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구름에다 점찍는 다람쥐같이....
2003-10-13 18:48:31 | 조회: 14374
안녕하세요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히죽히죽, 룰루랄라 염치없이 놀기만 하다가
이제는 자연농업에서 쉼을 얻고, 희망을 노래하는 분들과 인사를 나눠야겠다 싶어
이렇게 조심스레 마음의 문을 엽니다.
무슨 말로 인사를 드려야하나 고민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맑은 분의 글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깊은 산을 다니다 보면
한군데 소복하게 돋아난 어린 단풍나무들을 가끔씩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람쥐의 짓이란다.
다람쥐는 늦가을이 되면, 겨울양식을 준비하기 위해
단풍씨앗들을 물어다가 저만 아는 곳에 은밀히 묻어둔다. 그런데
기억력이 별로 좋지 못한 이 다람쥐는 단풍씨앗 묻어둔 곳을 표시해두기 위해
슬쩍 하늘을 올려다 본다.
드높은 파란 가을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뭉실뭉실 떠 있다.
다람쥐는
자기가 단풍씨앗들을 물어다가 감춰둔 곳과 수직의 위치에 떠있는
구름에다가 그 위치를 표시해둔다. 그러나
반들거리는 다람쥐의 까만 눈과 눈맞춘 구름은 이내 다람쥐의 눈빛을 망각 속으로
아득히 흘려 보내고 만다.
겨울이 다가와 먹을 것이 궁해진 다람쥐는 가을에 은밀히 묻어둔 단풍 씨앗들을
찾으려 해도, 제 눈으로 점찍어 둔 구름은 이미 흘러가 버렸으니, 결국 땅에 묻어둔
단풍씨앗들을 찾지 못하고 만다. 이듬해 봄, 다람쥐가 찾지 못한 단풍씨앗들은
싹을 틔워 한군데 소복하니 어린 단풍나무들을 돋아나게 한다는 것이다.
신비로운 조화를 꽃피우는 자연의 벗들의 어울림을 담은 이 얘기는
그 자체로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혹자는 자기의 소유(?)를 구름에 등기해 두는
다람쥐의 행위를 어리숙하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겠지만, 그것을 어리숙하다고
판단하는 인간은 우주의 조화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 것일까.
염주알 같은 눈으로 구름에다 점찍기, 그것은 곧 자기 비움을 잘 보여주는
멋진 상징이다. 그렇다. 이 얘기는 우리에게 넓디넓은 여백을 보여준다.
그 여백이 사랑과 생명의 새싹을 틔우는 신비로운 모태라는 것을 또한 일러준다.
........

자연농업과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
삶의 여백을 소중히 간직하시어 많은 분들과 더불어
넉넉하게 사랑 나누며,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2003-10-13 18:48:31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5개
최신순 추천순 게시물보기
0/1000
  • 쉼표 2003-10-16 11:53:01

    워매~~~
    난초향님,
    마음이 쬐깨 꺼끄럽고 거시기(?) 허네요이~~~~
    10월이 참말로 멋지구먼요.      

    답글 0
    추천 0 반대 0
    • 지리산 숨결 2003-10-14 11:16:22

      드디어 등단 하셨군요. 감동적인 말씀 정말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간절히.... 가을인데.        

      답글 0
      추천 0 반대 0
      • 지리산 숨결 2003-10-14 15:52:43

        뜨거워 집니다.
        체온이 올라갑니다.
        숨이 차옵니다.
        땀이 흘러내립니다.
        비가옵니다. 천둥이 침니다.
        하늘이 열립니다.
        천지가 개벽을 합니다.
        .
        .
        .
        .
        아름다운 사랑에 숨결이 지상이 내려옵니다.          

        답글 0
        추천 0 반대 0
        • 난초향 2003-10-14 14:10:20

          염주알 같은 눈으로 구름에다 점찍기, 그것은 곧 자기 비움이다
          여백이 사랑과 생명의 새싹을 틔우는 신비로운 모태라는 것을 일러준다...

          참 좋은 글입니다. 감사
          여백과 쉼.. 아이디가 참 잘 어울리십니다.
          그대품에 쉬었다 가고시포...
          뽀뽀를 보냅니다.            

          답글 0
          추천 0 반대 0
          • 들꽃향기 2003-10-14 11:44:02

            쉼표님!
            날이 갈수록 글쓰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등단을 하실까????? ^_^
            좋은 글 감솨....              

            답글 0
            추천 0 반대 0
            -1-
            		글쓰기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신청마감>자닮 후원자님들을 모시고 11월 19일 강좌를 개최합니다. (1)
            운영자
            		 2024-10-21 46695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운영자
            		 - 2024-08-23 214148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운영자
            		 2024-05-27 760190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운영자
            		 - 2024-05-23 573120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운영자
            		 2023-05-19 1951749
            36 때론...... (6)
            봄나무
            		 - 2004-01-05 11177
            35 1%의 행복 (4)
            들꽃향기
            		 - 2004-01-05 11249
            34 귀여운 강아지
            코스모스
            		 - 2004-01-04 23314
            33 쑥쑥~ (1)
            지리산숨결
            		 - 2004-01-04 17255
            32 세상은 보는대로 있다
            59년 쉰세대
            		 - 2004-01-04 9826
            31 [책] 지구를 살리는 불가사의한 7가지 것들 (3)
            59년 쉰세대
            		 - 2004-01-04 12061
            30 ●● 자연농법과 유기농법의 비교 ●● (3)
            59년 쉰세대
            		 - 2004-01-04 12760
            29 배병휴칼럼-농가 가계빚이 두렵다 (4)
            지리산숨결
            		 - 2004-01-03 11334
            28 올해는 이 (7)
            금진이장
            		 - 2004-01-03 11736
            27 행복배는 지금 성환에서 교관 교육중..... (2)
            행복배
            		 - 2004-01-03 11121
            26 해맞이길에 부석사 무량수전 돌배나무도 찾아 뵈었습니다. ^.^ (2)
            자농김문수
            		 - 2004-01-02 11514
            25 아름다운 손 (2)
            검은나무
            		 - 2004-01-02 10874
            24 덩그러니......... (5)
            봄나무
            		 - 2004-01-02 11296
            23 새해 인사 올립니다. (4)
            지리산숨결
            		 - 2004-01-02 11432
            22 아침의 기도 (3)
            59년 쉰세대
            		 - 2004-01-02 18529
            21 새해아침의 비나리 (1)
            59년 쉰세대
            		 - 2004-01-02 25602
            20 새해 첫날... (5)
            orangejeju
            		 - 2004-01-01 11190
            19 새해 福 많이 받으시고 所望 모두 보람되게 이루소서 (6)
            자농김문수
            		 - 2004-01-01 29619
            18 희망찬 새해 (5)
            주옥사과
            		 - 2004-01-01 10891
            17 새해아침에... (8)
            검지
            		 - 2004-01-01 11289
            		글쓰기
            -이전1111111211131114111511161117-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