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시장에 세계화의 바람이 거세다. 굳이 자유무역협정(FTA)·도하개발아젠다(DDA)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형 할인점에 들어서면 쉽게 눈에 띄는 것이 바나나와 파인애플이다. 매장은 고객을 유인하는 중요한 장소로서 계절을 대표하는 과일 등을 진열하게 되는데, 이곳을 수입 과일이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장철을 맞아 배추값이 오르자 배추 수입량이 지난해의 6.5배가 넘었다고 한다. 이를 볼 때 농산물시장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일부에서는 ‘우리 농업의 미래는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우리의 농업은 분명 희망이 있고, 충분한 경쟁력도 갖고 있다.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몇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 농산물이 갖고 있는 강점을 찾아 이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신선함이다. 수입 농산물은 대개 배를 통해 운송해 온다. 신선도가 제일 중요한 채소류에 있어서는 우리 농산물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안전성이다. 수입 농산물은 장기간 운송하는 동안 썩는 것을 막기 위해 살균제 등 농약을 살포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수입한 오렌지와 우리의 감귤을 안전성 측면에서 비교할 수 있을까.
셋째는 바로 우리 땅에서 재배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 이탈리아의 슬로푸드운동 등 선진국에서도 환경과 건강을 위해 지역농산물 소비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땅에서 재배했다는 것은 가장 큰 강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우리 농산물의 약점을 찾아 이를 보완해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우리 농산물의 가장 큰 약점은 다수의 소규모 영세농가에 의한 생산방식이다. 이는 농산물 유통에 중요한 요소인 물량의 규모화와 품질의 균일화를 어렵게 한다. 이를 극복할 근본적인 방법은 농가를 규모화하고 전문화하는 것이지만, 단시일 내에 이뤄낼 수 없기 때문에 우리 농가들이 농협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농협을 중심으로 농가가 조직화되고, 선별기·저온창고 등을 갖춘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를 통해 상품화한다면 물량 규모화와 품질 균일화의 두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농협은 금융사업에 치중하고 농산물유통사업에는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실 관계를 떠나 이러한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 농협인의 한사람으로 고통스러운 반성을 하고 있다. 시장개방은 분명 우리 농업분야에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 위협적인 것은 우리 내부에 있지 않을까. 농협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농업인은 뭉치지 못한다면, 우리 농업의 앞날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농업계 내부의 원인으로 인해 농업이 붕괴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할 것이다.
농산물 유통의 힘은 생산농가들의 결속력과 정확히 비례한다는 것을 한시도 잊으면 안될 것이다. 밖으로부터의 위협이 강하면 강할수록 뭉치는 힘도 더욱 강해야 한다. 농업계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힘쓸 때 우리 국민들도 농업·농촌에 따뜻한 응원의 마음을 보내줄 것이다.
hong-0925@nonghyup.com ● 농민신문에 기고된 글을 글쓴이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기사등록일시 : 2008.02.10 10:35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