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편지 30> 몸이 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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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풀홀씨
2004-07-22 18: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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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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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편지 30> 몸이 짐입니다만... 된통 걸렸습니다. 이빨이 모두 망가졌습니다. 몸을 이빨에 모두 내준 기분입니다. 남쪽으로, 지리산으로, 남해로 몸을 움직여야 할 중차대한 이 즈음에 그토록 혐오하는 인체수리공장, 치과병원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내 몸이, 내가 무소불위의 치통에 지고만 것입니다. 다들 해보면 알겠지만, 몸이 불편한 건 얼마든지 참아도 몸이 아픈 건 참아도 잘 안됩니다. 불가항력에 가깝습니다. 더 이상의 항전은 죽음에 이르는 미련함입니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이 하찮은 질병 앞에 무릎 꿇었습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기는 커녕, 마음이 몸 하자는대로 놀아납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망가진 이빨 몇개 때문에, 아픈 몸뚱아리 하나때문에, 내 몸도 내 마음껏 부릴 수 없고, 마음은 자유의지를 버렸습니다. 그나저나 걱정이 큽니다. 겁이 더럭 납니다. 사안이 간단치 않다 싶습니다. 단지 한달여 치통에 몸과 마음을 내어주는 볼모 꼴이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이 치통이야 어쨌든, 아깝지만, 매우 억울하지만, 그놈의 돈과 맞바꿔 없애 버리면 되지만,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 엄청난 사실은, 그 사실을 새삼 모질게 깨닫게 된 이 불쾌한 기분과 느낌은, 내 마음을 잔뜩 주눅들게 합니다. 돌이켜보니 혹여, 때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몸의 핑계를 대고, 마음은 내버리고 그저 몸의 모습으로만 살지는 않았는지요. 마음은 안 아픈데 몸이 아파서, 마음은 배 고프지 않은데 몸이 배 고파서, 마음은 돈이 없어도 되는데 몸은 돈이 필요해서, 마음은 무섭지 않은데 몸이 무서워서, 마음은 원하는데 몸이 원하지 않아서, 마음은 사랑하는데 몸이 사랑하지 않아서, 사람과 세상에 비겁하거나 유치한 짓거리나 하고 다니지는 않았는지요. 행여 앞으로 마을에 나아가 조용히 살면서도, 내 마음은 미처 모르는 사이, 마음이 말릴 새도 없이, 저혼자 쏜살같이, 그따위로 몸이 행세하게 되지는 않을런지요. 그래서, 이 세상은, 사람사는 세상은, 사실은, 결국, 사람의 몸이 팔할 이상 만들어 온 건 아닌지요. 사람의 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몸이 하자는대로만, 거의 만들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요. 마음은 잔뜩 있는데, 몸이 별로 없으면, 결국 나는, (그것만이) 내 세상은 볼품없게 되는 게 아닌지요. 마음이 아무리 無爲하려 해도, 아무리 自然하려해도, 몸이 지금 이렇게 뚜렷이, 분명히, 틀림없이 짐 처럼 같이 있습니다만... |
2004-07-22 18: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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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니다. 잘 압니다. 늘 몸과 마음을 합쳐 '뫔'으로 대하려 합니다. 그래도, 잘 안 됩니다. 몸이 편하면,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은 나쁜 버릇 때문이기는 합니다만... 정풀홀씨님!
우리 몸뚱아리가 재산입니다.
잘 관리하심이 좋을 듯 싶습니다.
저도 이빨이 쑤십니다.
기냥 참고 있을 뿐이지요.
그런데 이빨 아닌 다른 부위가 아프다면 병워네 가샤야죠. 안녕하세요? 정풀홀씨님
아니 몸이 불편하시니 안녕하지 않으신건가요
외람되지만 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의 느낌은
몸을 마음대로 해야할 대상으로만 보지 마시고
몸이 하는 얘기도 들어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몸뚱이만 내가 아니듯 맘만으로도 내가 되지않는다는 생각이거든요
몸과 마음이 조화로워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맘이 하는말도 경청해야하듯 몸이 하는말도 경청해주시면
몸과의 대립을 풀수 있는 열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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