한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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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흡수굴 초원지대에 사는 아이들의 풍경 하나

호수가 주변의 큰 산들은 나무가 별로 없이 하얀 바위만으로 뒤덮여 있었다. 풍성한 구름사이로 햇살이 숨을 죽였다가는 이내 모습을 드러내곤 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더니 2시간 남짓 호수를 가로질러 가다가 호수 한가운데 수많은 갈매기들이 보금자리인 악어섬을 발견했다. 작은 악어섬이 호수가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나와 있기에 배를 대고 섬을 걸어보는 줄 알았으나 주변을 한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갈 때는 배안이 어찌나 춥던지 선실을 드나들면서 추위를 달랬던 기억과 선실앞쪽에서 아내와 달콤한 낮잠을 잤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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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흡수굴 초원지대에 사는 아이들의 풍경 둘

호수가 여행을 마치고 5시쯤 되어 숙소로 차를 돌렸다. 산길 옆으로 펼쳐진 초원에 야크들이 풀을 뜯고 엉성한 나무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전통적인 몽골인들의 삶을 말해주는 듯 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와 추위에 달구어진 볼은 붉었다. 핏빛보다 짙게 물들기 시작하는 흡수굴에 어둠이 찾아오기 전 캠프에 도착했다. 때마침 푸르공을 여자에게 맡긴 아저씨가 술에 취해가지고는 늦게 도착한 것에 대한 항의로 돈을 추가로 요구했으나 더 이상 주지는 않았다.

여행하다가 깨진 보온병과 짐들을 내리고는 캠프주변의 숲 속으로 야생화 촬영을 나갔다가 돌아왔다. 산속에는 단 종의 침염수림만이 있어 숲의 다양성은 없었다. 캠프의 아이들과 배구를 하고는 저녁식사를 하고난 후 해질 무렵 아이와 함께 캠프내에 있는 찜질 방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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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흡수굴 초원지대에 사는 아이들의 풍경 셋

외관은 그럴듯한 통나무집에 허름한 샤워부스에는 아주 적은양의 물만이 졸졸 샤워기를 통해 흘러내릴 뿐 충분하게 몸을 적신다는 것은 꿈이다. 대충 물을 축이는 둥 마는 둥 바가지에 물을 담아 찜질 방으로 들어갔다. 한쪽구석에 벽난로로 보이는 곳에 단단한 호박돌이 얹혀있고 밖에서는 연신 불을 지펴 그것들을 달구어내고 있었다. 뜨거워진 돌에 물을 조금 뿌려주니 수증기가 소리를 내며 흰 연기를 뿜었다.

찜질 방에는 어느새 수증기와 열기가 뒤섞여 뜨거워지고 있었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얼마 후 찜질 방을 나와 샤워를 하려고하니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물을 무척이나 아끼는 모양이다. 이곳은 각각에 업무가 분장되어 있어 찜질 방을 운영하는 아줌마가 따로 있었다. 충분한 찜질과 샤워 한번을 제대로 못해보고 우리는 각각 1달러의 목욕 비를 지불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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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찬 야크와 허름한 통나무 집,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는 소박한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불빛도 없는 저녁 11시가 되어서야 암흑이 찾아든다. 서쪽 능선을 붉게 태우던 해도 넘어가고 주위는 온통 어둠 속에서 저마다의 캠프에서 새어나오는 초불만이 반짝인다. 가녀린 별빛만이 자정을 밝혀주는 밤, 쌀쌀하지만 게르 안에는 두 겹으로 된 두툼한 이불과 장작 난로가 있어 아늑하다. 난로에 장작불을 연신 지펴 따스하게 만들어 놓은 다음 흡수굴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내일의 여행에 대한 기대를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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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수굴의 야생화 하나(할미꽃)

