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위를 타는 탓이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몸과 마음을 쉬러가는 여행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여행이 되곤 하기에 여름휴가라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었습니다.
항상 그랬듯이 올 여름도 집에서 편안한 옷차림으로
시원한 것 먹으면서 그렇게 보내야지...아니 아마도 그럴것이다!
의심치않았던 여름휴가를 결혼이후 제대로 보낸 것 같습니다.
떠나는 날 새벽부터 일 때문에 하루종일 동분서주하던 남편에게
정말 갈 수있겠느냐며 재차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하지~”
이렇듯 남편이 하동에 내려가는것에 대해 강하게 주장하는것도 드문일이기에
의아스러웠지만 나도 싫지는 않았기에 늦은 토요일저녁 서둘러 길을
떠났습니다.
먼저 출발한 난초향님으로부터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전화로 안내받으면서 내려가는데
옆에서 힐끔힐끔 쳐다보니 남편의 피곤에 치진
모습이 여~엉 편칠 않았습니다.
도중에 그닥 잘하지 못하는 운전을 대신하면서
금새 골아떨어져 코까지 고는 남편을 보면서
“그렇게 피곤하면서도 가고싶었나??”하며 동시에 드는 생각이
대체 뭣 때문에 이 늦은밤에 이렇게 무리를 해서 달려가는 것일까?
“참으로 희안하고도 묘한 인연들이다”싶은 생각이 났습니다.
새벽두시 넘어 자농엘 도착하니 슬슬 파장분위기!
문사철시서화님은 도착하자마자 오후 2시부터 그때까지!
그러니까 장장 12시간을....
보기좋게 홍조띈 얼굴로 반겨주셨습니다.
향기님의 제안으로 몇몇 남은 정예요원들이
술과 안주를 싸들고 섬진강으로 나갔습니다.
서울에서 밤하늘의 별을 본다는 것은 참 보기드문 일이기에
섬진강변에 앉아서 고개를 들어 쳐다본 별밭은
童心으로 돌아가기에 충분했습니다.
난초향님이 모래사장에 누워 딱 5분만 침묵해보자 말씀하셨지만
모두들 흥분모드였기에 딱! 5분간의 침묵이라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일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경험, 아니 깨달았습니다.
이또한 귀한 깨달음이겠지요?
몇시간후의 일정을 기약하며 눈붙이기!!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계곡물놀이!!
아! 이에앞서 몇몇 철?없는 어른들이 투망으로 물고기를 잡아서
먹자는 말에 우리 여자들 하마터면 매운탕국물 준비해 놓을뻔했습니다.
고기요? 걔들이 그날은 그 남정네들을 데리고 놀았답니다.
제법 깊은 계곡에 자리를 잡자마자 아이들은 벌써 풍덩풍덩!
어른들이야 당연히 목을 축이며 앞으로 우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론?????????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봤습니다.
로망스님이 양손에 조심조심 들고오던 솥을!
그 솥안에는 끓인 라면이 1박스가 들어가있었습니다.
다들 신기함에 입을 다물지못하고... 그러나
모두들 힘?을 합하여 달려드니 라면 한박스가 눈깜박할 사이에~~
저는 이번에 향기님의 다른 면을 본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진솔하고 순진한 눈과 얼굴표정으로 사람을 유혹하던지...
한참 로망스님과 별님이 큰 비닐가방에 물을 가득 담아 모든 사람들에게
물세례를 퍼붓고있던 중이었는데 나만은 절대로 당하지않으리....
계곡근처에는 얼씬도 하지말자 다짐하고있었는데
향기님이 그 순진한 얼굴로 우리는 그냥 저쪽 계곡끝에가서 발만 담그고
있자하길래 그래 여기까지 와서 발한번 안 담그면 섭섭하지..
싶어 내려간 것이 그만.....
그리 애원을 하는데도 로망스님 살살~웃으면서 정면으로 부어버리데요.
끙!!
계곡물속에 빙 둘러앉아있자니 마치 노천온천에 와있는듯한 생각에 모두들
함박웃음 터트리고....
생각이 짧아 미쳐 준비하지못해 기름을 발랐더라면 좀더 그윽하게 태웠을텐데
모두들 팔과 다리들이 벌겋게 물들어있는 모습에
또한번 빙그레 웃음짓게 됩니다.
어른아이 할것없이 모두들 열심히 쉬었던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시간에 평소에 뵙고싶었던 구름나그네님도 뵙고...
특히 제가 막걸리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손수 사들고 오시는 자상함까지!
그치만 구름나그네님의 노래를 못듣고 와서 좀 서운하네요.
다음 기회를.....
다음날 숨결님의
“지금 당장은 이렇게 가는 것이 시원하지만 또 몇일 있으면 그리워질것이다”라는말씀에 또 한번 감동!!!!
난초향님과 우리가족의 단촐한 보성녹차밭행은
성공적인 여름휴가의 마지막을 굳히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올라오는길에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더랬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갖었던 멋진 추억들!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더위와 그리고 내년 여름을 위하여 기꺼이
이 추억을 생각하면서 기다릴수 있을것이라고요....
함께 했던 모든 식구들 반가웠고 고마웠습니다. |