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없는 인터넷을 통해 단순히 ‘경험’만을 내세운 건강상담이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민간요법은 어떤 약초를 먹거나 행위를 하면 어떤 질환에 좋다는 식인데, 여러번 강조했듯이 몸에 나쁜 것을 섭취하지 않는 ‘마이너스 사고’가 바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같은 ‘플러스적 발상’은 건강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짠 죽염을 숟가락째 퍼 먹고, 아무 숯가루를 마시며, 심지어는 오줌까지 들이킨다. 그 열정과 노력으로 인스턴트와 삼백식품을 차단한다면 상식 밖의 행동으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고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필자가 모든 민간요법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효과가 전혀 없다면 입 소문으로 퍼질 이유도 없다. 예를 들어 죽염과 숯 등이 약으로 쓰일 수 있음을 한의사로서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올바르게 만들어진 죽염과 숯에 한정된다. 죽염과 숯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그 생산이 산업화되고, 그 과정에서 순수하지 못한 방법이 동원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오가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까닭에 죽염을 약처럼 복용하면 어떠냐, 숯을 먹어도 되냐, 오가피는 괜찮은가 등의 질문에 필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죽염으로 순환기계 질환이 온다면, 식용이 아닌 불량 숯으로 장폐색이 야기된다면, 오염된 오가피로 독성의 피해를 본다면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마이너스’와 달리 ‘플러스’엔 정답이 없다. 독은 누구에게나 독인 까닭에 오염된 먹거리는 차단될수록 좋다. 그러나 약은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에 누구에게나 유익한 약이란 없다.
예컨대 감잎차, 오미자효소, 매실액기스(진액)를 만병 통치로 쓰는 분들이 많은데, 이 세 가지는 모두 수렴하는 성질이 강한 까닭에 열성 감기엔 금해야 한다. 특히 오미자의 경우 폐에 열을 차게 해서 자칫 열성 감기나 기침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다. 아울러 효소와 액기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설탕이 다량 사용되므로 청량음료보다야 낫지만 그렇다고 약으로까지 여겨서는 곤란하다.
출처 : 조선일보 (손영기 한의원 원장)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9.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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