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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나무에서 유기재배 길을 본다.농업의 길, 바쁘게, 더욱 빠르게 돌아간다. 남 보다 빨리 키워서 빨리 따내는 것만이 농사기술의 주 목표가 되고 있다. 과연 이런 목표를 포괄하는 유기재배가 가능할까?

www.jadam.kr 2008-02-20 [ 조영상 ]
90년이 넘은 배나무(신고)이다. 세월의 쇠락은 전혀 볼 수 없다. 전정을 담당해왔던 김근호님의 포즈

90년이 넘은 고령의 배나무가 성환에 있다. 추정하건 데 전국 최고령일 것으로 보여진다. 이 나무의 전정을 해마다 해 온 김근호님과 함께 고령의 나무를 보러 갔다.

가지갱신을 하기 수년 전까지 이 배나무 한 그루에 3천장의 배봉투를 씌웠단다. 일반 배나무가 나무당 200장을 씌우는 것에 비해 15배에 달하는 양이다. 과수의 주인장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맛과 품질에서 여느 과수에 뒤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근호님께 묻는다. “앞으로 몇 년간 배를 더 수확할 수 있을까요?” 과수전정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김근호님은 나무의 상태를 보건 데 언제까지라고 말할 수 없다고, 앞으로 자라온 것 이상도 가능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한다.

“어떻게 이렇게 오래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겁니까?” 라는 질문에 ‘지금은 이런 재배가 불가능하다’는 말부터 우선한다. 화학비료와 농약이 없었던 시대에 거름도 거의 없게 심겨져 자라왔기에 나무의 중심이 되는 내부 조직이 아주 단단하고 치밀하게 형성되어 이렇게 90년을 넘기고도 건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요즘같이 거름으로 빨리 키우고 빨리 수확하는 방식은 나무를 약하게 하고 빨리 늙게 하기 때문에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www.jadam.kr 2008-02-20 [ 조영상 ]
근 85째를 맞이하는 배나무, 안성 김광익님의 농장이다. 주지와 측지갱신을 통해서 언제나 청춘을 유지한다.

나무를 빨리 키운다는 것은 실상 나무의 건강성과 완전히 배치되는 재배방법이다. 묘목을 심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빨리 과일을 수확할 것인가에 만 매달려 1년생 묘목단계에서부터 거름을 듬뿍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뜻대로 나무는 쑥쑥 잘 커나간다. 그러나 잘 커나간 만큼 나무의 수명을 짧아 질것이고 나무의 병 저항성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비료를 주는 것도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할 지 모르겠다. 안타깝지만 마찬가지다.

유기재배는 시작부터 다르다. 만약 과수의 유기재배를 계획한다면 우리는 이 고령의 나무에게서 지혜를 배워와야 한다. 유기재배는 기존의 균과 충의 방어막 역할을 해왔었던 화학농약의 보호를 벗어나 자연계에 있는 다양한 균과 충에 완전 노출되어 자라는 것을 의미하기에 나무가 어려서부터 강하게 단단하게 자라지 않으면 농장주는 평생을 균과 충에 시달리는 고충을 갖고 가야 한다. 어린 묘목단계의 재배관리 방식이 과수 일생의 건강성, 병 저항성의 근본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유기재배는 무균화(無菌化), 무충화(無蟲化)에서 벗어나 유균화(有菌化), 유충화(有蟲化)로 들어가는 길이다. 다시 말하면 진정한 유기재배의 길은 이제 균과 충의 문제를 나무가 스스로 감당하게 재배관리 방식을 바꾼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만일 유기재배까지 기존에 농약으로 해왔던 무균화, 무충화의 과정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그래서 천연농약으로 과수와 포장을 무균화, 무충화 해나간다면 유기재배의 길은 ‘고행의 길’이 될 수 밖에 없다. 천연농약은 화학농약에 비해 독성이 현저히 낮다. 따라서 방제횟수는 관행보다 배 이상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아마도 비용부담으로 가격 경쟁력 있는 농사 실현은 어려울 것이다.

www.jadam.kr 2008-02-20 [ 조영상 ]
45년생 사과나무를 재배하고 있는 의성 백승원님. 주변은 모두 작은사과나무재배(왜화재배)로 전환했지만 고령의 나무여도 수확량과 품질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유기재배는 친환경자재, 친환경농약만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근본이 있듯 유기재배에도 근본이 있다. 나무를 어떻게 하면 묘목단계부터 건강하게 단단하게 키울 것인가가 근본이고 기술의 핵심이다. 그렇게 키워 균과 충의 문제를 나무가 스스로 감당하게 최대한 유도하고 주인장은 수확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약간의 비상책을 갖고 있는 형태가 바람직한 유기재배 방식인 것이다.

묘목단계의 거름투입을 중지해야 한다. 토양의 수분공급 관여도 부적절하다. 자연에 맡긴다. 적어도 나무 식재후 2년 차까지, 아니 그 이상.. 성급한 욕심을 접어야 한다. 인위적인 간섭 없이 나무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 유목시기를 겪어야만 평생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기에 충분한 병 저항성을 획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확연히 성장속도가 늦을 것이다. 이것이 굉장한 손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손해가 아니라 이것은 평생의 엄청난 이득으로 돌아온다.

묘목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면 유기재배실현에 앞서 2~3년간의 과수 다이어트(?) 기간을 밟고 넘어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그래서 ‘유기재배의 도(道)’는 ‘인생의 도(道)’를 관통하는 진정한 농사가 된다. 진정한 유기재배의 달인은 인생의 달인이, 자녀교육의 달인이 된다. 이런 모든 내용이 함축되어 유기재배를 통해 진정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 구현되는 것이다.

** 김근호님과 김광익님의 재배기술을 보려면 ‘자닮’ 검색창에 이름으로 검색하면 된다. 한국 과수계를 대표하는 두 분의 농사방법은 충분한 귀감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 아래 동영상은 성환에 있는 90년생 배나무(신고)에 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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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상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2.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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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과 답글 1
  • 거시기 2008-08-15 11:07:56

    정말, 님의 기사는, 저를 희망으로 채워 줍니다.....
    정말 멋집니다....속이다 다 시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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