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팠던 만큼 성숙해졌을 겁니다, 틀림없이.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기억이 다 하도록 쓰고 지우고.
그래도 떠오르는 바닷길 따라 흘러가는 돛단배야.
동백꽃 붉은 부끄러움으로 쓰고 지우는 나의 생각이야.
떨리는 손끝으로 아픔을 쓸어 내리는 백지 위에 그려지는 내 마음의 언어들이야.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손살이 다 벗겨지도록 쓰고 지우고.
그래도 또 떠오르는 개미지옥의 발버둥이야.
모닥불 같은 작은 분노로 쓰고 지우는 나의 아우성이야.
손톱을 물어 잡아뜯는 무의식 속에 초조함이 그려내는 내 마음의 언어들이야.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생명이 다 하도록 쓰고 지우고.
그러면 나의 지루한 일상은 쓸 수도 지울 수도 없을 거야.
낯선 이들이 고집하는 세상의 종말이 혹시 와도 쓰고 지우는 나의 가치야.
눈가에 하나, 둘 늘어가는 삶의 고락을 조용한 미소로 대답하는 내 마음의 언어들이야.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는 일이 없을 때까지.
아가야, 너는 아니.
어른들이 왜 그렇게 쓰고 지우는 인생을 되풀이하는지
그것은 아가야. 네 마음에 나무 한 그루가 있어 너와 함께 자라고 있기 때문이란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어린아이가 거목으로 성장토록 쓰고 지우고.
또 쓰고... 또 지우고.
Black Shadow / 쓰고 지우고.
『 " 쓰고 지우기만을 고집 하다보면 찢어지는 종이처럼 상처만 커질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