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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학교를 졸업한 사람 가운데 10%만이 진짜 귀농을 단행한다고 들었다. 그만큼 귀농은 시대의 화두이면서도 동시에 어렵기도 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어쨌든 3개월의 귀농학교 과정을 마치고 나자 다음은 실제로 ‘어디로 갈거나?’가 대두되었다. 그래서 귀농본부 복덕방에도 열심히 드나들고, 동기들과 교류를 하면서 정보를 수집하던 가운데 맨 먼저 발품을 판 곳이 충남 서산이었다.
가본 곳은 ‘철새 우는 마을’이라는 농장이었는데 김정규 씨라는 분이 7천여평 농사를 짓고 있었다. 이 분이 귀농복덕방에 ‘같이 일해 볼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려 놓았길래 전화를 한 뒤 방문해서 1박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그곳은 인연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우선 이 분의 꿈이 풀무원과 같은 식품 회사를 차려서 유통업계에 한번 이름을 날려 보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상품은 유기농 농산물이었다. 특히 서산의 굴을 이용한 ‘굴밥 도시락’을 한 번 성공시켜 보겠다는 강한 의욕을 가지고 있었다. 사업을 벌인다면 그야말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엄청 많을 것 같았다. 재능교육이라는 교육기업을 창업해서 그룹으로 까지 키우는 데 창업주와 더불어 혼신의 힘을 기울였었기 때문에 재무 회계를 뺀 나머지 분야에서는 어떤 것이든 자신 있었다.
그러나 왜 귀농의 길로 나섰던가 그 열정의 끝에 회사가 성공하자 사람이 달라져 버린 창업주가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해서 퇴출시키는 데 골몰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환멸을 느꼈기 때문에 나선 길이 아닌가 그런데 다시 사업을 하는 길로 나선다 아무래도 마음이 와 닿지 않았다. 물론 사람이 다 성공하면 비겁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사업’이라는 두 글자에 마음이 가라앉아 버렸다. 두 번의 방문을 끝으로 서산행은 접고 말았다.
다음으로 간 곳은 문경이었다. 아내가 잘 아는 사람이 그 곳에 사과 과수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팔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간 것이다. 그런데 이곳도 역시 인연이 닿지 않았다. 사과나무들은 잘 키워져 있었으나 읍내와 너무 가깝고 앞뒤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당시까지만 해도 ‘귀농’하면 어딘지 호젓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고 있던 마음에 얼른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문경엔 마침 동기생 이현섭 씨가 있던 터라 평소 내왕은 없었지만 전화로 문의를 해보았다. 그랬더니 의외로 사과밭은 관리하기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초보자가 섣불리 손댈 일이 아니라고 반대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 번 좋은 귀농지를 추천할 테니 와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문경의 사과밭은 파의가 되고 말았다.
출처:오두막마을,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3.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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