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등교 준비에 분주한 아침.
삘릴릴리~~
언제나 처럼 아들 아이가 전화를 받았다
지금 나간다는 둥 같이 가자는 둥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학교건만 같은 학년 친구와
전화질을 해대며 만나서 같이 가기 일쑤여서
으례히 아침에 울리는 전화는 받지 않는다
어 그런데 오늘은 어찌 전화 받는 폼이 수상타.
했더니, 나를 부른다
이화 언니였다
배꽃을 따야 하는데 올 수 있냐고...
1시에는 밖에 볼 일이 있고 오전엔 옆지기 밥 챙겨야 하고
이래저래 시간이 어정쩡해서 아무래도 가기가 어렵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배꽃은 지금 한창이란다
하얗게 웃음짓는 배나무 밭을 떠올리니
왠걸 마음은 벌써 그곳으로 달려 가고 있었다
부지런히 준비하고 가면 두어 시간은 있을 수 있겠지.
어쩌랴 마음이 저 먼저 가버렸으니
몸도 따라갈 밖에.
어제 촉촉히 내린 단 봄비 덕에
물 오른 나무며 풀들이 싱그러웠다
농장에 도착하니 가짜 처제들이 먼저 와 배꽃을 따고 있었다
행복배님이 가지 치기를 해서 꽃 가지를 던져 놓으면
우리는 빙 둘러 앉아 꽃을 훓으면 되었다
이렇게 꽃을 모아 꽃가루를 채취하여
일일이 꽃에다가 다시 찍어 줘야 하는데
찍는 일이 보통 아닐것 같다
꽃들은 한창 흐드러지게 피었고
하얀 배꽃뜰 아래 초록색 풀들과 노랗게 무리지어 피어있는
민들레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햇살 아래 앉아 정담 나누며 꽃 따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꼭 동화 속의 한 장면 같다
이건 일 하는게 아니라 꽃속에 뭍혀
무슨 놀이를 하는 기분이다
얼마 안돼
이화 언니가 빵과 오랜지를 들고 왔다
제주도에서 이제 지금 방금 막 택배로 도착한
무공해 오랜지라며 맛 좀 보라고.
행복배님도 맛이 기가 막히니 먹어보라신다
누구 말대로 귤도 아닌것이 오랜지도 아닌것이,
또는 귤 같기도 한것이 오랜지 같기도 한것이
맛은 정말 순하면서 새콤달콤한게 아주 좋았다
이름하여 청견 이란다
왜 청견인지는 모르지만 어쨋든 우리는
청견을 잘라놓기 바쁘게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무 농약이라 껍질은 그늘에 말렸다가
차로 끓여 마시면 그맛 또한 쥑여준단다
와중에 행복배님 왈
청견을 먹어보고 평을 잘 해주면 기냥
날라오기도 하니까 함 소감을 잘 써보라신다
혹 날라오면 맛있게 먹기는 하겠지만
추호도 사심 없이 있는 그대로 먹어본 그대로
쓰는거니까 오렌지 제주님 부담같지 마시길.
하지만 누구 한테도 날아갔고 또 누구한테도
날아갔다고 하덴데...
그치만 전 사심 내지는 흑심 없다니까요
제 주소는요 경기도 양주시~~
오마나 내가 지금 모 하는거야!
원 위치
그런데,꽃에는 취하는데 향기는 영 아니었다
야리꾸리 한게, 비릿 하기도 하고 메스껍기도 하고...
그나마 바람이 꽃내음을 실어가 버리니 망정이지
닫힌 공간에 있었다면 고역 이었을것 같다
하얗고 순박한 배꽃이 이런 향내를 가지고 있을줄이야
밤꽃은 모양도 냄새도 너무 흉칙해서
도저히 꽃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밤꽃 외에는 다 나름대로의 독특하고 좋은 향기를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
이화 언니가 벌, 나비도 유인 못하는
고자나무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고
듣는 배나무 기분 나쁘게 어떻게 면전에 대고
그런 심한 말을 하느냐던 행복배님 말에
도 한번 까르르르.
올 가을 배맛 없으면 책임지라나
하지만 행복배님 기우일것 같네요
형부 말대로 꽃이 꽃을 따고 있죠
웃음 소리 울려 퍼지죠
설사 배나무가 상심 했더라도 금방 기분이
좋아졌을거 같네요
12시경에 꽃따기가 모두 끝나고
나는 닭도리탕이 끓고있다는 소리를 뒤로 한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배도 고파오고, 여기서 밥 먹으면 짱 맛있는데...
끌끌끌 ㅠㅠㅠ
배밭을 바라보며 하얀 꽃비가 흩날리는
장관을 잠시 머리 속에 그려 보았다
수정이 끝나고 다음주 쯤이면
그 광경이 연출 되니까 보러 오라신다
마당에 깔려있는 민들레 꽃으로 꽃주도 담가보고...
투명 유리병에 담가 놓으면 얼마나 예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