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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 타개에 초강수 둬야우리나라 식료품 수입에서 중국산의 비중을 금액 기준 23.6%, 물량 기준 29.2%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www.jadam.kr 2008-03-15
류준걸 농정부국장

‘중국 내의 식량 수급량을 보장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식량 수출을 중단할 것이다.’

국내 한 뉴스통신사가 9일 중국 정부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식량 수출 전면 중단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보도한 내용의 요지다. 관심 있게 들여다봤더니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도 아니어서 해프닝으로 끝나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이튿날인 10일 삼성증권은 관련 조사자료를 발빠르게 내놨다.

세계 경제전망 연구기관인 홍콩 CEIC와 공동자료를 통해 중국이 식량 수출을 전면 중단하게 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식 투자자들을 위한 자료로 분석한 내용이다.

삼성증권은 우리나라 식료품 수입에서 중국산의 비중을 금액 기준 23.6%, 물량 기준 29.2%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의 15.3%, 미국의 6.9%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그러면서 특히 중국산 의존도가 69.9%에 달하는 콩과 55.4%인 과일 및 일부 곡물에 대해서는 수급불안으로 인한 가격급등 가능성을 우려했다.

식량 자급률 27%에, 쌀을 제외하고는 자급률이 5%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수출국의 이 같은 조치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만의 하나라도 수출을 실제로 중단할 경우 곡물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닥칠 파급 효과는 짐작할 만하다. 물가 상승에 이은 인플레이션의 정도는 말할 것도 없다.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인하를 통해 다른 수출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는 응급조치도 기대되지만 중국 의존도가 워낙 높다보니 안정적인 확보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올 8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물가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중국은 실제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자국 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식량의 수출 금지’라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내친 김에 밀·옥수수 등의 곡물가격과 관련한 우리나라 증권회사들의 분석자료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다. 거의 모든 증권회사들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최근의 곡물가격 폭등을 ‘폭탄’ ‘쇼크’ 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우려의 목소리로 매일 평균 한건씩 내놓고 있었다. 비료·농약·종자 관련 업체나 해외농장 보유 기업체의 농업 관련 주식 시세는 연일 강세다. 세계의 곡물 투자자들은 물론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들도 곡물 부족현상과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데 돈을 걸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최근의 곡물가격 급등 충격을 완화할 마땅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곡물 및 식품 관련 대책도 대부분이 물가안정 차원의 접근에 그치고 있다. 물론 곡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해외 선물시장에 적극 참가한다거나 유휴농지 경작 확대 방안, 해외농지 개발 확대 등의 자급률을 높이려는 중단기적인 대책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식량위기 문제는 보다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설렁탕의 사리를 밀가루 대신 쌀로 대체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민주노동당의 반박 논평처럼 식량문제는 이미 매우 심각하다. 발상의 전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중국은 어쩌면 곡물 수출 금지 논의를 이미 깊숙이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국내외 곡물 수급 상황과 국제 전문기구들의 전망을 본다면 우리도 국민의 먹을거리 확보라는 식량안보의 관점에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가 안정 차원의 단기적인 곡물가격 안정 대책을 넘어 장기적인 안정 수급 확보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jgryoo@nongmin.com

ㅇ 농민신문에 올려진 글을 글쓴이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기사등록일시 : 2008.03.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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