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은 두뇌에 작용하는 환각제, 즉 ‘살인 식품’이라고 역설하는 책이 번역됐다.
최근 작고한 뉴욕타임즈 수석기자 출신의 윌리엄 더프티가 쓴 <슈거 블루스>.
우선 그의 ‘설탕 중독’ 이력. 설탕을 마구 퍼먹은 건 아니지만 사실 그런 셈이었다. 분유와 설탕 넣은 커피로 하루를 시작해 온종일 빵, 크림 케이크, 초콜릿, 코카콜라에 절어 살았다. 15년간 설탕 첨가물들을 흥청망청 먹어대는 동안 당뇨 관상동맥 질환 등 늘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렸다.
그러다 기자 간담회 때 옆자리에 앉았던 여배우 글로리아 스완슨(1899~1983)의 충고를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
커피에 각설탕을 막 넣으려 할 때 스완슨이 했던 말. “흰설탕을 드시는 건 자살행위예요. 독극물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난 아주 기분이 나빠져요.” 이 말을 되새기며 저자는 굳은 결심을 했다.
냉장고 안의 음식 중 성분 표시를 읽어보고 설탕이 든 것은 모조리 쓰레기통에 버렸다. 시리얼과 통조림 과일, 캐첩, 마요네즈, 간장, 스프, 피클 심지어 소금까지, 순식간에 냉장고가 텅 비었다.
그로부터 48시간 후. 마약 중단 때처럼 엄청난 편두통과 메스꺼움 같은 금단 현상을 겪었으며 이런 고통은 24시간 더 지속됐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항문과 잇몸 출혈이 멈췄고 피부가 깨끗해지고 퉁퉁 부은 살의 부기가 빠졌다.
5개월 후, 몸무게가 92kg에서 61kg으로 날씬해졌다. 설탕없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 뒤엔 약국이나 병원 근처에 얼씬도 하게 않게 됐다고 증언한다. 그는 설탕을 먹지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설탕과 육류를 동시에 끊어라고 권한다.
남성적이고 양(陽)의 속성을 가진 육류를 먹으면, 달콤하고 여성적인 음성 식품으로 체내 균형을 맞추려는 욕구가 강하게 생긴다는 것. 육류 대신 생선을 먹으면 식후 달콤한 걸 먹고자 하는 욕구가 줄어든다고 전한다.
설탕과 관련된 그의 관찰 결과. ▲설탕을 먹지 않고 자란 어린이는 사탕이나 단 음료수를 쥐어 주어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설탕을 탐닉하는 여성은 한결같이 생리통을 호소하며, 설탕을 끊으면 언제 생리를 시작하는지 모를 정도가 된다 ▲설탕 좋아하는 친구와 나란히 누워 있을 때 모기가 누구에게 가는 지 지켜보라.
‘서구 정치사에 설탕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식품은 없다’고 말하는 저자는 제국주의자들이 설탕을 만들기 위해 벌인 노예 사냥, 설탕을 ‘인류 역사 제 1의 살인자’라고 말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 등을 한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북라인 간.
출처 : 고강훈 기자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9.0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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