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모악산 자락에 무당이 버리고 간 빈집을 대충 고쳐 쓰는 서양화가 임택준(48)의 화실인 모악산방을 찾아갔다. 작업실 앞뜰에 피어 있는 애기똥풀, 하늘매발톱꽃, 산괴불주머니, 하얀 미나리냉이꽃, 둥굴레꽃 등 그 여리고 작은 꽃들처럼 그저 삶 위에서 서성거리다가 그럭저럭 인생을 낭비하며 사랑도, 공부도 치열하게 해보지 못한 남자이지만 그래도 그 무엇엔가에 이끌려 그는 그림과 행위 예술인 퍼포먼스에 자아의 뿌리를 내렸다.
전주 풍남제에서 화가 임택준이 몸으로 그린 그림 ‘사라진 자의 소리’퍼포먼스는 그가 몸으로 이야기 하고자 한 낯설지 않은 단어 ‘소리’와 ‘소외’를 행위예술로 풀어내고자 했던 것이다.소리나 소외는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의 상징처럼 여겨 진다.그는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표현들을 하나의 행위를 통하여 작가 자신의 진 솔한 내면세계를 직접 전달, 호소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퍼포먼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언어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그의 퍼포먼스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반젤레스의 웅장한 선율의 속도, 높음과 낮음, 그 흐름을 타며 화가 임택준은 탯줄 을 연상시키는 빨간 끈을 길게 늘어뜨리고 천천히 관객을 향해 걸어 나간다.무심 히 흐르는 시선이 허공 속에서 관객들의 시선과 수근거림, 음악소리와 단절되어 한층 더 강렬하다.
그는 마치 제사장처럼 거울을 들고 어둠과 햇살을 가르는 하나의 막인 비닐을 뚫고 통하여 아귀다툼하는 현대인 스스로의 모습을 조명해 볼 수 있다는 계기를 제공 하는 것이다. 거울의 값어치는 거울을 대하고 맑은 본성을 취하는데 있다. 거울 속에 있는 자신들과 사물들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상상의 한계를 초월한다.
그는 또 붉은색 천위에 무릎을 꿇고 여러 형태의 붉은 낙엽들을 바닥에 뿌려놓고 얼굴은 흰색으로 천천히 분장한다.그 순간 맞은편에는 작은 새장속의 붉은 새,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새 한 마리가 소리를 잃어버린 채, 높이를 모르는 채 빙빙 돌고 있다.잠시 그는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새와 잃어버린 소리, 즉 침묵으로 조응한다.그는 사라진 소리의 숲을 향해 그 자신을 던진다.사라진 소리는 바로 인간부재, 자연의 부재인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 있어 새는 우리 인간의 영혼이 환생된 또 다른 존재임을 표현한 것이다. 소외된 새와 침묵, 그는 모든 입말을 속으로 삭인 절망과 고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침묵언어로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까지도 꼼짝 못하게 했다는 백 개의 눈동자를 가진 아르구스보다 더 깊숙하게 내면의 공간을 지켜본다.
그런데 인간은 다른 짐승과는 달리 그 침묵의 소리를 들을 줄 안다.사라진 소리, 그 침묵 속에는 무한한 소리가 있는 것이다.그것은 생명의 가장 밑바닥에서 숨 쉬는 소리인 것이다.그는 그 침묵의 소리를 들으며 두 손을 뒤로 치켜 올리거나 내리며 하늘을 바라보고 기원하며 작은 새의 깃털마냥 자유롭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의식을 행한다.그리고 그는 나뭇가지를 들고서 하늘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드디어 새장속의 박제된 새,빨간 새들이 그 영혼의 힘으로 자유로이 날개 짓을 한다.그것은 살아 움직이는 암흑의 절망 속에서 다시 환생하는 인간인 것이다. 그리고 새장속의 붉은 새는 창공을 향해 연기처럼 날아오른다.
서양화가 임택준은 화폭 이라는시공간의 제약에서 표현영역을확대하여 인간의 내면에 있는 고통과 서러움, 원한 등을 바람에띄우듯이 물로 씻어내듯이 행위예술의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특히 그는 인간의 정감틈새를 파고들기 위해 과격 하지 않은 몸짓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