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닮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마을편지 28> 매실이 말하게 하라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밴드 카카오스토리
정풀홀씨 2004-06-21 12:30:37 \| 조회: 5086

<마을편지 28> 매실이 말하게 하라

유월 들어

한바탕 야단법석을 치렀습니다.

마침내 여무는 매실을

행여 제값받을 때를 놓칠세라

서둘러 따고 나르느라

열흘 정도는

모두 정신 나간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제 정신을 차려보니

유월 한달은 거의 지나가 있습니다.

마을에 몇 남지 않은

늙은 아주머니들까지

온통 불러내도 일손은 기본도 채우기 어렵습니다.

분대도 안되는 매실농장 식구들이

팔공산 자락으로,

평복 산골농장으로,

죽전 낙동강변 농장으로

빨치산 유격대 처럼

산 넘고, 강 건너, 너른 매실 들판을

축지법과 공중부양법을 뒤섞어 날라 다녀야만 했습니다.

열흘동안

삽십톤이 넘는 매실이

유기농 매장, 생협 등을 통해

도시로 옮겨간 듯 합니다.

매실이 농장 문을 나선 직후,

쏟아지기 시작한 도시로부터의 전화 공세는

가히 무차별적입니다.

매실 따고 나르기에 버금가는

치열한 전투양상입니다.

매실이 깨끗하지 않다,

매실이 파랗지 않다,

매실이 작다.

장사꾼에 대한 불신이 평생 몸에 밴

도시의 소비자들의 호전적인 공격이 태반입니다.

이럴 때

사람이 하는 변명은 한계가 있습니다.

일을 더 그르치게 마련입니다.

매사에 사람이 끼어들게 되면

대체로 믿음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매실이 사람 대신

대답해주어야 비로소 정답이 됩니다.

그저

매실보고 대답하라고 할뿐입니다.

우리는

농약을 먹지 않고 자라서 겉보기에 깨끗하지 않습니다,

땡볕에 도시의 아스팔트위로 실려가다보니 노랗게 익었습니다,

토종은 원래 몸집이 작습니다.

열매를 다 털어낸

텅빈 매실 들판에

메아리없는 아우성만

웅성거립니다.

2004-06-21 12:30:37

게시물 댓글과 답글 1개

최신순 추천순 게시물보기

지리산숨결 2004-06-21 16:52:37
멋진 필력!!
감동적인데요. 감사합니다. 홀씨님!!

답글 0

추천 0 반대 0
0/1000

-1 -

글쓰기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님들께 자닮농장을 오픈합니다! (6월 4일, 화, 오후 2~4시) (14)	운영자		2024-05-27	204260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운영자	-	2024-05-23	214198
공지	노동력 80% 절감하는 Y자 고추 지지대 (개발자 전희수) (3)	운영자		2024-05-14	302577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운영자		2023-05-19	1380941
공지	(NEW) 자닮 천연농약 전문강좌 '충남대 백마홀'서 매월 개최!! 농약값을 1/20로 줄입시다~ (54)	운영자		2022-08-30	1707810
공지	은행 열매, 삶은 물 구입처 (노란은행으로 만듬) (7)	운영자		2021-09-25	1560949
1296	제주도에서 ISO품질인증 워크샵에 있었던 토막 뉴스 (5)	목사골	-	2004-07-05	5051
1295	7.3 정모 2부 감동!!!!!(4탄) (21)	지리산숨결	-	2004-07-04	5824
1294	7.3 정모 2부 광란의 분위기(3탄) (5)	지리산숨결	-	2004-07-04	4803
1293	제주서 열린 ISO인증 워크샵입니다. (과수님 사진)	지리산숨결	-	2004-07-04	4540
1292	지금 행복배농원(배양농원)에서는.... (5)	행복배	-	2004-07-04	4817
1291	2004년 감자캐기 행사는...... (4)	행복배	-	2004-07-05	4766
1290	7.3 정모 1부 행사 ~~ 짠!! (2탄) (3)	지리산숨결	-	2004-07-04	5388
1289	7.3 정모 보곰니닷~~~ 헠!!! (1탄) (7)	지리산숨결	-	2004-07-04	4979
1288	후기를 올려달라~~~~~ (4)	앵두	-	2004-07-04	4744
1287	한쌍의 미소 (2)	새벽형		2004-07-03	4953
1286	워크샆을 기행문 (2)	새벽형		2004-07-03	5447
1285	<자농정모속보> 오솔길 단상 (2)	평화은어	-	2004-07-03	5132
1284	안녕하세요~ (2)	물들인향기	-	2004-07-03	5200
1283	비가... (2)	노래하는별	-	2004-07-03	4889
1282	망각~~ (2)	들꽃향기	-	2004-07-03	5091
1281	ISO 9001/14001 제주 워크샵을 마치고 (8)	오렌지제주	-	2004-07-03	5241
1280	향기님 감사... (1)	골짝배	-	2004-07-02	5110
1279	시골 총각은 결혼을 못하는걸까? 안하는걸까? 으흐흐 (1)	들꽃향기	-	2004-07-02	5002
1278	노래하는 별님 환영식중입니다. (8)	지리산숨결		2004-07-01	5242
1277	제주 워크셮 응원 부탁 합니다 (2)	새벽형	-	2004-07-01	4839

글쓰기

-이전 1051 1052 1053 1054 1055 1056 1057 1058 1059 1060 다음 -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