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설명된 길은 진짜 길이 아니고,
붙여진 이름은 진짜 이름이 아니다.
道可道(도가도)면, 非常道(비상도)요,
名可名(명가명)이면, 非常名(비상명)이니라.
지도(地圖)는 길이 아니고 이름은 이름의 주인이 아니다.
콩 재배법을 잘 설명해 놓은 책이 있다. 그것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읽는 것만으로 콩을 재배할 수는 없다. 이건 콩이고 저건 보리라고 분별할 줄 안다고 해서 콩을 알고 보리를 아는 것은 아니다. 콩을 알고 보리를 알려면 콩을 길러 먹어보고 보리를 길러 먹어보야 한다.
이름 없는 것에서 하늘·땅이 비롯되었고 이름 있는 것에서 만물이 생겨났다.
無名(무명)은, 天地之始(천지지시)요,
有名(유명)은, 萬物之母(만물지모)니라.
하늘은 하늘이니까 하늘이요 땅은 땅이니까 땅이다. 하늘은 땅이 아니고 땅은 하늘이 아니다.
이렇게 다른 이름을 지닌 하늘·땅이 있어서 콩이 생겨났고 그 것을 기르는 사람이 생겨났다. 자, 그러면 하늘·땅은 어디에서 나왔나 하늘도 되고 땅도 되면서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닌 ‘무엇’에서 나왔겠지. 그 ‘무엇’에는 이름이 없다.
그 ‘무엇’에 이름을 지어줄 만큼 ‘무엇’보다 크고 먼저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콩이고 저건 보리다. 콩하고 보리는 하늘·땅에서 생겨났고 하늘·땅은 이름없는 ‘무엇’에서 나왔다. 콩도 보리도 그것들을 재배하는 사람도 모두 이름없는 ‘무엇’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말씀이시다. 다시 말해, 콩과 보리와 사람이 하늘·땅과 더불어 모두 동포(同胞)라는 말씀이시다.
그러므로 언제나 보려는 마음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 속을 보고 보려는 마음이 있으면 드러난 거죽을 본다.
속과 거죽, 이 둘은 같은 것인데 이름이 다를 뿐이다.
같은 것을 일컬어 그윽하다고 한다. 그윽하고 또 그윽하여 온갖 묘한 것이 그리로 드나든다.
故(고)로 常無(상무)로, 欲以觀其妙(욕이관기묘)하고
常有(상유)로 欲以觀其 (욕이관기요)하니라.
此兩者(차양자)는, 同出而異名(동출이이명)하니,同謂之玄(동위지현)이니라.
玄之又玄(현지우현)하니, 衆妙之門(중묘지문)이니라.
장에 내다가 팔 생각을 하면 콩이 돈으로 보인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콩이 하늘도 되고 땅도 되고 물도 되고 바람도 된다. 돈으로 보이는 콩도 콩이고 하늘로 보이는 콩도 같은 콩이다. 다른 물건이 아니다. 이 ‘같은 것’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끝을 모르겠다. 세상에 서로 같지 않은게 없다. 그래서 그윽하다. 그윽하고 그윽해서 온갖 묘한 것들이 그리로 드나든다. 세상에 있는 물건치고 묘하지 않은 것이 있느냐 없다!
결국 온 세상이 그리로 드나든다는 얘기다.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9.0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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