구수한 장작 타는 냄새를 맡으며 새벽녘에 잠에서 깼다. 게르 이곳저곳에서 빗물이 스며들어 마루바닥을 적신다. 충분한 장작을 날라다주는 고마운 사람들을 보며 빗물이 새지 않는 쪽으로 침대를 옮기 우고는 호수주변으로 끝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예사롭지 않은 비다. 일단 아침밥을 거나하게 해먹고는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줄곧 내렸다. 오후 4시까지 비가 내리면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하고는 오전은 근처 유목민의 집을 방문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초원을 가로질러 작은 통나무집을 노크하니 팬티만을 걸친 주인장이 나와 보다가 들어간다. 잠시 후 주섬주섬 옷을 차려입고 나온 주인장은 자기집안으로 안내하여 장작난로 옆에서 차와 함께 간단한 음식을 대접했다. 침대에는 아내가 누워있고 태어 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를 다른 여자가 돌보고 있었다. 한국친구가 있다며 주인아저씨는 무척 친절하게 대해준다.

www.jadam.kr 2006-10-12 [ 류기석 ]
▲ 흡수굴의 야생화 둘

혹!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호수가에 나가 비를 맞으며 가슴을 열어 얄미운 하늘을 본다. 하늘보다 더 푸른 광활한 호수의 숨결이 느껴지는 흡수굴. 원시의 대초원과 유목민의 순박한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흡수굴은 과연 몽골의 숨은 진주일까 생각하다가 한 팀의 한국인 여행객들을 표정 없이 캠프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빠르게 캠프 앞을 통하여 흡수굴을 빠져나가는 행렬인 듯 했다. 아침 겸 점심식사가 끝나고 안내인 셀렌게에게 우리들이 탈 수 있는 차량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고는 함께 내추럴도어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차량은 내일오전이나 가서야 구할 수 있다고 귀 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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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수굴의 야생화 셋

밤새 예상치 못한 큰비가 오후 들어 더욱 거세게 내렸다. 한가로이 게르 한쪽에서 쉼을 즐기고 있는데 셀렌게가 달려와 나가는 빈 짚 차가 있다고 보라는 것이다. 나가보니 기껏해야 4~5명만이 탈수 있는 아주 작은 짚 차였다. 하지만 예사로이 보낼 수는 없어 운전사에게 현재의 흡수굴 도로상황과 날씨에 대하여 물으니 곧 도로가 물길에 잠기거나 넘칠 것이라고 하면서 지금 나가지 못하면 아주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순간 이곳에 고립되면 비행기를 탈수 없는 상황도 발생하겠다싶어 짐을 싸기로 했다. 짚차 기사에게는 정확히 30분후에 출발하기로 하고 두 곳의 게르에서 짐을 챙겼다. 비가 오는 와중이라 짐을 나르는 것도 문제가 되었지만 그곳 캠프의 친절한 식구들이 일일이 날라주고 우리를 배웅했다. 차안에서 캠프비용과 깨뜨린 물병 값을 지불하고는 아이들에게 선물과 용돈을 주고 운전사까지 모두 8명이 짐과 함께 차량에 차곡차곡 채워졌다.

거센 비바람이 우리들의 발길을 빠르게 하트갈로 향하게 했다. 우리가 왔던 길들은 어느새 불어난 물로 넘치는 계곡이 되었고, 곳곳의 계곡에는 흐르지 않던 물길이 모여들고 있었다. 몇 차례의 물이 가득 찬 계곡을 힘겹게 넘던 짚 차는 하트갈에 인접해서야 이 비로 인한 사태가 얼마나 심각했던 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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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수굴의 야생화 넷

간신히 급류가 흐르는 강변을 거쳐 하트갈에 도착했다. 운전사 아저씨와 안내인 셀렌게가 우리가 편하게 쉴수 있는 캠프를 찾아보던 중 호수가 바로옆, 운치또한 멋드러진 하트갈 게르 캠프(HATGAL GER CAMP)에 짐을 풀었다. 장작난로에 넉넉한 불을 지피니 긴장했던 여독이 솔솔 풀리는 듯 마음이 편했다. 우중에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함께 대탈출을 감행했던 것인데 아무탈이 없어 다행이다. 이제는 모든것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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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수굴의 야생화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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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수굴의 야생화 여섯

류기석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6.10.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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